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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eimoriho May 21. 2023

꿈의 부스러기

#6 그녀를 정말로 죽이고 싶었다.









지난밤 꿈이 문제였다. 여름 나무를 기어오르는 얇은 뱀처럼 교활한 눈빛을 지닌 그녀가 내 무의식 속으로 스멀스멀 침투하더니 아무도 모르는 사이 내 목을 조르려 한 것이다. 아니 가까스로 목을 조르기 직전에 일어났다. 꿈이라는 걸 알았을 때는 그녀를 정말로 죽이고 싶었다. 분명 목을 졸린 것처럼 아팠다. 도저히 누워있지 못할 만큼 갈증이 느껴져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돌려 보니 친구들은 모두 잠들어 있었다. 창문으로 들어온 은색 실바람이 에어컨 바람과 뒤엉킨 새벽이었다. 바깥소리가 희미하게 들렸다. 구식 에어컨과 연결된 거대한 회색 호스는 바깥과 연결되어 있어 우리는 내내 창문을 닫지 못했다. 은근한 불편을 주던 기계 소리와의 동침이 계속되고 있었다.


옆에서 자고 있는 M이 깨지 않도록 조심스레 일어나 소파베드를 넘어갔다. 스프링이 삐걱거리고 이곳저곳에 펼쳐 놓은 캐리어가 눈엣가시처럼 여겨졌다. 부엌에서 가져온 티백을 뜯어 잔에 넣고서 차가 우러나기를 기다리는 동안이 어떤 종교적 의식과도 같이 신성하게 여겨졌다. 의자에 앉아 의식적으로 날숨을 뱉었다.

- 날숨은 죽음이에요.  저명한 교수의 강연을 들으며 노트에 적었던 문장. 날숨은 죽음이다. 살아있는 매 순간을 소중히 여기라는 그의 뜻이었다. 비행기가 떨어지는 순간을 생각해 보세요. 추락 도중 땅에 가까워진 비행기 안에서 순간적으로 휴대폰 인터넷이 연결된다면 사람들은 무엇을 할까요?

테러 이후 조사 결과, 비행기 안에 있던 사람들은 한 명도 빠짐없이 자신의 가족과 친구에게 문자를 보냈다고 한다. 사랑한다고. 그때 온 마음을 다해 이해했다고 생각했다.


두고 온 집과 나의 강아지, 엄마와 아빠를 차례대로 떠올렸다. 노트북으로 짤막한 글을 써서 메일을 보냈다. 수신인은 나 자신. 내용은 꿈과는 전혀 상관없는 오렌지 주스에 관한 이야기였다. 얇은 티백 사이로 흘러나온 찻잎의 부스러기를 보았다. 아직은. 식어버린 차를 마셨다. 께름칙함까지 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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