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하늘사진 100일 100장의 사진남기기
첫날의 설렘을 뒤로하고 매일 하늘 사진을 찍기 위해서 밖으로 향했습니다.
매일 하늘 사진을 찍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부터 이상한 증상들이 생겨났습니다.
일기예보 검색을 자주 합니다. 날씨에 따라서 하늘이 보여주는 색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비가 예보되어 있으면 덩달아 약간 우울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곧 '내일은? 하늘이 예쁘겠네.' 하며 비 온 다음 날의 예쁜 하늘을 기대하기도 해 봅니다.
아침에 눈을 뜨고 창밖을 보며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하늘의 모습을 확인합니다. 맑은 날의 푸른 하늘은 활기찬 기운을 불어넣고, 흐린 날의 구름 낀 하늘은 차분한 하루를 예고합니다. 비 오는 날의 회색빛 하늘은 평온함과 차분함을 선물합니다. 미묘한 하늘의 작은 변화에 기분이 달라지기도 합니다.
가장 큰 이상 행동은 걸으면서 운전하면서 하늘을 힐긋거리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그것도 아주 자세하게 봅니다. 길을 가다가, 카페에 앉아서 멍하니 하늘을 보고 있기도 합니다. 저 멀리 예쁜 하늘이 있으면 '좋겠다. 부럽다. 저기가 여기서 먼가? 가볼까?' 이런 생각마저 듭니다. 하늘에 있는 구름도 자세히 봅니다. 구름의 모양이 이렇게 다양한 줄 그동안은 몰랐습니다. 동물 모양인 구름을 보면 '사진 위에 그림을 그려볼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특정 글씨가 나타나기도 합니다. 이 구름이랑 저 구름을 모으면 이 문장이 되겠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하늘의 구름을 재구성 해보기도 합니다.
지난날 하늘을 이렇게 자주, 자세히 본 적은 없습니다. 항상 머리 위에 있는 하늘을 조금만 시선을 위로 향하면 보이는 그 하늘을 그동안은 보지 못했습니다. 지난봄의 하늘을 눈에 담지 못하고 사진에 남겨놓지 못한 것이 아쉽습니다. 얼마나 멋있는 하늘이 있었을까요?
어느 날은 우연히 빨래를 널다가 눈에 들어온 하늘의 색이 너무 예뻐서 카메라를 들고 밖으로 나가게 됩니다. 그 색이 없어지거나 달라지면 큰일이 날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빨래를 다 널지도 못하고 사진을 찍었습니다. 집으로 돌아왔을 때 남아있는 널지 못한 빨래를 보면서 '머지?' 하며 피식 웃음을 지었습니다. 사진 한 장 찍기가 나를 이렇게 바꾸어 놓는구나.
하늘을 보기 위해서 지하철보다는 버스를 타고 이동합니다. 가끔은 외출 후 집 앞 정류장까지 오지 않고 미리 내려서 꽤 먼 거리를 걷게 됩니다. 하늘을 보고 싶었고 예쁜 사진을 찍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어느덧 근사한 하늘 사진을 찍는 일이 하루 중에 아주 중요한 일이 되어 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