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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숙진 Jun 27. 2024

음 단사촌(吟 丹砂村) 문집을 읽고

 


   경북 안동 도산면의 단사촌은 진성이 씨의 세거지다. 그 단사촌에 문행과 덕업으로 저명한 분이 계셨으니 곧 세봉처사로서 휘(諱)는 동노(東魯), 자(字)는 대원(大元)이다. 고종 갑신(甲辰) 10월 21일 단사리에서 출생하였으며, 대구 농림교 2년 중퇴로 학업을 마쳤다.  27세에 안동 삼림조합에 취업하였다가  연초 경작조합에 전업하였다. 39세에 진주연초경작조합을 창설하여 초대 이사로 발탁되었으니 업무 능력의 탁월함을 짐작할 수 있다. 30 년간의 공직을 사퇴한 후 위선사업과 향토개발에 헌신하면서 근검과 정성을 다하였다.

   낙동강류 산간벽지인 단사리가 문화혜택이 낙후된 것을 면하기 위하여  전화(電化) 사업을 조기 추진하여 광명화하고, 낙동강에 양수기 설치와 단사리 전야를 수리개답과 농지개혁으로 10여 만평을 옥토 화하여 풍요한 고향으로 탈바꿈시켰다.  또한 한 이백여 연간의 낙후된 종택(함벽당)을 일품자(一品字) 형으로 신축하여 문호를 창대케 하였다.



  특히 도산서원의 보수 관리를 봉행하여 원장에 선임되었으니 본손(本孫)으로서는 극히 드문 예라 한다.

  향년 81세로 대구 수창동에서 영면하셨으니, 이분이 바로 이 책을 편찬한 이기춘 씨의 조부이시다.




    이기춘 씨는 조부 세봉처사의 유고집과 조모 안동 권 씨의 내방가사를 모았으며, 고조까지 4대에 걸친 유고(遺稿)를 모아 가전적인 문집으로 발간하였다. 근현대에 보기 드문  문장가들의 시(詩)와 서(書)다.


   첫째 편은 세봉처사의 단사촌의 내력과 풍경을 읊은 8 자 어구(語句)의 장편가사와 한시다.  소동파의 적벽부가 무색할 정도로 풍류를 즐기는 노래다. 나머지는 실제 퇴계 가문의 행장(行狀) 만사(輓訶) 제문(祭文) 등을 선보였다.



   둘째 편에는 할머니 권 씨 부인의 내방가사로 일생의 회억사와 선유가, 화전가다. 세시풍속에 따른 나들이를 노래하고 영욕의 세월을 술회한 고어 흘림체 문장을 현대어로 바꾸어 후손들이 일독할 수 있도록 엮어냈다.

   문장마다 역사적인 사자성어와 고어의 품격이 신사임당을 방불케 한다. 세월을 잘 타고나셨더라면, 훌륭한 여류문필가의 반열에 올랐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셋째 편은 고조부 의산공의 의산유고 편이다. 칠언율시의 한시와 제문 등 우리 시대 언어를 곁들여 실었다.



   넷째 편은 갈운정 초이며 상량문과 낙성식 때의 내외 축하객의 예찬 시 중 상징적인 몇 수를 골라 실었다.  

 

   다섯째는 가족 간 서찰을 올려 화목하고 반듯한 진성이 씨 가문의 예절을 엿보여준다. 부록으로는 세봉처사 가사집과 권 씨 부인 가사집과 편지 제문 등 영인본이 수록되었다.


   함벽당 주손 이기춘 씨는 선친의 유지를 받들어 4대에 걸친 각종 문서를 정리하여 유고집을 편찬했다. 그 옛날 한시와 고어를 우리 시대 언어로 재해석하기까지 어려움이 많았을 것 같다. 그의 집념과 효성이 작금의 핵가족시대를 사는 뭇 자손들에게 시사하는바가 많아 큰 귀감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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