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놈...
나의 첫사랑의 기억을 떠올리때면 그 어딘가의 잠재 기억속에서 꿈틀거리듯 욕부터 나오게 된다.
짧지 않는 만남을 가진 사람이었다.
여고 2학년 시절..
그때는 학교 미팅 반미팅 등.. 다양한 미팅 경로로 통하여 남자 친구를 만들어 갔었고
한 친구의 제안으로 친한 친구 몇 명이 모여 나도 드디어 미팅을 하게 된 그날,
그 친구는 주선자로 미팅 장소에 나오게 되었으나 우연찮게 남자 한명이 나오지 못하는 사정이
생기게 되면서 나에게는 운 나쁘게도 그놈이 나의 짝이 되었다.
고등학교 시절 나는 지금보다 더 키가 작은 155CM....
그런데 그애의 키는 무려 187CM ...
곱슬머리에 눈웃음 짓는 그 아이가 앉아 있는 내내 어느샌가 나의 마음으로 들어오게 되었고
우리는 그렇게 서로의 연락처를 주고 받은 뒤 헤어진 다음날....
친구에게서 그아이의 아픈과거를 듣게 되었다.
시골 작은 동네이지만 그래도 그 마을에서는 꽤 잘 산다고 알려진 부자이며 아버지가 다방을
운영한다고 하였다.
아버지의 바람끼로 자신의 친 엄마와는 오래전 이혼하였고 지금은 새엄마와 함께 살고 있지만
그에 대한 반항심으로 나쁜 친구들과 어울려 사고를 치는 것은 다반사로 지금은 학교에서 정학을 당하여 집에 있는 상황이라고 하였다.
그이야기를 듣고 난 후 마음 한켠에서 이유모를 안타까움이 밀려오게 되었다.
어제 우연히 바라본 그 아이이의 뒷모습이 한정없이 축쳐져있어 보였던 이유가
그런 아픈 사연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었나를 되내이며 그아이의 쳐진 두 어깨를 어루만져주고 싶다는
모성애가 들끊기 시작하였다.
그런데 그아이게서는 하루가 지나고 일주일이 지나도 연락이 없었다.
차마 내가 먼저 연락해 볼 용기가 나지 않아 잊어 버리려고 할 때쯤
한통의 전화벨 소리가 그렇게 반가울줄이여......
나의 이름을 부르는 전화기 너머의 그 아이의 쉰 듯한 목소리가 설레였고
우리집 근처 공중전화 박스라는 한마디에 무작정 달려갔던 나...
한 달만에 본 그아이의 키가 왜 그렇게 안쓰러워 보였을까???
시골마을이라 특별히 갈때가 없던 우리는 강둑을 거닐기로 하였고 그동안
잘지냈는냐는 늦은 인사와 함께 우리의 만남은 그렇게 시작되어지는 듯 하였다.
하지만 짧은 만남 후 그 아이는 더 오래도록 연락이 없었고 그렇게 고3이 되고
모두들 대학진학으로 인해 공부에 전염하는 친구들이 그저 부러웠을 쯤
나는 졸업과 동시에 취업전선에 뛰어 들었었다.
그렇게 그 아이와의 애틋한 마음이 사라진지 오래된 어느날.
또 다시 걸려온 그 아이의 전화 ...
첫 사랑을 잊지 못해 나에게 다가오기가 어려웠다는 그 아이의 말과 함께
이제는 나로 인해 그 첫사랑의 아픔을 이겨내고 싶다는 진심어린 말에
나는 쉽게 마음을 열게 되었고 그렇게 3년을 만나게 되었었다.
그 친구는 대학진학도하지 않고 딱히 직장을 잡으려고도 하지 않았었다.
그래도 그때는 그애의 모든것이 이해되었고 그저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내가 의지가 될 정도로
나는 그 아이의 모든것을 함께 공유하고 싶을 정도로 무지 그아이를 좋아했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한동안 다시 연락이 뜸해진 어느날 .,,
전화기 너머로 들여오는 낮선 여자의 목소리... 그 아이의 이름을 물으며
한 번 만나고 싶다는 말에 약속장소를 나갔고
그 만남의 장소에서 그 아이도 함께 앉아 있는 모습을 보면서
떨리는 목소리 만큼이나 커피잔을 쥐어잡은 오른손이 쉼없이 떨리는 그 순간을
지금도 잊을수가 없다.
그 여자는 그 남자의 첫사랑이었고 한동안 헤어졌지만 지금까지 계속 만나오고 있고
우연히 나와 그애의 관계를 알게 되면서 정말 사귀고 있는 것인지 직접 물어보고 싶어
나오게 되었다는 그 여자의 말이 왜 그렇게 당당하게 들리는지....
내가 죄인이라도 된 것 처럼... 나는 아무말도 하지 않은채 그저 고개만 숙이고 있는 찰나..
그 아이의 한마디....
"말해라, 니랑내랑은 그저 친구로 만나왔었던거고, 지금도 그냥 친구처럼 한번 씩
연락한다고 사실대로 말해라"
어이가 없었다...
친구??
나의 전부를 주어도 아깝지 않다고 생각한 그 모든 기억들은 단지 나만의 착각이었다는 것인지.....
서러움과 배신감이 물밀듯 밀려오는 그 순간,
급격한 흥분 상태가 되면 오히려 더 차분해질 수 있다는 말이 실감할 정도로
나는 그 여자의 두눈을 보며 비장어린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었다.
한 번 배신한 남자는 또 다시 그 누군가를 배신하게 될 것이라고, 나에게 한 것 처럼, 당신에게도
그런날이 올지 모르니 조심하라고.....
무섭게 던진 차가운 말을 뒤로 하고 버스를 타기 위해 커피숍을 나온 그순간,,
비는 왜 그렇게 하염없이 내리는지...
장대비 소리에 나의 흐느낌이 파묻혀 나의 울음소리가 나에게 조차 전해지지 않는 그 순간의 아픔이란....
20년이 훌쩍 넘은 지금도 그 때 그 순간은 서글픔으로 아직도 가슴한켠에 남아있다.
다음날 그 나쁜놈에게거 걸려온 전화....
미안하다는 말한마디 없이
도저히 첫사랑을 잊을 수가 없었고 나를 만나면서도
첫 사랑을 만나왔었고 얼마후면 결혼한다는 그말과 함께
더 처절한 한마디.....
"잘 살아라, 그게 나에 대한 복수다"
얼마전 '잘 살아아라, 그게 최고의 복수다' 라는 책 제목을 본 순간
아스라히 잊혀졌던 첫사랑의 기억을 떠올리게 되었다.
그 때는 아픔이었지만 지금은 시골집 아궁에서 뿜어내는 밥내나는 연기처럼
그윽한 추억으로 다가올 수 있는건,
흘러간 세월의 시간이었기 때문이지 않을까??
나에게 첫사랑은 무엇이냐고 물어온다면
가슴시린 기억 창고라 말하고 싶다.
정말 아무리 오랜 시간이 흘러도
아픈 추억은 사라지지 않는 것 같다.
단지 세월의 시간속에서 한 겹씩 한 겹씩 벗겨져
조금씩 옅여질 뿐,,,,....
세월이 훌쩍 지난 지금,
마지막 전화기 너머로 그애에게 물어보고 싶었던 이 한마디
'너에게 첫사랑은 무엇이었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