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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민아빠 Sep 08. 2020

돌도 안 지난 아기가 스스로 책을?

스스로 책 읽는 아기 만들기


우리 아기는 막 22개월에 접어들었다. 여느 아기와 다름없이 잘 먹고, 잘 놀고, 잘 웃고, 잘 잔다. 아기의 의무(?)를 충실히 이행하고 있고, 이것은 내가 이상적으로 여기는 아기의 모습이기도 하다.  


많은 부모는 우리 아기는 책을 많이 읽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고, 나도 그런 바람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다행히도 우리 아기는 돌 이전부터 스스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책을 읽고 그것을 다 이해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적어도 책을 펼쳐서 책장을 넘기고 그림을 보는 행위를 스스로 하고 있다. 

          

많은 부모가 원하는 '스스로 책 읽는 아기'를 우리 부부는 어떻게 만들었는지 짤막하게나마 그 과정을 소개한다.        


우리 아기는 돌 되기 이전부터 책을 읽기 시작했다. 이 사진은 10 ~ 11개월 무렵이다. 


태어나서 몇 개월 되지 않은 아기들은 누운 상태에서 모빌을 보면서 시간을 보낸다. 우리 아기도 마찬가지였다. 아기는 시력이 좋지 않기 때문에 책은 봐서도 안 되고 봐도 보이지 않는다. 모빌을 보면서 안구 운동을 하고 시력도 점차 확보하고 나면 부모의 얼굴과 표정을 보면서 웃기도 한다.  이렇게 아기가 세상을 인지할 수 있을 정도의 시력이 확보되고 나서 우리 부부는 다음과 같은 내용을 실천하였다. 

              

1) 아기가 누워서 바라볼 수 있는 시선의 끝에 책장을 두었다.


아기방 안에는 침대도 없고, 옷장도 없다. 엄마와 아기가 잠을 잘 때 까는 매트와 덮는 이불, 모빌 그리고 육아용품과 장난감 몇 개만을 두었다. 넓고 조용한 공간에 아기 눈에 들어오는 새로운 물건이 책이 되도록 해주어서 자연스럽게 아기가 책에 호기심을 가지도록 한 것이다.          


쉽게 이야기하면, 아기가 누워서 모빌을 보면서 시력을 확보한 후, 책장에 꽂힌 책을 보도록 하였다.  덧붙여, 우리 집의 특징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아기랑 생활하는 방을 제일 큰 방으로 하였다. 넓은 집도 아닌데, 무리해서라도 아기방은 깨끗하고 넓게 사용하고 싶어서였다. 심리학적으로 좁은 공간은 사람의 사고에 마이너스 영향을 끼친다는 견해도 참고하였다. 현재는 아기의 주 생활공간이 거실로 바뀌어서 책장을 거실에 두었고, 아기가 놀다가 수시로 책을 꺼내서 읽는다. 


아기가 누워서 생활할 때는 왼쪽 책장만 방안에 두었었다. 

2) 아기에게 분유를 먹인 후 소화를 시키면서 책을 읽어 주었다. 

  

아기에게 분유를 먹이면 반드시 소화를 시켜야 한다. 특히 아직 목을 가누지 못하는 아기의 경우, 부모는 목 부분을 조심하면서 아기를 안고 소화를 시키는 것이 보통이다. 우리 아기도 예외는 아니었다. 내가 장이 약해서인지, 우리 아기는, 분유를 먹은 후, 트림하여도, 자리에 누우면 분유를 토하기가 일쑤였다. 이것은 아기가 돌이 될 때까지 계속 반복되었다.


전화위복이라고 하였던가, 아기가 분유를 먹은 후 토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아내는 양반다리로 앉고 아기를 그 위에 앉혀서 배와 가슴으로 아기 목을 가누며 책을 읽어 주기 시작하였다. 횟수로는 하루에 3번, 분유를 먹일 때마다 1시간 정도씩 읽어 주었다. 내가 퇴근을 해서 돌아오면 아내가 목이 아프다고 할 때도 있었으니,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노력이 필요함에 틀림이 없다. 

  

이렇게 매일 3시간 정도 책을 읽어 주었는데, 당연히 책의 내용을 알 수 없겠지만, 아기의 눈에는 무엇인가가 보였을 것이다. 아기가 시력을 확보하고 부모의 얼굴을 인식한 후, 조금 따분해질 무렵에, 그림책이라는 신세계를 만나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되는 것이다. 나아가 아기는 엄마와 함께 책을 읽는 행위를 통하여 애착을 형성하고, 독서를 “엄마의 상냥한 목소리와 온기를 느껴주게 해주는 놀이”라고 인식하였을 것이다.  


3) 최대한 생기 있는 목소리로 만화영화의 성우처럼, 책의 그림을 바탕으로 기존 내용에 살을 덧붙여 상상하여 읽어 주었다. 


