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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이정 May 27. 2024

오래 걸어갈 길

          

오래 걸린 일입니다. 묵언의 시간을 건너 이곳에 닿았습니다.      


이십 대의 어느 날 저는 쓰는 일, 읽는 일을 내려놓았습니다. 삶을 지배한 통증에 굴복하여 ‘ 한세상 바라보는 사람으로만 살아보자’ 마음을 닫은 것입니다. 묵묵한 세월 지나 중년이 되었을 때 저는 듣는 사람이 되고 싶어졌습니다. 그래서 들어선 상담심리학의 길, 느린 걸음으로 나아가는 동안, 삶에서 길어 올린 심리적 명제들을 글로써 형상화하고 싶은 소망이 생겼습니다. 


율동공원 풍경 속으로 걸어 들어가면 도서관 하나가 비밀처럼 숨어있습니다. 그곳 수필교실에서 스승을 만나 돌처럼 닫혀있던 말문이 어렵게 터졌습니다. 20여 년 만의 발화發話였습니다. ‘백번을 고쳐야 글이 된다’는 가르침을 따라갈 때는, 고친 글을 다시 고치는 일이 삶을 새로 그려내는 작업과 같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고단하지만 꿈처럼 행복했습니다. 여러 계절을 그렇게 지내다 어느 날 잠에서 깨니 완료추천소식이 도착해 있네요!     


초보상담가로 까치발을 디디는 요즘 자주 안도의 숨을 내쉽니다. 옳은 기슭에 닿았다는 기분 때문입니다. 듣는 사람으로 또한 쓰는 사람으로 살게 되어 다행입니다. 통증과 침묵의 경험이 나의 뒷배가, 좋은 질료가 되어 주기를 바래봅니다.      


오늘 아침엔 눈을 뜨며 혼잣말을 했습니다. ‘오래 살았으면 좋겠다’ 


# <계간 에세이문학> 2022 봄호 , 완료추천 소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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