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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이정 May 25. 2024

안경을 바꿔 끼는 아침

'현재의 나'는 과거의 내가 꿈꾸었던 환상

새벽 어스름에 기상하면 서재방으로 가서 안경을 바꿔 낍니다. 까만 테의 독서안경은 50cm 거리에 최적화되어 있습니다. 해가 중천에 오를 때까지 모니터와 독서대에 초점을 맞춥니다. 

  

하고 싶은 일만 할 수 있는 아침나절은 오랜 꿈이었습니다. 과거의 제가 지금을 본다면 ‘난망했던 장래희망이 이리 이뤄졌구나’ 기뻐할 것입니다. 


연전에는 다초점 안경도 구입한 적 있는데 적응에 실패했었지요. 먼 것과 가까운 것을 하나의 렌즈로 볼 수 있으리라 기대했는데 시선 각도를 맞추는 훈련이 의외로 힘들었습니다.


먼 것과 가까운 것, 또는 이쪽과 저쪽을 동시에 아우르는 ‘겹시각’은 아직 저의 장래희망에 머물러 있나 봅니다. 언젠가의 미래에 그 또한 실현되어 있을까요.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을 번갈아 해내기 위해 두 개의 안경을 바꿔 끼며 살아갑니다. 그러다 피곤해지면 안경 벗고 고개 들어 멀리 청량산 봉우리를 멍하게 바라봅니다. 


심한 근시에 난시인 저의 맨눈에 세상은 안개 자욱하고 초점 흔들리는 幻의 세계입니다. 


뭐, 그것도 나름 괜찮은 풍경이긴 합니다.

 

#계간 에세이문학 2024 봄호 <젊은 작가, 클릭클릭> 작가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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