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수다쟁이 Dec 17. 2023

남편을 위한 한 그릇 저녁(4)

-전복죽-

녹내장이란 병을 검색하다 우연히 전복이 눈에 좋다는 글을 읽게 돼서 전복으로 요리를 한번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꼭 눈이 아니더라도 전복은 여러 가지 건강에 효능이 있긴 하다. 고단백식품이기도 하고 전복 속의 타우린은 혈액순환에 도움을 준다고도 한다. 그래서 고혈압이나 심장병에도 좋다고 하니

가끔씩은 손이 잘 가지 않았던 전복을 장바구니에 담아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동안 해산물에 손이 잘 가지 않았던 이유는

손질 때문이었다. 나이가 들어도 해산물 손질은

왠지 꺼려진다. 사실 나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전복을 어떻게 손질해야는 지도 몰랐고.

내장을 먹어야 하는 음식인지도 몰랐다.

가끔 식당에서 전복죽을 시킬 때 푸르죽죽하게 나오는 전복죽을 보며 "이건 왜 색깔이 이렇지?"

하는 의문을 혼자 품은 적도 있다.


하지만 전복죽의 메인은 전복살보다는 내장에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솔로 닦은 전복의 내장을 잘 분리하고 앞쪽에 숨어있는 이빨을 떼어내고, 분리된 내장을 잘게 썰었다.

참기름에 들들 볶다가 불린 쌀을 넣고 볶았다.

나머지 재료는 중간쯤에 같이 넣고 볶는다.


내가 죽을 끓이는 방식은 물을 조금씩 나눠 넣고

계속 저으면서 끓이는 것이다.

그러면 재료와 쌀이 같이 어우러져 퍼지면서

맛이 겉돌지 않고 자연스레 어우러지는 것 같다.


30분에서 40분 정도 죽을 끓이는 시간은 죽이 이리 튀고 저리 튀고 해서 쉬운 듯 꽤 신경 써서

데지 않게 조리해야 하는 음식이지만

전복 4개에 만원 정도의 비용으로 한 끼를

훌륭하게 차릴 수 있고, 거기다가 영양까지 풍부한 음식이라 꽤나 만족스러운 한 끼가 된다.


가끔 만사가 귀찮을 때 배달음식을 시키고

한 끼를 가볍게 해결하고 난 뒤의 편안함도 있지만

주부로서 좀 게으르거나, 돈이 좀 아깝다거나 하는

불편한 마음도 있었는데  오늘은 가성비 좋게

온 식구 모두가 한 끼를 건강하게 해결했다는

기쁨이 컸다.

그리고 내가 해 준 한 그릇 음식 중 남편도 아이도 가장 맛있게 먹은 한 그릇음식이라 더 뿌듯했다.




작가의 이전글 남편을 위한 한 그릇 저녁(3)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