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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풀니스』 책을 읽고

by 소봉 이숙진


이 책은 우리가 세상을 얼마나 잘못 인식하고 있느냐는 통계와 심리학을 통해 날카롭게 짚어준다. 『팩트풀니스』는 스웨덴의 의사이자 통계학자인 한스 로슬링이 아들 올라 로슬링과 며느리 안나 로슬링 뢴룬드와 함께 집필한 우리가 세상을 오해하는 10가지 본능을 중심으로 사실에 기반한 세계관을 제시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내가 얼마나 많은 편견과 선입견에 사로잡혀 있었는지를 깨달았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근본적으로 재정비할 수 있었다.

책은 먼저 간단한 퀴즈를 제시한다. 세계 인구 중 극빈층의 비율이나 여성의 교육 수준 같은 질문인데, 대부분 사람은 놀라울 정도로 낮은 점수를 받는다. 이는 우리가 미래나 과거의 인식에 기반해 세상을 지나치게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증거이다.

이 책을 통해 내가 가장 크게 느낀 점은 ‘느낌’보다 ‘사실’을 우선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회 문제나 국제 이슈를 바라볼 때 감정적 반응보다는 데이터와 근거를 바탕으로 사고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저자가 생애를 바쳐 세계의 오해를 바로잡고자 했던 점에서 깊이 감동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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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나 아시아에서 공중보건 활동을 하며 직접 데이터를 수립하고 이를 바탕으로 세계가 실제로 얼마나 발전하고 있는가를 알리기 위해 노력했다.

솔직히 우리는 얼마나 자주 오해하는가? 처음에는 통계 이야기라니, 좀 딱딱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첫 장을 넘기자 바로 내가 얼마나 많은 착각 속에서 살고 있었는가를 깨달았다. 특히 ‘크기 본능’과 ‘단일 관점 본능’은 내 독서 습관과 취미 활동을 반성해 보게 만들었다. 크기 본능은 어떤 수치나 사건을 맥락 없이 받아들이는 경향을 말한다. 예를 들어, 매년 400만 명의 아기가 사망한다는 문장을 들으면, 우리는 그 숫자의 크기에 압도되어 세상이 끔찍하다고 느낀다. 하지만 책은 이 수치가 과거에 비해 얼마나 줄어들었는지를 알려주며, 맥락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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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종종 기사 제목이나 눈에서 본 단편적인 정보에 근거해 세상을 비관적으로 바라보곤 했다. 하지만, 이제는 “그 수치와 전체 중 어느 정도일까?”“과거와 비교했을 때 어떤 변화가 있었는가?”를 먼저 묻는 습관을 들이게 되었다. 또 하나 인상 깊었던 본능은 ‘단일 관점 본능이다.’ 나는 하나의 설명이나 관점에만 의존해 세상을 해석하려는 경향이 있다. 특정 작가의 시선이나 한 가지 이론에만 기대어 해석하는 경우다. 이 책은 다양한 관점과 데이터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지도 일깨워준다,

이후로는 책을 읽을 때도 “이건 어떤 배경에서 쓰였을까?” “다른 나라 문화에서는 어떻게 받아들일까?” 같은 질문을 던지며, 더 입체적으로 사고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단순히 세상이 생각보다 괜찮다는 낙관을 주는 책이 아니라, 오리려 우리가 얼마나 자주 쉽게 오해하는지를 보여주며, 그 오해를 줄이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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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취미 속에서 발견한 사실의 힘이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놀라웠던 점은 내가 좋아하는 여행과 사진, 요리 같은 취미 속에서도 얼마나 많은 오해와 편견이 숨어있었는지도 깨달았다. 한스 로슬링은 우리가 세상을 잘못 인식하게 만드는 10가지 본능을 소개하여 그중 몇 가지는 내 일상과 깊이 연결되어 있었다.

둘째, 사진과 극적 본능이다.

사진을 찍을 때 나는 종종 극적인 장면을 찾는다. 붉은 노을, 눈물 흘리는 아이, 낡은 골목 등등이다. 이미지들은 강한 감정을 불러일으키지만, 이 책에서는 그런 극적인 장면들이 전체를 대표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책을 읽고 나서부터는 사진을 찍을 때도 “이 장면이 전체를 왜곡하지는 않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된다. 아름다움 뿐 아니라 평범함 속의 진실을 담고 싶어졌다.

셋째, 여행과 ‘단일 관점 본능’

여행하며 현지 문화를 접할 때 나는 종종 ‘이 나라 사람들은 이렇다.!’는 식의 단순한 결론을 내리곤 했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단일 관점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강조한다. 한 나라에도 다양한 계층, 지역, 문화가 존재하며, 하나의 시선으로 전체를 판단하는 것은 위험하다. 이제는 여행할 때도 더 다양한 사람과 대화하고, 여러 관점을 수용하려 노력하고 있다.

넷째, 요리와 ‘크기 본능’

요리하며 식재료의 원산지를 살펴보면, 종종 ‘이 지역은 가난해서 좋은 재료가 없을 것’이라는 편견을 가졌던 적이 있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크기 본능, 즉 숫자나 단편적 정보에 압도되어 전체 맥락을 놓치는 경향을 경계하라고 말한다. 실제로도 개발도상국에서 고품질의 식재료가 생산되고 있으며, 그 지역의 식문화는 풍부하고 다양하다. 요리를 통해 세계를 이해하는 시선도 더 넓어졌다.

『팩트풀니스』는 단순한 통계 책이 아니다. 내가 좋아하는 취미 속에서도 사실에 기반한 세계관을 갖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워주는 책이다. 나는 앞으로 어떤 정보를 접하든 먼저 그 사실이 근거가 있는지 내 인식이 왜곡되어 있지는 않는지를 되묻는 습관을 들이기로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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