아기에게 책을 읽어 주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나를 포함하여, 사람에 따라서는 아기에게 책을 읽어 주는 대신에 집 안 청소를 하거나 아기와 다른 놀이를 하는 것을 더 편하게 느낀다. 왜냐하면 최대한 생기 있는 목소리로, 만화영화의 성우처럼 읽어 주려면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 부부는 목소리를 생기 있게 할 뿐만 아니라 아기가 다양한 어휘를 학습할 수 있도록 책의 그림을 바탕으로 기존 내용에 살을 덧붙여 상상하여 읽어 주었다.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나는 그림책에서 글자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공간 지각과 예술적 창조 능력을 관장하는 사람의 우뇌는 7세까지 성장을 하고 그 후로는 퇴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러한 우뇌의 특징을 고려한다면 영유아기에는 책의 그림을 통하여 아기의 우뇌를 자극하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이다.  

         

4) 아기가 책을 보고 싶다고 요청을 하면, 무슨 일이 있어도 읽어 주었다. 


아기가 책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하면 책을 읽어달라고 부모에게 요청한다. 우리 아기는 꽤 일찍부터 책을 읽어달라고 요청하였다. 언제부터였는지 명확히 기억나지 않으나, 일상이 되어 버린 지 오래다. 아기가 스스로 걷기 시작하고 나서부터는 직접 나에게 책을 들고 와서 읽어달라고 요청하는데, 그러면 나는 하던 일을 전부 그만두고, 아기에게 책을 읽어준다. 아기에게 책을 읽어 주는 것이 힘들긴 하겠지만, 아기가 책을 안 읽는 것이 걱정이지, 책을 열심히 읽는 것은 격려하고 칭찬해 주어야 할 일이다.


5) 장난감을 비교적 적게 두어, 자연스럽게 책에 더 많이 관심을 가지도록 만들었다.


우리 집에는 장난감이 적은 편이다. 많은지 적은지 비교 대상은 없지만, 집안에 자리를 차지하는 점핑 놀이기구, 일명 트램펄린, 미끄럼틀, 그네, 정글짐 등은 없다. 이러한 놀이기구는 놀이터에서 이용하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사지 않았다. 그래야 바깥공기도 느끼고 동네 할머니, 할아버지와 인사도 하고, 또래 아기와 언니 오빠들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우리 부부는 아기가 관심을 보이지 않는 장난감은 수시로 정리를 하는데, 이른바 '장난감 다이어트'를 한다. 아기도 사람이기 때문에 새로운 장난감에 관심을 보이고 일부를 제외하면 기존의 장난감은 방치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방치된 장난감은 공간만 차지하고 아기의 활동에 방해가 될 뿐이다.

       

이렇게 집에 장난감이 많지 않다 보니 우리 아기로서는 책을 볼 수밖에 없을 수도 있겠다고 추측을 한다. 그렇다고 아기가 책을 읽는 것을 힘들어하거나 지겨워하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아기 스스로 여러 가지 책을 꺼내어 잘 읽기 때문이다.


대부분 다 얻거나 선물 받은 것이고, 잘 가지고 놀지 않는 것은 정리한다.

           

6) 아기가 앞으로도 스스로 책을 잘 읽을 수 있도록, 부모로서 책 읽는 모습을 보여준다. 


나는 책을 조용한 공간에서 집중해서 읽는 것을 좋아한다. 독서를 하는 순간만큼은 외부 세계와 완전히 단절하여 모든 것을 잊고 나만의 지적 활동에 몰입하고 싶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육아를 하면서 집 안에서 그러한 환경을 바라는 것은 나의 이기적인 욕심에 지나지 않는다. 집에서 책을 읽으려고 하면 아기는 '아빠가 뭐 하는 거지?' 하는 듯한 표정으로 호기심을 가지고 다가와서는 방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방해를 받더라도 아기 앞에서 책을 읽는 모습을 보이려고 노력한다. 부모가 스마트폰을 만지는 모습이 아니라 독서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아기에게 자연스럽게 '독서는 밥을 먹는 것과 같은 일상이다'라는 것을 인식시켜주기 위해서이다

  

예전에 영재발굴단이라는 TV 프로그램에서 명문가의 비밀이라는 주제로 방송한 적이 있다. 해당 편에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한 가족에 6남매가 있는데 1명을 빼고는 5남매 모두가 이른바 “고시”에 합격하였거나 명문대학에서 박사과정까지 마친 것이다. 여기서 흥미로웠던 점은 남매의 아버지는 항상 공부를 즐겨하던 사람이었다. 자녀들이 학교에서 돌아오면 아버지는 항상 책을 읽고 있었고 이러한 생활이 반복되다 보니 자녀들은 당연히 공부해야 한다고 인식을 한 것이었다.  


자녀는 부모의 거울이라는 말이 있다. 그래서 아기 앞에서는 사소한 언행이라 할지라도 주의해야 한다.          

우리 부부는 현재, 아기 앞에서 가능하면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고, 당연히 아기 손에 스마트폰을 쥐어주는 일은 절대 없다. 식사할 때든, 기저귀를 갈 때든, 아기에게 스마트폰을 포함하여 태블릿 PC, TV 등 영상매체는 보여주지 않는다.


자기 계발을 할 겸, 독서를 통하여 아기에게 본보기를 보여주고 아기의 독서 습관이 더욱 잘 자리 잡을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은 어떨까? 세상의 모든 아기가 스스로 책을 읽고, 독서를 놀이처럼 즐기는 행복한 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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