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때 살던 집 근처에 유명한 빵집이 있었다. 건물 전체가 빵집이었는데, 1층에는 빵을 파는 매장이고 2층에는 빵을 만드는 공장이었다. 흔한 프랜차이즈 빵집이 아니라서 빵들이 특색 있었다.
나는 빵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기로 했다. 집에서 가깝기도 했지만, 맛있는 빵이 가득한 곳에서 일하면 즐거울 것 같아서였다. 게다가 혹 빵이라도 얻어먹지 않을까? 하는 기대심리도 있었다.
아침에 출근하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갓 구워 나온 빵들을 진열하는 것이었다. 팥빵, 소보르빵, 소시지빵, 도넛 등 각종 빵들이 줄줄이 나온다.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나는 빵에서 나오는 고소한 냄새가 매장 안을 가득 채웠다. 구수한 빵 냄새는 행복하게 만들었다.
갓 구워 나온 빵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얼마나 맛있는지 모른다. 진열하다 실수로 떨어트리거나, 모양이 예쁘지 않게 나온 불량 빵들이 간혹 생기는데, 그때 먹을 기회가 생겼다.
사실 빵집 규정은 매우 엄격해서 알바생이 빵을 먹는 것은 금지였다. 바닥에 떨어진 빵도, 불량 빵도, 마감 후 남은 빵도 절대 먹으면 안 되었다. 진열할 수 없는 빵들은 이유불문하고 모두 쓰레기통에 버리는 것이 원칙이었다.
'당일 만든 빵만 판매합니다.'
이 문구는 아마 이 빵집이 원조일 거라 생각이 드는데, 당시로는 굉장히 파격적인 판매전략이었다. 워낙 유명한 빵집이라 대부분 빵들이 완판 되었지만, 간혹 남는 빵들이 조금 있었다. 그 빵들은 어김없이 버리도록 했다. 알바생들에게 가져가라고 하면 좋을 텐데 늘 버리라고 했다. 상한 것도 아닌 멀쩡한 빵을 버리는 것이 무엇보다도 너무 아까웠다.
빵을 버리는 것이 아깝기도 해서 우리는 cctv와 관리자의 눈을 피해 버려야 할 빵을 몰래 먹기도 했다. 운이 좋은 날은 갓 나온 불량빵을 관리자가 우리 보고 먹으라고 줄 때도 가끔 있었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빵은 갓 나온 빵이라는 것을 그때 알았다.
알바생들은 개점 시간 되기 전에 서둘러 빵 진열을 끝내야 했다. 가게 문이 열리고 손님들이 들어오면 알바생들은 수시로 빵이 떨어진 것들을 확인하고 채워 넣는 일을 했다.
워낙 큰 빵집이라 빵의 종류도 많았고, 매장 안에는 커피나 음료수 등도 함께 팔아 같이 먹을 수 있게 되어 있었다. 음료수 주문을 받아 계산하고 음료수를 내주는 일도 아르바이트생의 일이었다.
여름에는 팥빙수를 팔았는데, 인기 메뉴였다. 팥이나 과일 등을 듬뿍듬뿍 가득 담아서 팔았다. 열심히 팥빙수를 만들었던 기억이 난다. 우리 아르바이트생들은 빵이나 팥빙수가 먹고 싶을 때는 일이 끝난 후 우리 돈을 내고 사 먹었다. 그 빵집은 큰 규모만큼이나 관리도 철저한 곳이었다.
그 빵집은 잘 되어서 그 후 다른 곳에도 분점이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