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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 속의 나를 만나는 곳, 생각의 오두막

by 소봉 이숙진

고요 속의 나를 만나는 곳, 생각의 오두막



세상은 시끄럽다. 눈을 뜨는 순간부터 수많은 알림이 쏟아지고, 거리엔 사람들의 발걸음과 자동차의 경적이 뒤엉킨다. 뉴스는 끊임없이 사건을 전하고 SNS는 타인의 삶을 실시간으로 들여다보게 한다. 나는 그 속에서 점점 작아지고 흐려진다. 내 생각도 내 것이 아닌 것처럼 느껴지고, 나의 감정은 타인의 기준에 따라 흔들린다.

그런 나에게 빌 게이츠의 「생각의 오두막」은 하나의 구원처럼 다가왔다. 그는 매년 일주일간 외부와 단절된 오두막에 들어가 수십 권의 책을 읽고 깊은 사색에 잠긴다고 했다. 그곳에는 인터넷도, 회의도, 전화도 없다. 오직 책과 노트, 그리고 고요함만이 존재한다. 나는 그 이야기를 듣고 마음속에 작은 불씨가 피어오르는 것을 느꼈다.

나도 그런 공간이 필요하다고.

나도 그런 시간이 간절하다고.


팩트풀니스.jpg (빌게이츠가 추천한 책)


한 번은 시간에 쫓겨 급하게 원고를 보내야 하는 일이 있어서 손 전화기를 꺼 두고 작업을 했더니, 하필이면 그날 아들 둘이 리조트를 예약했다며, 번갈아 전화를 해댔다. 종일 연락 안 되니 별별 궂은 상상을 다 하다가, 결국에는 여기저기 전화하고 이웃에 있는 이모가 집까지 와서 벨을 누르는 일이 벌어졌다. 그러니 더불어 살아가는 일상에서는 전화를 꺼 두지도 못하고 잡념이 생겨 오롯이 집중이 안 되니 내 시간이 많이 허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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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오두막은 단순한 물리적 장소가 아니다. 그것은 내면의 피난처이며 사유의 성소다. 그곳에서는 내가 누구인지, 무엇을 원하는지, 어떤 삶을 살아가고 싶은지를 묻는다. 아무도 대답을 대신해 주지 않고 아무도 판단하지 않는다. 오직 나만이 나를 바라보고 나를 듣는다. 그 고요함 속에서 비로소 나와 마주한다.

나는 그 오두막을 버킷리스트에 올려놓았다. 언젠가 꼭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아무도 없는 산속의 작은 집에서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생각에 잠기고 싶다. 창밖으로 나뭇잎이 흔들리는 소리를 들으며 커피 한 잔을 앞에 두고 아무런 목적 없이 사유하고 싶다. 그 시간은 생산적이지 않아도 좋고 결과물이 없어도 괜찮다. 중요한 것은 ‘존재하는 나’를 느끼는 것이다.


호롱불 램프.jpeg


생각의 오두막은 나에게 회복의 공간이다. 상처받은 마음을 다독이고, 흐트러진 생각을 정리하며, 잊고 있던 꿈을 다시 꺼내 보는 곳이다. 그곳에서는 내가 나를 위로하고 내가 나를 격려한다. 세상의 기준이 아닌 나만의 기준으로 나를 바라본다. 그것은 어쩌면 가장 용기 있는 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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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나는 그 오두막을 갖고 있지 않다. 하지만 마음속에는 이미 그곳이 있다. 책 한 권을 펼치고, 조용한 음악을 틀고, 손 전화기를 꺼두는 순간, 나는 잠시나마 그 오두막에 들어간다. 그리고 그 짧은 고요 속에서, 나는 조금씩 회복된다.


참새잡이.jpeg


언젠가 진짜 그 오두막을 짓고 싶다. 나무로 된 벽과 작은 창, 책장이 가득한 방, 그리고 나만의 사색이 흐르는 시간, 그곳에서 나는 나를 다시 발견하고, 세상을 다시 바라볼 것이다. 생각의 오두막은 결국 더 깊이 살아가기 위한 나의 다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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