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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민아빠 Sep 12. 2020

아기를 영재로 키우고 싶으세요?

세상에서 가장 쉬운 똑똑하게 아기를 기르는 방법

우리 아기의 관심 키워드 중에 '계단'과 '언덕'이 있다.  


18개월 무렵, 내가 계단이라는 말을 가르쳐 준 이후로 아기는, "계단, 계단" 거리면서 스스로 계단을 오르내리려고 한다. 언덕 또한 마찬가지이다. 오르막길이나 내리막길이 있으면 우리 아기는 "언덕! 언덕!" 거리면서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을 반복 운동하는 것 마냥 몇 번이고 왔다 갔다 한다.     


가끔은 '아기에게 문제가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우리 아기는 무언가 하나에 마음을 빼앗기면 직성이 풀릴 때까지 여러 차례 반복해야 한다. 이런 기질을 가진 덕에 동화책이든 장난감이든 아기가 손을 대는 물건은 남아나질 않는다. 


하루는, 아기 발달 관련 내용을 조사하다 보니 17개월 ~ 24개월 아기는 대근육 운동성이 발달하는 시기라는 사실을 알았다. 그리고 계단 오르내리기와 경사진 길 오르기가 대근육 발달에 좋은 운동이라고 추천되어 있다. 

     

그 순간, 아기는 자라면서 익혀야 할 것에 관한 정보가 태어날 때부터 뇌에 저장되어 있고, 그것을 선천적으로 몸에 지닌 동물적 프로그램을 통하여 스스로 습득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절대 아기한테 계단과 언덕 오르내리기를 강요한 적이 없거니와 그것을 통하여 운동시킬 생각은 털끝만큼도 없었다. 


가르치지도 않았는데, 혼자서 난간 잡고 계단을 내려온다.


예전에 한 방송에서는 똑똑한 아이를 가진 부모의 성향에 대해서 다루었다. 비교적 나이가 많은 부모의 아이들이 똑똑한 경향을 자주 보였는데, 그 이유가 부모의 아이에 대한 허용적이고 관대한 태도가 아이를 똑똑하게 만든다는 것이 방송에서의 결론이었다.    

 

나이 든 부모가 세상살이가 길고 경험이 많다 보니 마음이 넓고 관대하다는 것은 일반적 경향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방송을 보았을 때는 '저런 것까지 허용해 주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즉, 아기들이 자라면서 하고자 하는 것들이 있고 그것을 하고 싶은 대로 하게 두면 되는 것인데,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예를 들면,

     

- (뭔가 지저분한 것을 만지려고 하면) 이거 하면 안 돼! 지지! 더러워!     

- (물을 엎지르거나 밀가루 같은 것을 쏟으면 청소가 힘드니까) 아가야, 그거 만지지 마!     

     

 라고 하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도 마찬가지이다.

     

우리 아버지 시절에는 지금보다 훨씬 성장 환경이 좋지 않았다. 교육은 배부른 소리고, 당장의 끼니를 걱정했으니 말이다. 육아는 당연히 뒷전이었을 것이다. 지금처럼 좋은 환경에서의 양육은 상상도 못 할 일이다.     

그렇지만 아버지 시절에도 분명 똑똑하게 자란 아기가 있었고 그렇지 못한 아기가 있었던 것을 감안하면, 아기의 지적 성장에서 아기에게 무엇을 가르쳤느냐보다는, 아기에 대한 '부모의 태도'가 중요하게 작용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현대 교육, 특히 창의성 교육에서 '교사의 지적'은 좋지 않은 것으로 본다. 예를 들면 아이들끼리 만들기 과제를 수행 중일 때, 교사의 관점에서 무언가 잘못되었다고 그 순간 잘못된 부분을 지적하면 지적받은 아이들의 '창의성'은 경직되어서 더 이상 만들기가 순조롭게 이어지지 않고 결국 좋지 못한 결과가 나오게 된다. 

    

이 또한 '교사의 태도'가 아이들의 창의성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고 볼 수 있고, 이것은 아기를 대하는 '부모의 태도'와 일맥상통한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직장에서, 업무를 진행하다가 상사한테 '이건 이렇게 해라, 저건 저렇게 하는 게 어떠냐' 하고 지적을 받고 나면 그 후로는 관련 업무가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거나 원래 생각했던 것보다 성과가 제대로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다.  특히, 해당 업무에서 상사의 지적으로 부하직원의 아이디어가 일정 부분 바뀌어 버리면, 그 아이디어는 부하직원이 예상치 못했던 방향으로 모습이 변해버리기 때문에, 해당 직원은 사고가 정지되거나 확장되지 못하여 창의성을 발휘할 수 없게 된다.   

    

글의 서두에서 서술한, 아기의 '계단 오르내리기'를 우리 부부가 위험하다고 과잉보호하여 계속 아기 손을 잡고 계단을 오르내린다든지, 아기를 안고 이동했다면 아기는 혼자서 '계단 오르내리기'를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스스로의 힘으로 '계단 오르내리기'를 시도하지 않을 것이다.

 

이제 방법은 나왔다.  아기가 하고 싶어 하는 것이 있으면 그것을 마음껏 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아기가 손에 색연필을 들고 벽지에 낙서를 해도, 쌀을 한 움큼 쥐어 거실 바닥에 뿌려도, 밀가루를 쏟아서 온 집안에'밀가루 연기'가 자욱하게 피어올라도 아기를 응원해 주자. 아기에게 세상은 종합 선물세트와 같이 하나하나가 재미있고 신기하며 호기심을 자극하는 저장소이다.


우리 아기가 다른 아기에게 뒤처지는 것은 아닐까 걱정해서 영유아용 학습지를 구독하거나, 영어교육을 잘하는 값비싼 어린이집에 아기를 맡기는 부모도 있을 것이다. 너무 걱정 말자. 아기들은 과학적으로도 아직 다 풀지 못한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스스로 필요한 것을 알고 그것을 실행할 줄 안다. 아기를 믿고, 너그러운 마음으로 바라봐 주자. 아기를 걱정하는 마음을 조금 내려놓고, 아기 그대로의 모습을 바라봐 주자.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우리 아기가 몰라보게 달라져 있을 것이다. 


세상의 모든 아기는 '영재'로 태어나고, 그 꽃을 피우느냐 못 피우냐는 부모에게 달려있다고 굳게 믿는다.

오늘만큼은 아기를 위한 동요보다 나를 위해서 비틀스의 ‘Let it be’를 들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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