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시험지는 우리나라 시험 제도 중 사지선다형의 폐해다. 주관식 문제는 아예 풀어 본 적이 없으니 위와 같은 웃픈 답이 나온다. 그런데 요즘 청문회 과정을 보면, 사지선다가 아니라 바야흐로 양자택일(O, X)로 간다.
후보자는 "네, 아니오"로만 답하세요. 구체적 설명을 할라치면, "네, 아니오로 답하세요."를 열 번 스무 번 외쳐댄다. 그래야 국민이 보고 잘 싸운다고 찍어준다는 생각이다. 어차피 답정너인데, 시간은 자기 말로 채우고 스포트라이트는 자기만 받고 너는 "네, 아니오"로만 답하란다. 그 음흉한 속내야 쩍 하면 입맛이고 쿵하면 호박이다. 지난번 총선 결과를 보니, 악행으로 뉴스에 오르내렸던 자도 깃대만 꽂으면, 무조건 찍어준 현상이 나타났다. 대한민국에서 국회의원이 되자면, 어릴 때부터 싸움 학원엘 다녀야 할 것 같아 고개가 갸웃해진다.
법인카드로 파리바게트 4,000원이 쟁점이다. 후보자는 결코 사적으로 쓰지 않았다고 단호박이다. 휴일 아침 7시에 어째서 4,000원어치 빵을 샀느냐는 거다. 휴일에 골프장 가는데, 기사가 출근했으므로 조식대용으로 빵을 샀겠거니 생각하는데, 질문자는 "너네 식구가 먹었잖아." 이런 분위기다. 만약 기사 사줬다고 했다간 몰매가 기다린다. 갑질이다, 직원 학대다, 인력 낭비다, 갖가지 죄명을 뒤집어 씌울 것이 뻔하다. 그러니 그냥 사적으로 쓰지 않았다고만 한다.
한 달에 천만 원이 넘는 세비를 받으며, 기껏 하는 일이 탄핵 아니면, 정부 관료들 망신주기다. 벼룩도 낯짝이 있고, 빈대도 콧잔등이 있는 법인데, 파리바게트 빵값 4,000원으로 참이냐 거짓이냐 따지는건 저 아랫녘 서점아저씨 버전으로 좀스럽고 비루하다. 좀더 거국적이면 어떨까하는 아쉬움이 있다. 적어도 4조원 정도는 되어야 싸울맛이 날텐데~~ . 후보자의 뇌구조에 이상이 있다고 했다가 아주 혼줄이나는 최민희 위원장! 시청할수록 흥미롭다.
지금 시중에는 위메프와 티몬 사태로 피해자들이 이 더위에 긴 줄을 서고 있는데, 민생은 뒷전이다. 오로지 권력 착취에 눈이 멀어 반대를 위한 반대만 한다. 한 사람 죄인 만들기는 누워서 떡먹기다. 그러나 후보자가 절대 밀리지 않는 담대함이 볼거리를 더 재미있게 한다. 후보자는 인상착의부터 카리스마가 철철 넘치고 당차다. 이 정도의 여전사라면, 법카 좀 썼더라도 그냥 용서해주고 싶다. 청문회가 이틀을 넘긴 유례가 없는데, 오늘이 사흘 째니 누가 하나 쓰러져야 끝장날 모양이다. 그러나 후보자는 아직 끄떡없다. 어떤 직원은 복통을 호소해서 119를 타고, 어떤 이는 본인 탄핵 소추를 발의하자 심장 스탠스가 잠시 작동을 멈추므로 건강 염려증으로 일찌감치 사표를 제출했다. 이게 그렇게 사람 목숨을 좌지우지할 사안일까. 한국전쟁 때 죄우익으로 갈라진 것보다 더 심하다. 이 카오스 사태는 얼마나 오래갈지 짜증과 함께 피로도가높다.
바야흐로 교육부에서는 수능 문제를 양자택일로 조정해야겠다. 학원가에도 엄청난 혼란이 오겠지. 사지선다형으로 공부한 수험생은 다시 (O, X ) 문제로 공부해야겠지. 국회의원이 되려면, 싸움을 잘해야 하고, 목소리가 커야 하고, 웅변 학원을 다녀야겠다. 정부 관료가 되려면, 양자택일 문제를 잘 풀어야 하고 손가락을 조심해야 하고, 골프나 술은 가까이하지 말고, 시계불알처럼 정확한 길만 왔다 갔다 해야 한다. 그리고 성심당 빵은 절대 먹지 말아야겠다. 나도 누가 대전에 간다면, 성심당 빵을 사 오라고 부탁하는데, 절대 그리해서는 안 되겠다. 맙소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