율마와 바보

허공에 떠있는 허영심

by 숨틈


내 마음을 붙잡아줄 율마를 샀다.

요즘 바보같던 나를 무엇으로든 돌려놓아야 했는데, 순간 율마가 보여 홀린듯 손을 뻗었다.


최근 인스타그램과 스레드에 도전하는 중이다. 오로지 내게만 의미 있던 것들을 세상 밖으로 꺼내놓으면서, 무반응에 대한 부끄러움, 작은 반응에 대한 짜릿함을 반복해서 맛보고 있다.


sns는 마치 나만의 솜사탕가게 같았다. 몽글한 내 마음을 진열하면, 마음에 드는 누군가가 좋아요와 댓글로 결제한다.


무엇을 내보이는 행위는 참 낯설었다. 그럼에도 좋아요와 댓글을 위해꾸준히 무언가를 내보여야 했다. 차분히 내 이야기를 해보겠다던 처음의 목적과는 달리 조급해지기 시작했다. 반응의 맛을 보니 갑자기 마음이 열기구를 탔다. 적은 반응에도 들뜨고, 신나고, 심장이 두근두근 뛰었다. 마음은 둥둥 하늘 높이 떠오르더니, 내려 올 생각을 않고 점처럼 보였다. 사람들을 끌어모으고, 붙잡고 싶었다. 무엇으로 자극을 주어야하나, 무엇으로 사람들의 목덜미를 걸어세우나, 매일 고민했다.


결국은 진정으로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잊었다.


나의 목표는, 나와 같은 예민한 사람들도 편안히 숨 쉬며 살 수 있다고 말하고 싶었다. 제주라면, 자연이라면. 그 속에서 차분히 꾸준히 스스로를 바라보는 힘이 생긴다면.


그렇게 된다면 예민함은 단점이 아니라 장점이 될 것이다. 고쳐야하는 불편하고 거추장스러운 것이 아닌, 멋진 도구가 될 것이다.


촘촘한 거름망이 되거나 잘 다듬어진 예리한 칼이 될 것이다. 예민한 이를 통해 나온 결과물들은, 마치 장님의 눈을 뜨게 하듯 새로운 세상을 보여줄 것이다. 까끌하고, 날카롭고, 과도하게 눈부신 자극들이, 누구에게나 있지만 설명하지 못했던 어떤 세상들, 어둡고, 씁쓸하고, 누렇고, 밝은 세상으로 이어질 통로가 될 것이다.


언젠가부터 첫 의지가 저 꽁지로 밀려나 보이지도 않았다. ‘이것 하나면 월 500벌어요‘, ‘절대 후회하지 않을 5가지 아이템‘과 같은 후킹을 내건 사람들의 말에, 스스로 선택하고 후회할 기회를 빼앗겨놓고는. 나 또한 상대의 선택과 후회를 내 마음대로 주무르려 애쓰고 있었다.


질보다 양을 택한 앙꼬빠진 붕어빵이, 눅눅하게 식었다. 뜬구름처럼 바보같이 둥둥 떠다니는 마음이 되어 좀처럼 내려앉지 않았다. 머리엔 온통 ‘sns에 무엇을 업로드할까‘란 물음만 존재했다.


그러다, 율마를 만났다. 언제나 사고싶었던 올곧은 행태였다. 푸르렀다. 흙이 있었다. 다져 심고, 돌보고 싶었다. 그냥 이유 없이. 흙이, 나무가. 나를 주저앉혔다.


아무 생각 없이 샀는데, 알고보니 율마의 꽃말은 침착, 근면, 성실함이었다. 계단의 첫 칸으로 나를 돌려놓으며 율마는 물었다.


‘네가 정말 살고싶은 삶은 뭐야?‘


나다운 삶을 살기 위햐 제주로 와선, 그걸 이용해 sns로 공허한 명성을 얻어보려했다. 부끄럽게도.


율마를 손에 건네받아 집에 오는 길은 바람이 많이 불었다. 하지만 내 마음이 율마의 곧은 형태와 같이 더 꼿꼿하고 푸르러지는 느낌이 들었다. 내가 바라는 인간의 치유의 형태를 고집하고 싶다. 단점이랄 것 없는 이미 완성되어있는 많은 인간들을 깨우는 일을 하고 싶다.


작고 느리지만 진정한 만남, 진정한 도움, 진정한 소통이 필요한 조심스러운 작업임이 틀림없다. 그 자연스럽고 당연스러우면서도 빛나는 형태를 다시 꿈꾸며 율마를 옮겨 심고, 흙을 다져, 마음을 굳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