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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숙진 Mar 23. 2024

낙안읍성과 광양 홍쌍리 매화마을


순천 낙양읍성에 왔다. 조선시대 대표적 지방도시다. 낙안 고을의 진산인 금전산을 배경으로 완전히 평야에 쌓은 읍성이다. 사적 제302호로 지정되었다. 현재 세계문화유산으로 잠정 등재되어 있으며 CNN 선정 대한민국 대표 관광지 중 하나다.

성 안으로 입장하여 일단 성 위로 올라가 보았다. 필자 허리 정도의 높이를 성이라고 쌓은 걸 보면서 웃음이 나왔다. 포를 쏜다고 해도 앉아서 쏴야 하도록 포 구멍이 낮다. 지금 같다면 엔간히 운동한 사내라면 뛰어오를 수도 있겠다. 꽃샘바람이 심하게 불어서 후드를 뒤집어쓰고 꼭꼭 싸매고 다녀도 세찬 바람에 흔들려 떨어질 것 같다.

아뿔싸!

내려가는 길이 없다. 모든 내려가는 계단에 '출입금지'와 '계단 위험'이 빨간 글씨로 표시되어 있다. 결국 한 바퀴를 다 돌아야 내려갈 수 있겠다. 일행 중 감기 환자가 있어서 걱정스럽다. 무슨 일이든 올라갈 때는 내려올 때의 상황을 체크해야 한다는 지혜를 얻는다. 세찬 바람에 귀때기를 비껴 맞으며, 신고식을 거하게 하고 내려왔다. 겨우 정신 차리고 고즈넉한 동네를 돌아다닌다. 골목길도 저수지도 연못도 익숙한 풍경이다.



바야흐로 낙안읍성의 홍매에 끌려 정신줄 놓는다.

낙안의 하늘이 아름다워 자꾸만 하늘에다 포커스를 맞춘다. 한바퀴 더 돌았다가는 목 디스크 걱정할 판이다.

홍매와 파란 하늘의 조화로움! 찰떡 궁합이다.


동백이 한 나무에 백동백과 적동백이 같이 피었다. 농촌연구소 기술도 갈수록 발전하니 눈이 즐겁다.

글자 그대로 젖 기둥이라는 뜻으로 그 모양이 마치 여인네의 젖가슴과 닮았다고 유주라고 한다. 수령 600년이 된 노거수 은행나무다. 사람들이 많아서 뒤로 물러서서 찍을수가 없다.


매화밭을 지나다가 할미꽃밭이 있는 걸 발견했다. 오랜만에 본 할미꽃이라 새롭다. 할미꽃도 밭에서 재배하니 놀랍다. 유년에 앞뒷산에서 자주 보던 꽃이라 추억에 젖어 그 앞에서 한참 서성인다.



골목을 돌다 보니 산수유와 동백이 마주하고 가지를 걸치고 있다. "매화년이 동백이와 바람이 났다 "는 소리는 익히 들어봤지만, 이상기온으로 산수유와 동백이 바람이 난 건 처음 접해본다. 무슨 연유로 저렇게 동백에게로 기울어졌을까. 분명히 번지수가 다른 집인데.


골목길에 가야금  병창 황병기 명인의 생가가 있어서 한 컷 찍었다.


우리는 성 위에서 바람에게 귀때기 맞은 관계로 뜨끈한 국물이 생각 나 추어탕집을 찾아들었다. 가성비 양호한 식사를 하고 광양 홍쌍리 매화마을을 향한다. 택시가 홍쌍리가 언덕배기까지 올려다 주니 편리하다. 그러나, 건물마다 사람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으니 여긴 어디? 나는 누구? 문의할 곳이 없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매화축제가 어제 끝났다는 거다.

해는 뉘엿뉘엿 저무는데, 매화 구경보다 숙소를 미리 정해야 하므로 주위의 동네분께 숙소 소개를 부탁했다. 무조건 여기는 없고 동으로 나가야 하고, 하룻밤 숙박비는 일십오만 원이라고 한다. 우리가 한두 번 여행 다니는 사람도 아니고 위치와 전화번호만 부탁하니, 옆의 청년에게 00 집 아느냐니까 "우리 아빠와 사이가 안 좋아서 몰라요." 한다.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고 이 작은 동네에서도 왕따가 있고 네 편 내편이 있다니 가소롭다. 우리가 알아서 하겠다고 매화 구경만 하고 내려와서 섬진강 제첩국이라는 네온이 휘황찬란한 식당으로 들어간다. 제첩비빔밥은 제첩이 두 모숨은  들었는데, 국은 제첩이 한자밤도 안돼보여 그야말로 제첩이 장화신고 들어온것같다.  섬진강물 맛인가 몽돌 삶은 맛인가 밍밍 그자체다. 섬진강 이미지는 장화신은 제첩국으로 인하여 좋게 평할수는 없다. 그러나,식당 대표에게 숙소 문의하니 바로 펜션 사장과 전화 연결해서  같은 건물 2층으로  올라가라고 한다. 그것도 세 사람 육만 원! 한동네에 펜션을 두고 소개를 안 하고 택시 타고 나가라고 한   이웃의 심보가 참 볼성 사납다. 따뜻한 방에서 꿀잠 자니, 다소 부족했던 제첩은 잊기로 한다.  아침에 다시 매화마을 올라가서 이슬에 젖은 매향에 취해 흔들린다.  내려와서  섬진강 줄기에서 체취한 봄나물과 달래된장국으로 엄마맛을 느끼며 객의 스산한 마음을 달랜다.

홍쌍리가의 매실 이야기는 들어봤지만, 참 대단한 추진력이다.


우리는 구례 화엄사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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