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배출이 제로인 장보기를 꿈꿉니다. 하지만 대형 마트를 애용하기 때문인지 쉽지 않습니다. 대파 한 단, 애호박 한 개를 구입하려고 해도 포장지와 묶음 끈을 비롯한 여러 개의 쓰레기가 배출되는 게 현실이거든요.
2019년 4월부터 대형마트에서 비닐 사용이 금지되었다는데요, 여전히 낱개의 과일이나 채소를 담아야 하는 곳엔 투명 비닐이 비치되어 있고, 낱개 포장 여러 개가 묶여서 하나의 제품으로 판매되는 것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친환경적인 장보기는 추가적인 비닐 사용을 줄이기 위해서 집에서 사용하는 비닐이나 에코백을 더 챙기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장을 본다고 해도 이미 포장되어 진열된 다양한 식품들은 쓰레기를 배출합니다. 김밥이나 분식 같이 직접 만들어 판매하는 소소한 단품들은 개인 용기를 가지고 가서 담아오기 좋지만, 두부나 콩나물 등의 식재료는 시장이 아닌 다음에야 쓰레기 없는 장보기가 거의 불가능해 보입니다.
재래시장은 멀어서 차로 이동해야 하는데요, 남편 없이 장보기가 힘들기 때문에 오래 지속할 수 있을지 고민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한꺼번에 바꿀 수는 없더라도 자주 사 먹는 식품을 하나씩, 마트를 대체할 곳을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두부를 찾아서.
저희 부부는 두부를 즐겨 먹습니다. 고소한 맛도 좋고 여러 가지 요리에 사용할 수 있으며 포만감을 주는 건강한 식재료이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요 두부는 보통 플라스틱 용기에 담겨 있는 데다가 비닐로 덮여 포장되어 있기 때문에 이중으로 쓰레기를 배출합니다. 자주 구입하는 두부를 일회용품을 제외하고 살 수 있을지 궁금해졌습니다. 그래서 두부 구매 스폿을 한 군데라도 찾아보고자 미리 봐 둔 몇 군데의 상점 '한살림, 자연드림, 농협, 일반 식당'을 순서대로 돌아다녀 보았습니다.
<1> 한살림
한살림은 비영리 생활협동조합으로 유기농 제품을 살 수 있는 곳입니다. 친환경 생산 방법과 의지가 담긴 물품을 우선 공급하기 때문에 제로 웨이스트를 지향하는 저희의 뜻과 조금 결을 같이 하는 곳입니다. 하지만 조합원으로 가입해야 조금 저렴하게 살 수 있는 데다가 거리가 애매해서 거의 들르지 않는 곳이었어요. 그러나 이번 기회에 이곳에서 포장 없는 두부를 발견한다면 기꺼이 이용 할 생각으로 방문했습니다.
열심히 둘러보았으나... 없음. 일반 마트처럼 플라스틱 용기에 포장된 두부만 팔더라고요.
그래도 말로만 듣던 유리병 재사용 운동을 직접 확인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유리병에 든 식재료가 일회용기보다 친환경이라곤 하지만 결국 버려지면 무의미하잖아요. 때문에 사용한 유리병이 순환하는 한살림의 재사용 정책이 호감이 갔습니다. 앞으로 잼이나 젓갈 등을 구입하게 된다면 이 곳 제품을 구매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2> 자연드림
사진은 없는 자연드림. 자연드림 역시 한살림 같은 협동조합입니다. 존재를 몰랐다가 한살림 근처에 있어서 처음 방문하게 됐지요. 동구밭 린스바나 대나무 휴지 등 다양한 친환경 제품을 확인할 수 있었지만 여기서도 역시 플라스틱에 포장된 두부만 찾았습니다.
<3> 농협 하나로 마트
자주 가는 대형마트보다 가까이 있으나 왠지 안 가게 되던 농협 하나로 마트. 지금 동네에 3년 살면서 두부로드 수행일(?) 처음 들어가 봤어요. 그런데 웬걸, 용기를 가져가면 쓰레기 없이 장보기 좋은 곳이더라고요.
당근이나 감자 같은 구황작물부터 청경채, 고추, 상추 등과 같은 채소까지 개별 묶음이 되어 있지 않아 좋았습니다. 등잔 밑이 어두웠다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그리고 여기서 포장 없이 파는 두부를 발견했습니다! 다만 왜 이렇게 저렴한가 하고 봤더니 미국산이고 제품 생산 날짜가 표기되어 있지 않은 데다가 방치되어 뭔가 꺼려지더라고요. 일단 스킵. 농협은 채소를 구입할 때 이용해야겠어요.
<4> 두부 취급 일반 식당
일반 마트에서 구입이 어려우니 조금 생각을 달리했습니다. 두부를 판매하는 식당이라면, 더불어 공산품이 아니라 직접 만들어 제공하는 곳이라면 두부를 별도로 판매하지 않을까 싶었지요. 그래서 남편과 동네의 두부집을 검색하고 메뉴판을 확인했습니다. 대부분 일반 음식 메뉴들이 적혀있어서 전화로 별도 문의를 해야 하나 고민이 되더라고요. 전화는 못 돌리고 이곳저곳 식당의 메뉴를 보다가 모두부를 별도 판매하는 곳을 발견했습니다.
요렇게 플라스틱 용기 안에 담겨서 냉장실에 들어가 있더라고요. 1 개에 5천 원이라 마트에서 사는 것보다 비싸다고 느낄 수 있는데요, 두께가 거의 2배 이상이고 국산인데다 아침에 바로 만든 거라 지불하는 값이 아깝지 않았어요. 가격이 가격인 만큼 모두부의 크기가 얼마인지 가늠이 안되어 큰 용기를 가지고 갔는데 그 선택이 탁월했다 싶기도 했답니다.
지금까지 가져간 용기에 음식을 담아오는 제로 웨이스트 포장법을 실행하면서 두부를 찾은 일이 가장 극적이고 기뻤습니다. 산책 삼아 자전거를 타고 갈 수 있는 곳이라서 날이 조금 더 선선해지거든 남편과 두부 사러 다시 들러보려 합니다.
후기
포장해온 두부를 바로 꺼내 먹어봤어요. 생으로 집어 먹어도 고소하고, 부치거나 찌개에 넣기도 알맞은 단단함이라 아주 흡족했습니다. 커서 얼려두고 찌개를 할 때마다 나눠 먹고 있어요. 얼린 두부는 수분이 빠져나가고 단백질이 6배가 증가한다고 하니 여러모로 이득이 많은 것 같네요.
식재료 마트가 아닌 곳에서 재료를 공수하는 것은 시간을 들여야 하는 조금 번거로운 작업이지만, 이렇게 동네분들이랑 안면을 트고 단골집도 만들 수 있다는 게 재밌기도 했어요. 재래시장이 먼 곳에 있다면 본인만의 식재료 로드를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