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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G Feb 18. 2022

프로덕티브 Productive  

‘소비하는 자가 아니라 창조하는 자가 되자’가 요즘 나의 모토다. 뭐든 ‘쓰는 것’에 익숙한 내가 만들어 내거나 모으거나 아끼던 기억을 끄집어 내다보면 어린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가게 된다. 그만큼 어른이 된다는 것은 소비에 익숙해지는 것과 같다. 자본주의 세상에서 사업가는 끊임없이 무언가를 내다 판다. 물건도, 무형의 결과물 같은 콘텐츠도. 사들이는 게 무조건 나쁜 건 아니다. 편리하고 때론 합리적이다. 개개인이 모든 걸 직접 만들어 내기도 힘들다. 그런데 소비를 거듭해 나가다 보면 사지 말아야 것도 산다. 사는 것을 쉬어야 할 때도 산다. 그렇게 나는 뭔가를 계속 사들이고 그들은 내가 지속적으로 소비하도록 부추긴다. 쉴새가 없다. 이러한 둘 사이의 관계, 이 간단한 구조가 명백히 존재하는데도 이를 전혀 인지하지 못하거나 무시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마흔 쯤 되니까 이제부터라도 정말 잘 살고 싶다. 잘 살고 싶어서 책을 읽고 공부하면 할수록 소비지향적 삶이 얼마나 지겹고 소모적인 것인가 알게 되는 것 같다. 그러면 이러한 방식을 당장 그만두자. 이제 그만  창조적으로 살자! 여기서의 ‘소비’란 단순히 돈으로 무언가를 사들이는 것에 국한되지 않는다. 내 영혼을 좀 먹는 모든 것들에 감정과 돈과 시간을 투머치(too much) 쏟아붓는 것을 의미한다.


창조적으로 살기 위해서는 먼저 내 삶 자체를 ‘생산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애들 학교 보내고 괜히 쇼핑센터를 기웃거리거나 커피숍에 앉아 쉽게 5달러를 소비하지 않으면서 그 시간에 무얼 할 수 있을까. 사실 이러한 사치도 아이들을 어느 정도 키웠으니 가능한 거였다. 지금 우리 아이들은 훌쩍 자라 학령기다. 시와 때를 가리지 않고 자지러지게 울던 아기, 눈도 못 뜬 채로 기어가던 나. 딱딱해진 젖가슴을 무심히 꺼내 죽는다고 우는 아기에게 입막음하던, 좀비 같은 시절이 나에게도 있었다. 그때 여유로운 쇼핑과 음미하는 커피는 꿈에서나 가능하던 일이었다. 아이들이 학교에 가자 좀비는 사람이 되고... 하교시간이 돌아오기 전까지 죽자고 어디든 뛰쳐나가 자유를 만끽하였다. 그러나 보상심리에 ‘자기애’가 과다 주입되면 부작용이 생긴다. 커피도, 쇼핑도 다 좋지만 그게 내게 진짜 어떤 의미가 있나. 스트레스 해소에 단기적인 효과는 있을지언정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했다. 그것은 되레 부메랑이 되어 스트레스로 돌아오곤 했다.  


그렇게 도전한 것이 ‘브런치’이다. 글쓰기는 단연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다. 그 시간에 나는 글을 생산했다. 내가 생산자가 되고 남이 소비자가 되는 대역전의 사이클이 시작된 것이다! 브런치는 내 프로덕티브 라이프의 첫 단추를 아주 성공적으로 끼우게 해 주었다. 가치 있는 여가 시간을 제공해 주었다.


한편, 최근 해외 유투버들에게는 ‘productive day’, *productive vlog* 콘텐츠가 꽤나 인기이다. 주로 대학생들, 그것도 아주 열심히 사는 대학생들 사이에서 말이다. ‘스터디 위드 미’ 브이로그와 맥을 같이한다. 이런 유튜브를 챙겨보면서 반성을 많이 했다. 요즘 이십 대들은 건강식으로 먹고, 운동도 열심히 할 뿐 아니라 공부도 완전 열심히 하면서 똑똑하게 유튜브로 수익도 챙긴다. 물론 이에 상극인 콘텐츠로 채널을 운영하는 친구들도 있다. 이것은 개인의 선택이므로 내가 왈가왈부할 일은 아니다. 그저 삶을 농도 있게 꾸려가기 위해 나만의 프로덕티브를 찾아가면 된다.


아침마다 ‘프로덕티브’라는 단어가 머리에 꽂혀 가슴이 설렌다. 이것은 좋은 흥분인데, 어쩔 땐 빡세게 살아야 한다는 강박이 나를 짓누르기도 한다. 그런데 사실 전혀 그럴 필요가 없다. ‘생산적’이라는 말이 무엇인가 철학적으로 따져보자면 결코 단순치 않다. 그저 분, 초 단위로 사는 것, 시간을 테트리스처럼 쓰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어떻게 살까? 잘 살아야 한다. 잘 사는 것이 무엇인가? 가치 있는 일(개인의 판단)에 시간을 쏟는 것이다. 수면 시간이 하루 네 시간인 사람과 하루 여덟 시간인 사람 중 누가 더 생산적으로 살았는가? 전자라 쉽게 판단할 수 없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네 시간밖에 안 자고 뻘짓에 열심인 사람들도 아주 많다.

 

프로덕티브 한 매일의 하루가 나를 만든다. 앞으로의 기록들은 나에게 매우 ‘생산적인’ 결과를 가져다줄 것이다. 한치 앞도 예상할 수 없는 고난도 인생이다. 이 파고 속에서 정리되고, 가치 있고, 창조적인 하루를 살기 위해-오늘 하루도, 프로덕티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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