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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보라 Sep 02. 2024

더 이상 옷, 가방, 신발을 검색하고 구입하지 않는다.

오늘이 1일이다. 100일 동안. 선물은 무얼로? ㅋㅋㅋ

오늘도 아침에 침대에 누워서 스마트 폰을 들었다. 지금 몇 시인지 시간만 보고 내려놓았어야 하는데, 밤새 일어난 일들이 왜 궁금한 건지. 요즈음 내가 버리고 싶은 나쁜 습관 중에 넘버원이다. 정말 아무리 결심을 해도 어쩔 수가 없다. 내가 이렇게 약한 인간이었나 싶다. 오래 버티지 못하고 하루도 넘기지 못한다. 어떤 특단의 조치가 필요할 듯하다. 


SNS가 싫은 건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보내게 되는 시간 때문 만은 아니다. 자꾸 소비를 한다. 무얼 자주 사게 된다는 것이다. 


어느 날 인가. 택배 배송 문자가 몇 개 연달아 오는 날이 있다. 어떤 물건이 오는지 생각이 나지 않는 황당한 경우도 허다하다. 이런 경우에는 며칠 전 나의 심리상태가 정말 엉망이었다는 걸 나타낸다. '도대체 며칠 전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한심한 나에게 화를 내도 이미 때는 늦었다. 


가을바람이 솔솔 불고 하늘의 색이 변하고 있는 지금이 어쩌면 가장 위험하다. 작년에도 나는 헐벗지 않고 제대로 챙겨 입고 다녔다. 그런데 왜? 잠시 정신을 놓으면 새 옷, 신발, 가방을 검색하고 있는 걸까? 하루에 하나씩 들고, 신어도 거뜬히 꽤 오랜 시간을 버틸 수 있는 물건들이 집에 있다. 그것도 다행히 몇 년 동안 진행된 미니멀리즘으로 정리가 되어서 이 정도다.


나를 미니멀리즘에 빠지게 한 사진이 한 장 있다. 일본의 어떤 남자의 아파트였는데, 정말 아무것도 없다. 텅 비어버린 방. 침대도 탁자도 없는 방에, 희고 텅 빈 벽이 있는 그런 모습이었다. 부엌 싱크대에는 딱 한벌씩의 식기류가 있고, 옷장도 텅텅 비어서 옷과 옷사이의 공기가 흐르는 옷들이 숨을 쉬고 있었다. 그중 제일 내 맘에 쏙 들어온 것은 빈벽이었다.


그때 내 눈에 들어온 우리 집은 빈벽이 없었다. 옷장이 침대가 책상과 책장이 소파가 어느 벽에도 기대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나의 벽을 비게 하는 게 어려운 일이구나. 그 후로 나는 꽤 오랜 시간 동안 매일 20리터 봉투 한 개를 버리기 시작했다. 그냥 집에서 나가는 날이 없이 항상 내 손에는 쓰레기봉투가 들려있었다. 그 결과 나는 꽤 많은 물건에서 해방되었다. 가장 만족감이 큰 것은 계절마다 박스에서 행거로 옷을 정리하는 일이 없어진 것이다. 내가 입을 수 있는 사계절 옷은 모두 행거에 걸려있다. 몇몇의 속옷과 티셔츠를 제외하고는. 


그 후 가끔 앞으로 1년 동안 옷, 가방, 신발을 구매하지 않겠다는 결심을 하곤 했었다. 번번이 그 결심을 성공을 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과정에서 어느 정도 도움이 되었다.



이런 내가 얼마 전 겪은 큰일로 소비가 확 늘어버렸다. '하고 싶은 건 하고, 사고 싶은 것도 지금 사자. 인생 별거 없다.' 하는 그런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고삐가 풀린 말처럼 이런저런 소비가 시작되었고, 재활용 쓰레기를 버리는 날에는 박스가 넘쳐났다. 슬슬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미니멀리즘을 한번 해본 후 변했다. 물건이 많으면 힘이 든다.


소비가 늘어날수록 나의 SNS에는 엄청난 물건들의 안내가 시작되었다. 어찌 알았는지 정말 잘도 알려준다. 검색을 하기가 무서울 정도다. 나도 모르는 나의 취향과 내가 찾고 있는, 곧 관심을 가질지도 모르는 물건들을 정말 자세하게 영상과 함께 보여준다. 그들의 안내에 따라서 끌려다니다 보면, 시간이 통째로 없어진 것 같다. 정신을 차리고 나면 이건 뭐지? 나 머 하고 있었나. 정상 모드로 오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이건 아니다. 이제 브레이크를 걸어야 한다.


그래서 나는 오늘 이런 결심을 하게 되었다.

오늘부터 옷, 신발, 가방, 문구류, 그림도구 같은 것들을 검색하지 않고 주문하지 않는다. 우리 집에 배달이 올 수 있는 건 먹거리뿐이 되는 거다. 물론, 전시회나 여행 등에서 직접 눈으로 보고 사는 것은 막지 않는다. 이 부분은 나의 선택을 믿어도 된다. 그 행복도 크니까.



오늘이 1일이다. 

나의 SNS 추천은 어떻게 변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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