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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G Mar 22. 2022

말 한마디 때문에 feat. ENFP

당신이 생산적이지 못한 이유

이유 없이 화가 나는 날이 있다. 타인에게 한없이 나이스 한 나. 그러나 이러한 나도 욱할 때가 있다는 것을 나를 잘 아는 사람들은 안다. (불알) 친구 정숙이라면, “너는 그냥 성격이 더러운 거야.”라고 말하겠지만, 그렇지만 내가 양아치도 아니고… 더러운 성격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나는 종종 뭐 때문에 화가 났는지 모른 채 화병 난 사람 같은 기분이 든다. 나도 모르는 이유를 주변인들이 알 리 없다. 생리 전 증후군인가 보다, 잠을 못 자서 그런가 넘어간 적도 있다. 그런데 가만가만 되짚어 보니 누군가의 ‘말 한마디’ 때문인 경우가 많았다. 나의 가장 약한 부분을 건드리는 말, 하루를 망칠 정도로 속상하게 하는 말.


나는 ENFP이다. 뛰어난 대화능력과 친화적 리더십의! 하지만 ENFP로 말하자면 쉽게 예민해지는 사람, 지나친 감정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인정에 대한 욕구도 과하다. 자신이 상대의 어떤 말도 다 소화해낼 수 있는 대인배라 착각한다. ‘사람 좋은 사람’이라 나는 화를 잘 내지 않아. 그러나 정작 무례한 상대를 대할 때는 괜찮다가도 돌아서면 감정의 널이 뛴다.


별 이유 없이 열 받는 것 같을 때, 나는 일단 심호흡을 한다. 그리고 오늘 내게 말을 건넨 사람들의 ‘말’을 하나하나 복기해 보는 것이다. 그러면 여지없이 누군가의 뾰족한 말 한마디가, 가슴 정중앙에 명확히 박혀 있다.


나 같은 유형의 사람들은 상대의 말에 민감하면서도 그렇지 않은 척할 수 있으니까 대체로 겉으로는 멀쩡해 보인다. 누군가 마흔이나 먹은 내게, “집은 언제 사려고?”, “너가 미국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지 않아?” 팩폭했을 때도 침 한번 꿀꺽 삼키고는 실없는 웃음으로 대응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상처 주는 말은 사람의 고귀한 하루를 망친다. ENFP라는 종특 상, 나는 쉽게 까먹고 쉽게 다른 일에 집중하기도 하지만 기분 나쁜 감정에 휩싸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감사한 건 단순하기도 해서 화가 난 이유를 찾으면 좀 괜찮아진다는 것이다. ‘아…그래서 오늘 내가 (개)화가 났었구나. 집은 ‘나중에’ 사고, 미국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찾아보면’ 되지 뭐’.라고 생각해버린다. 차라리 이렇게 최대한 빨리 원인을 찾아 평정을 되찾는 게 좋다.  


생산적인 하루 좀 보내겠다는데 사람이 참 나약하다. 체력에 막히고, 의지에 막히고, 감정에 막힌다.

아멘.

(약한 사람은 복수하고, 강한 사람은 용서하지만 현명한 사람은 무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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