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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승제 Feb 19. 2021

공유주거의 방향성

공용공간의 공유를 중심으로

공유주거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이것이 미래의 주요한 생활방식 중 하나가 될 것이라는 의견은 꽤 오래전부터 나온 이야기이다. 산업이 발달함에 따라 룸/하우스 쉐어링, 코리빙 컴플렉스 등 다양한 유형의 공유주거들이 생겨났다. 각각의 이름들은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기도 하고, 지칭의 범위에 있어 모호한 부분도 존재한다. 따라서 이 글은 공유주거 유형의 정의에 대해서는 다루지 않을 것이다. 그 대신 공간을 공유하는 정도를 기준으로 공유주거를 분류하고, 그 중에서 어떤 유형이 가장 대중화될 수 있을지에 대해 이야기 해보고자 한다.


참고: 이 글을 읽기 전 공용공간, 공용면적이라는 어휘를 명확하게 정의해두지 않으면, 이해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공용공간이란 주거 내에서 부엌, 거실, 화장실 등 방에 포함되지 않는 함께 사용하는 공간을 말한다. 공용면적이란 부동산 계약을 할 때, 임대면적에서 전용면적(계약자만 독점적으로 이용하는 공간의 면적)을 뺀 면적이다. 아파트에서는 복도, 엘리베이터 등등 현관 밖에 있는 면적을 말한다.


공유주거는 공유하는 부분이 큰 것부터 작은 것의 순서대로, 취침을 취하는 공간(방)까지 공유하는 유형(이하 유형 1), 방은 사용하고 공용공간을 공유하는 유형(이하 유형 2), 그리고 각자의 집에 방과 공용공간이 있고, 공유하는 커뮤니티 시설들이 있는 유형(이하 유형 3)으로 나뉠 수 있다. 나는 이러한 유형들 중 유형 2, 즉 방은 개인적으로 이용하되, 공용공간은 타인과 공유하는 유형이 공유주거의 대부분을 차지하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근거는 다음과 같다.


유형 1은 다른 2개의 유형보다 저렴한 가격의 방을 제공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형 1의 대중화 가능성이 적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사람의 기본적인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개방적이고 사회성이 좋은 사람이더라도 개인적인 공간은 필요하다. 사회심리학자 알트만은 개인의 사회적 공간을 3단계로 나누었다.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베타적 공간인 1차적 영역, 특정한 집단과 공유하는 것을 허용하는 2차적 영역, 모든 사람에게 출입이 허용되는 공적영역이 바로 그것이다. 이중 1차적 영역이 외부로부터의 침입을 받게 된다면, 영역의 점유자는 침입자가 문제를 일으킨 것으로 인지하게 된다. 방은 1차적 영역이다. 그러므로 방을 공유하는 환경은 지속적으로 이용자에게 스트레스를 주게 된다. 이러한 환경에서 일정한 기간동안 삶을 영위하는 것은 가능할지 몰라도, 평생을 사는 것은 어렵다. 그렇기에 유형 1의 공유주거는 어느 정도까지 성장할 수 있더라도, 가장 대중적인 유형은 될 수 없다.


나머지 2가지 유형 중, 유형 2와 유형 3 중에서 전자가 더 대중화의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시대가 변해감에 따라 공용공간의 필요도가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거실에 대해 살펴보자. 이전의 집안에서 거실은 가족들이 모여 TV를 틀어놓고, 대화를 하던 공간이었다. 디지털 매체의 발전 이전에는 벽난로와 아랫목등 난방 기구들이 가족들이 거실에 모이게 하는 이유였다. 하지만 기술의 발전, 특히 스마트폰의 발전은 사람들이 거실로 모여야할 이유가 없어지게 만들었다. 미디어를 시청하기 위해 TV 앞에 앉아 있기 보다는 스마트폰의 전원버튼을 누르고 앱에 들어가는게 훨씬 간단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삶에 대입해봐도 하루 24시간 중 거실, 부엌, 화장실이 사용되고 있는 시간을 생각해보면, 집 안의 공용공을 점유하는 것이 얼마나 낭비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필요가 줄어들고 적은 시간을 사용하는 공간은 공유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다.


유형 2가 앞서 서술한 것과 같이 다른 2개의 유형보다 명확하게 좋은 이유가 있기 때문에, 공유주거의 대부분을 차지하게 될 것이다. 그 이후에는 ‘어떻게’ 공유할지가 중요하다. 나는 3가지 방법이 있다고 생각한다. 첫번째는 공유되는 공용공간(이후 공용공간)의 면적을 사용자들의 이용 시간과 빈도등을 고려해 필수적인 정도로 산출하는 것이다. 이 방법은 임차인에게 계약서상 임대면적 대비 더 넓은 면적을 제공할 수 있다. 한 세대에 할당되는 공용면적은 전체 공용면적을 전용면적에 비례하게 나누어 산출한다. 전통적인 주거방식에서 이는 실제로 이용을 체감하기 어려운 면적이다. 그러나 공유주거에서는 계약서상의 공용면적을 실제로 이용할 뿐만 아니라 더 넓은 공용면적을 사용한다. 다른 사람에게 할당된 공용면적을 함께 이용하기 때문이다. 임대인의 입장에서는 기존의 아파트보다 같은 면적에서 더 많은 임차인을 받을 수 있다. 이는 더 높은 면적당 임대료로 이어진다. 결국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 공용공간이 공유되기 전보다 더 경제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두번째 공유 방법은 각자의 공용공간을 모아 다양하게 활용하는 것이다. 여러가지 공용공간 중에서도 거실에 초점을 맞추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건축법상 거실의 정의는 ‘건축물 안에서 거주, 집무, 작업, 집회, 오락, 그박에 이와 유사한 목적을 위하여 사용되는 방’을 말한다. 주거에서의 거실도 위와 같은 행위들을 할 수 있는 공간이어야 했기에, 누군가의 독점적인 공간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넓은 공간을 차지하고 있던 것이다. 각자의 거실을 공유함으로써, 사용자는 모아진 넓은 면적을 다양한 행위로 나누어 이용할 수 있다. 어떤 거실은 영화를 볼 수 있는 방으로, 어떤 거실은 독서를 할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함으로써, 이전에는 TV를 놓고 그저 대화를 하던 공간이었던 거실에 더 다양한 행위를 담을 수 있다.


마지막 공용공간의 공유 방법은 이전의 집합 주거에서 낭비되던 공용면적과 결합해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방법이다. 아파트든 원룸이든 필수적인 공용공간이지만 어떠한 목적으로도 이용이 되지 않는 공용공간이 있다. 복도가 바로 그러한 예이다. 복도는 각각의 방, 집에서 나와 외부로 나가기 위해서는 꼭 필요하다. 하지만 복도에서 시간을 보내지는 않기 때문에 때문에, 어찌보면 낭비가 되는 공간이다. 그런데 공유된 공용공간이 복도의 역할 즉 이동의 역할을 포함하게 된다면, 복도로만 이용이 되어 낭비되던 공간을 줄일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동일 면적 대비 실제 이용 공간이 넓어지게 된다.


앞서 서술한 세가지 공용공간의 공유방법은 꼭 그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세가지 방법들 사이의 절충안을 이용할 수 도 있다. 공유 주거의 역사가 길어질수록 사람들은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찾아낼 것이다. 다음 글에서는 이 방법들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지 수익률에 초점을 두고 살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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