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단의 재발견 - 연주 감상
Re-프로젝트 장단의 재발견
<Unselected ambient loops 25-25>
작곡 이하느리 | 지휘 최수열 | 연주 서울시국악관현악단
장소: 세종문화회관 M시어터
기간: 2025년 6월 26일
쉴 틈 없이 몰아치는 박자에 휩쓸려, 어느새 나는 발 달린 짐승이 되어 정글 속으로 뛰어든다. 곧 도달한 사막 위에서는 긴 꼬리 달린 도마뱀이 되어, 타들어가는 메마른 모래 위를 느릿느릿 힘겹게 기어간다. 이내 장대비가 쏟아져 아지랑이를 식힌다. 검푸른 정글은 빗소리로 가득 차고, 거대한 구름이 지나간 뒤 사막과 정글은 화해한다.
야생의 긴장 속에 잠시 찾아온 평화, 그리고 경쾌한 '박'소리와 함께 돌아온 자연의 품. 가을비가 촉촉이 내리는가 싶더니, 곧 자비 없는 야생이 우리를 다시 내동댕이친다. 뒤틀린 자연과 마주하는 것은 고통스럽지만, 마침내 봄이 돌아온 듯 생명력으로 가득한 공간. 사방에서 울어대는 생명의 박동을 끊은 건, 지휘자의 절도 있는 한 번의 ‘탁!’ 소리였다.
이름 없는 동물이 되어 사계절을 누비고 돌아온 기분, 음악이 멈출 때까지는 어떤 구속도, 정답도 없는 자유다. 이하느리의 신작 Unselected ambient loops 25-25는 정글의 숨소리로 가득했다. 빗줄기 사이를, 혹은 뜨거운 태양볕 속으로 다시 달려 나갈 생명력을 얻기에 충분한, 세심히 정제된 자연의 거친 숨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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