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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수 Aug 27. 2020

"너무 싸서 놀란 게 아니라 제 목소리에 놀라셨어요?"

동네 슈퍼의 마케팅

우리 동네에는 '예스마트'라는 작은 마트가 있다. 사실 마트라고 하기도 애매한, 동네 슈퍼마켓 정도의 크기다. 삐뚤삐뚤 손글씨로 쓴 가격표가 붙어 있고, 빛바랜 인쇄지가 파격 할인을 알리고 있다. 겉보기엔 후줄근한 가게인데 늘 사람이 복작복작하다. 바로 옆에 널찍한 롯데슈퍼가 있을 때에도 늘 사람이 많았다. 아니, 예스마트에 사람들이 줄 서서 계산할 때, 롯데슈퍼에는 그 넓은 매장에 직원 한두 명과 나뿐인 적도 있었다. 얼마 전, 롯데슈퍼는 문을 닫았다. 일본 불매 운동의 영향인지 예스마트의 힘인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다윗이 골리앗을 이긴 것이다.


하나하나 손글씨로 적힌 이름과 가격


롯데슈퍼가 사라진 자리에는 또다시 큰 할인마트가 들어왔다. 하지만 예스마트에는 여전히 사람이 복작복작하다.


"앞다리살이 한 근에 3500원!" 정육코너 아저씨(코너라고 해 봤자 가게 안쪽의 작은 쇼케이스 냉장고이고, 사실 야채나 과일까지 모두 담당하신다)가 큰 목소리로 외치자 할머니가 "아이고, 깜짝 놀랐네!" 하신다. 아저씨는 "놀라셨어요?" 하시더니, "가격이 너무 싸서 놀라신 게 아니라 제 목소리가 너무 커서 놀라셨어? 너무 싸서 놀라신 줄 알았네. 다음부터는 신호 보내고 외칠게요잉."하고 넉살스레 덧붙인다. 마트 안은 어느새 장 보러 온 아주머니들과 할머니들이 까르르 웃는 소리로 가득 찼다.


"단호박은 다 똑같이 4000원인 거야?" 하는 할머니의 말에 "예, 그러니까 제일 실한 놈으로다가 가져가셔." 하며 맞장구를 치는 것도 아저씨 몫이다. 화장품 가게나 옷가게를 갈 때면 직원들의 관심이 부담스러웠는데, 이상하게 아저씨의 너스레가 싫지 않다.


예스마트에서 자두를 샀다. 자두가 5900원! 8500원 찍혀 있던 걸 5900원 주고 사서 좋아했는데 다시 가니 3900원이더라.


언택트 시대, 우리가 바라는 건 정말 '대화의 단절'일까? 우리는 여전히 사람이 필요하고, 정겨운 대화가 그립다. 계산대에서 흘러나오는 '구매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적립을 위해 바코드를 제시해 주세요'보다, "자, 지금 다시 외칠게요. 신호 보낸 겁니다. 앞다리살 한 근에 3500원!" 하는 외침이 더 반갑게 느껴지는 것은 기분 탓이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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