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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민아빠 Sep 25. 2020

아이고, 철수 어머니, 영어 어린이집 보내니 좋아요?

아기에게 좋은 어린이집은?

아기가 점점 성장하면서 우리 부부도 아기를 어린이집에 보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그것보다 우리 아기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까지, 직접 양육하면 그것보다 좋은 것이 없지만, 맞벌이를 해야 하는 상황이 우리 부부의 생각을 허락하지 않는 것이다.  


나는, 아기는 잘 놀고, 잘 웃고, 잘 먹고, 잘 자면 된다고 생각하고, 이것이 아기들의 의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요즘 많은 부모가 좋아하는) 영어교육과 같은 지식 전달 프로그램 보다는 아기들이 많이 뛰어놀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느냐 아니냐가 어린이집의 보는 기준으로 무의식중에 잡혀 있다.  

   

물론, 아기 급식에 사용하는 식재료도 중요하고 어린이집의 넓이, 원생의 수, 원장 선생님의 교육철학, 어린이집이 국공립이냐 사립이냐의 여부 등도 매우 중요하며, 이외에도 부모님들에 따라서는 고려해야 할 사항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을 것이다. 왜냐하면 잘났든 못났든, '금쪽같은 내 새끼'를 함부로 맡기기는 쉽지 않으며, 어린이집을 한 번 정하면 바꾸기도 쉽지 않아서 선택하는데 신중해지기 때문이다.     


나도 여느 부모와 다름없이 어린이집을 선택하는데 신중을 기한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렇듯이 무엇인가 중요한 선택을 할 때면 신중을 기해도, 일단 선택을 해버리고 나면 후회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래서 어린이집을 선택한 후,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고민을 많이 하지만, 항상 부족한 점이 많다.   


그런데 최근에 웹서핑하다가 어린이집 선택에 관한 토막글을 읽었는데, 순간 내 머리를 누군가가 망치로 때리는 듯한 충격을 받아서, 글을 남기게 되었다. 어떤 사람에게는 당연한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나처럼 그렇지 못한 사람도 있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먼저, 나의 아기에 대한 교육철학을 언급하면 다음과 같다. 아기에게 교육이란 기본적으로 정서적으로 덜 발달한 아기를 정서적으로 안정시켜주고 그것을 밑바탕으로 올바른 청소년으로 성장하도록 도와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국어,영어,수학과 같은 '지식'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가족의 한 구성원, 나아가서는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자라나기 위해 규칙을 가르치는 것이다.     


특히 이 시기의 아기는 어른과 같이 발달한 뇌를 사용하는 시기가 아니라 뇌의 연결구조를 하나하나 만들어 가고 세상의 이치를 깨달아 가는 시기이다. 빈 땅에 터파기를 하고 기둥을 세우고 벽돌을 쌓아 집을 짓는 것과 같고, 회사원으로 비유하자면 신입사원 중에서도 연수원에 있는 연수생과 같은 시기이다.


이러한 특성을 가진 아기들에게는 놀이가 매일의 양식이자 공부이고 세상을 익혀나가는 방법이자 뇌 근육을 발달시키는 운동 기구라 생각한다. 그 바탕에는 부모와 자녀 사이에 애착 관계가 중요하며 이 애착관계가 강하게 형성이 되었을 때야말로, 아기는 정서가 안정되고 위에 서술한 것을 잘 수행하며 정상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     

길지 않은 아기의 인생에서 애착은 매우 중요한 요소이며, 애착의 원천인 부모의 사랑은 아기 발달의 좋은 영양분이자 원동력이고 아기를 지탱해주는 버팀목과 같다. 이러한 관점에서 나는 아기에 대한 교육에서 애착과 사랑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나는 지금까지 어린이집을 고를 때, 외형적인 것만을 그 기준으로 삼았다. 어린이집 수업은 어떤지, 집에서 가까운지, 원생은 몇 명인지 국공립인지 사립인지 등등 객관적으로 측정될 수 있는 것만을 보았다. 하지만, 아기의 발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애착과 사랑' 이란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을 때, 어린이집을 고르는 관점이 바뀌었다. 


어린이집 선생님이 사랑으로 아기를 대하느냐 아니냐가 가장 중요한 기준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어린이집이 현대적 시설을 갖추고 있지 않더라도 안전하다면, 호텔처럼 급식이 나오지 않더라도 위생적이고 영양이 균형 있게 잡혀 있다면, 에어컨이 없더라도 아기들이 선풍기 바람을 쐬며 뛰어놀 수 있다면, 나는 아기에게 사랑을 줄 수 있는 선생님이 있는 어린이집을 고를 것이다. 


