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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암미술관 '옛돌정원' 이우환 상설전시 오픈

by 소봉 이숙진

현재 호암미술관에 루이즈 부르주아의 개인전이 한창이다. 미술관 입구에 <이우환의 조각 설치 작품 상설전시>라는 안내가 쓰여 있다.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그 유명짜한 이우환 작가라니 이게 웬 횡제인가라는 생각이 든다. 특검팀이 그 비싸다는 이우환 작가의 그림을 진품이니 가품이니, 뇌물이다 아니다의 시시비비로 떠들썩했으니 구미가 확 당겨진다. 미디어란 이렇게 미술계에 아웃사이더인 필자에게도 여러 가지 관심과 효과를 준다.


이우환(안내판).jpg

호암미술관 희원의 호수 건너편에 얕은 구릉지 산책로 '옛돌정원'의 안내 표시를 따라 산책로를 찾아들었다.


이우환((새로움 안내).jpg


입구에 <관계항-만남>이라는 지름 5m의 스테인리스 스틸 링 구조 작품이 보인다.



이우환(만남 정면).jpg

<관계항-만남>2025. 스테인리스 스틸. 자연석. 자갈. 이우환 사진 이숙진

이우환(만남 측면).jpg

<관계항-만남>2025. 스테인리스 스틸. 자연석. 자갈. 이우환 사진 이숙진

이우환(만남 뒷면).jpg

<관계항-만남>2025. 스테인리스 스틸. 자연석. 자갈. 이우환 사진 이숙진


정면과 측면 그리고 뒷면에서 찍어 본 작품이다. 조각 설치 작품은 보는 각도에 따라 해석이 다르니까 장소를 이동하여 찍어 보았다. 이우환의 미술 세계는 '존재, 무, 사이, 만남'이라는 개념으로 요약되며, 인간과 자연, 사물이 맺는 관계를 탐구한다. 바닥을 장식한 하얀 물체는 입자가 고와서 자세히 보니 흰 자갈이다.

이우환(만남설명).jpg


호숫가로 내려오자 수양버들이 휘휘 늘어져 운치를 뽐내며 관람객의 마음을 적신다.

옛돌정원은 호수를 바라보는 경사진 구릉의 자연 지형을 최대한 살려 관람객이 굴곡진 산책로를 걸으며 매 순간 새로운 풍광과 작품을 발견하는 경험을 제공한다. 시원하게 트인 호수 조망과 지형의 리듬, 작품과 주변 풍경이 상호 호응하여 특별한 감동을 선사하고 관람의 깊이를 확장한다.


이우환(엣골정원 호숫가).jpg

(2025. 11. 9. 사진 이숙진 )


좌측으로 돌아가니 20m의 슈퍼 미러 스테인리스 스틸판과 돌이 어우러져 '하늘길'이라 명명하는 작품이 있다.

관람객의 위치에 따라 거울에 반사되는 풍경이 달라지고 바닥을 걸으면, 하늘 위를 걷는 것과 같고 비행기에서 내려다볼 때의 구름 같다.

이우환(하늘길 풍경).jpg

(<관계항-하늘길> 2025. 스테인리스 스틸. 자연석. 이우환 작품 사진 이숙진)


이우환(하늘과 돌길).jpg

(<관계항-하늘길> 2025. 스테인리스 스틸. 자연석. 이우환 작품 사진 이숙진)


이우환(하늘길설명).jpg


<관계항>은 이러한 철학을 시각화한 대표작으로 돌과 철판, 유리 같은 이질적인 재료를 결합해 자연과 문명의 관계를 드러냈다. 이는 인위적인 구성을 피하고 인간과 사물이 서로 주체이자 대상이 되는 세계의 본모습을 표현하고자 했다.

이우환은 1970년대 일본 모노하의 이론적인 리더이자 한국 미술의 중요한 자극원이 되었으며 , 아시아와 유럽 미술계에 충격을 주고 세계를 잇는 교량 역할을 해 온 것으로 평가된다. 그의 탐구는 1990년대 이후 많은 평론과 논문, 그리고 세계유수의 미술관에서 열리는 전시회를 통해 계속해서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모노하는 돌, 흙, 나무 등 자연물을 순간적으로 배열해 세계의 열린 구조를 드러내는 운동이다.

서구의 오브제 미술과 달리 작가의 개입을 최소화하고 사물 그 자체의 존재성을 드러내고자 했다.


하늘을 쳐다보니 보기 드문 구름이 평화로운데 곧 낙조가 보일 듯이 약간 불그레 해지고 기온이 뚝 떨어지기 시작한다.

이우환(낙조).jpg


하늘길에 심취한 나머지 일행을 따라가지 못해 나머지 하나는 보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 일행을 놓쳐서 막 뛰어가다가 아들에게 도촬 당하고, 어둑어둑해지니 그냥 내려가자고 해서 억지춘향으로 내려오고 말았다.



이우환(도촬 달리기).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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