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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돈이 되는 직업군

by 소봉 이숙진


손위 친지들과 오찬 자리가 있었다. 구순 어른인지라 댁에서 가까운 라그랄리아 판교점을 택했다. 판교역에서 나오면 바로 카카오 건물이 있고 건물 1층에 로비도 잘 꾸며져 있고 내부도 아주 깨끗하고 조용했다. 일단 샐러드와 리조또와 토마토 스파게티와 피자를 주문했다. 스테이크를 주문할려니 모두 반대한다. 맥주를 세 잔 시켜 다섯잔으로 나누고 보니 메뉴가 너무 단조롭다. 키오스크로 추가 주문하는데, 서툴러서 잘 안 먹힌다.

피자가 양이 많아 추가 주문을 포기한다. 즐겁게 식사 후 디저트로 티라미수를 먹고 커피를 주문하니, 어른들이 집에 가서 커피 마시자고 하셔서 카카오 택시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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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불러놓고 외투를 입는데, 벌써 도착했다고 연락이 와서 조금 시간이 걸린다니까 다시 호출하라고 하면서 지나가 버렸다. 아무래도 연세가 있으시니 외투에 머플러까지 챙기는데 시간이 5분 정도 걸린다. 다음부터는 준비를 끝내고 밖으로 나와서 호출해야겠다고 다짐하며, 다시 부른 택시 번호를 잊을세라 되뇌이며 기다렸다.


약 1분 정도 기다리니 차가 스르르 우리 앞에 멈췄는데, 두상이 대추 씨처럼 길쭉하고 뾰족하게 생긴 기사가 빨리 타라고 성화다. 노인이 동작이 좀 굼뜨니, 그렇게 빨리 승차하기는 무리다. 필자가 조수석에 타야 하는데, 어쩌다 보니 구순 오라버니가 조수석에 앉게 되었다. 여기는 버스 정류장이라 오래 서 있으면 안 된다고 구시렁거리며, 안전벨트 빨리 매라는 짜증 섞인 목소리가 낯설다. 뒷자리 우리도 엉겹결에 안전벨트 찾느라고 분주하다. 오라버니께서는 다행히 귀가 약간 잘 안 들려서 못 들으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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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한 성깔로 치면, 뒤로 가라면 서러운 필자가 참아내는 게 고역이다. 다행히 못 들으신 것 같기도 하고 시끄럽게 하면, 더 씁쓸하실 것 같아서 “죄송합니다.”하고 사과하고 말았다. 바쁜 세상을 살다 보니 경우가 틀려 어처구니 없지만, 역으로 사과할 때도 생기는 세상이다.

카카오로 택시를 불렀으니, 도착지와 요금 정산이 끝났으므로 그는 시간 싸움에 돌입한 거다. 택시 두 대로 움직였는데, 우리가 15분 먼저 도착했다. 뒤에 온 차는 그 지역 택시라고 한다. 요금이 얼마 나왔냐고 물었더니, 1,100원 차이가 난다. 역시 카카오가 지름길로 온 것 같다. 요즘은 택배나 배민도 시간 싸움이라 엘리베이터 문이 천천히 닫히면, 기사들이 엄청 짜증 낸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서 고개를 주억거리게 된다.


역시 내가 잘 참아냈다는 생각에 뿌듯하다. 그를 야단쳤으면, 그나 나나 종일 기분이 좋지 않았을 것이니까.

“인내는 쓰다, 그러나 그 열매는 달다.” 다시 되새기는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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