물론 사랑으로 아기를 대하는 선생님을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란 걸 잘 안다. 아기들이 서툴더라도 화내지 않고 격려해주며, 작은 일에도 칭찬해주고, 아기들이 말을 듣지 않아도 환하게 웃어주는 선생님을 찾는 것은 자신이 낳은 아기도 학대하는 요즘 세상에 욕심일지도 모르겠다. 


그렇기 때문에  아기가 어린이집에서 사랑을 받고 오는지를 아기의 표정, 행동, 말 등을 통하여 빨리 감지하여야 할 것이다. 아기가 어린이집을 다녀왔는데, 얼굴에 상처가 났다든지, 옷이 찢어져 있다든지, 말수가 줄었다든지, 평소와는 다른 행동을 보인다든지 한다면 아기에게 직접 그 이유를 묻고, 담임 선생님께도 그 이유를 물어야 할 것이다.


 물론 담임 선생님을 기본적으로는 신뢰를 해야 하겠지만, 아기의 말과 선생님의 말씀이 일치하지 않는다면 문제가 있는 법이다.  아기가 거짓말하는 것도 이유가 있을 것이고, 선생님이 거짓말을 하는 것도 이유가 있겠지만, 이것은 아기와 선생님 사이에 어떤 사건이 있었다고 추측이 되고, 아기와 선생님이 서로 결이 맞지 않다는 것을 나타낸다고 생각한다. 이럴 경우 담임 선생님을 교체해 달라고 하든지 아니면 다른 어떤 방법을 찾아, 아기를 보호하기 위한 수단을 취해야 할 것이다.     


모든 아기는 에너지가 응축된 결정체로, 활기차며 세상의 사물과 현상에 관심을 가지고, 뭐든지 스스로 해보려 한다아기가 무엇인가를 시도하다가 실패를 하면 “어구 어구, 괜찮아, 또 해봐, 계속해보는 거야!” 하며 격려와 위로를 아끼지 않는 부모가 있는가 하면, "어이구! 그게 뭐야, 똑바로 다시 해봐!" 하며 윽박지르는 부모가 있다.


어린이집 선생님도 마찬가지이다. 어떤 선생님은 아기가 조그마한 일을 해도 칭찬을 하고, 실수를 해도 재도전할 것을 격려하고, 아기가 심술을 부려도 웃어주는가 하면, 어떤 선생님은 아기가 큰일을 해내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실수하면 혼내고, 아기가 심술을 부리면 큰소리를 친다.    

 

그들에게는 아기를 돌보는 것이 직업이다. 취미도 일이 되면 힘들어지는 마당에 내 아기가 아닌 남의 아기를 돌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란 것을 잘 안다. 그러나 그들은 프로이기 때문에 자신들의 임무를 완수하지 못하는 것은 용인되지 못한다. 어른들도 칭찬과 사랑을 받으면 동기부여도 되며 좋은 성과를 내는데, 아기라면 더욱더 칭찬과 사랑을 해주어야 하지 않을까?     


오래전에 한 TV 프로그램에서 어린이집 선생님이 나왔는데, 그 선생님은 발달 지체 장애인이었다. 발달 지체 장애인이지만 어린이집에서 보조 교사로 정식으로 일하고 있었고, 아이들도 그 선생님을 매우 좋아하고, 잘 따랐다. 지체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떼어놓고 보면, 아기들에게 이분보다 더 좋은 선생님은 없는 것 같다. 

    

사회에 나와서 일하시는 많은 지체 장애인 분들이 성실하고, 떼 묻지 않은 고운 심성으로 사회적으로 높게 평가 받는다. 이분들은 아기들을 편견 없이 대하고 사랑으로 감싸 안으며, 눈물로 슬퍼한다. 우리 집 주변에 발달 지체 장애인이 보조 교사로 채용된 어린이집이 있다면 우리 아기를 맡기고 싶다. 

    

여러분이 어린이집을 선택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영어 수업이 잘 갖추어져 있는 어린이집을 찾고 있는가?

혹시 부모가 원하는 어린이집을 찾고 있지는 않은가?  


아기가 원하는 것을 생각해보면 어떤 어린이집을 선택해야 할지 그 답은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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