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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ri Jun 12. 2022

잘 치고 싶은 마음에 대하여

왜 그렇게 잘, 하고 싶을까.

 피아노 레슨을 받기 전에,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있다. "피아노를 잘 치고 싶어요." 그 말을 들은 피아노 선생님들은 한결같이 지금도 충분히 잘, 치고 계세요.라고 대답을 해준다. 그 말을 하는 내가 나보다 더 잘 치는 사람들에게 듣고 싶었던 말은 무엇이었을까. 어떻게 하면 잘 칠 수 있는지 노하우를 듣고 싶었던 걸까, 지금 내 수준을 명백히 비판해주길 원했던 걸까, 아니면 말 그대로 응원의 말을 듣고 싶었던 걸까. 입버릇처럼 내뱉는 그 말 뒤엔, 뭐가 되었건 잘 치고 싶은 마음이 커지고 있다. 의구심이 드는 것은 단 하나, 잘 치고 싶은 마음 때문에 피아노 치는 것이 부담이 될까 걱정인 것이다. 

 비단 피아노뿐만 아니라 어떤 일을 할 때든 잘하고 싶은 마음이 의도치 않게 앞서곤 했다. 그 마음이 좋은 결과를 가져다 줄 때도 있었지만, 그렇지 않았던 경우들이 훨씬 많았다. 사실, 잘하고 싶은 마음이 강하게 들면 결과 자체는 좋을 때가 많다. 그도 그럴 것이, 몰입하는 정도가 달라지게 되니 결과도 좋은 방향으로 흐르게 되었다. 하지만 그 잘하고 싶은 마음이 나를 옭아 매어 스스로를 힘들게 했던 경우들이 대다수였던 것 같다.  잘 해내고 싶은데, 해내지 못했을 때 그 괴리감과 상실감으로 힘들어하는 내 모습을 알기 때문에 피아노를 칠 때만큼은 잘 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도록 의도적으로 날 억눌렀던 것 같다. 돌고 돌아 어렵사리 찾은 취미인 만큼 오래 이 취미를 향유하고 싶었고, 즐기고 싶었다. 그런데 왜 스멀스멀, 잘 치고 싶은 마음이 올라오는 건지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언제든 술과 함께하는 기적의 저녁밥상

 어떻게 보면 좋아하는 만큼 욕심이 커진다는 말이, 내가 피아노를 치는 순간을 두고 하는 말인 것 같기도 하다. 내 나름의 어설픈 연주를 하고 있는 그 순간에 담긴 내 마음은, 피아노를 계속 치고 싶다는 마음, 피아노에 대한 사랑, 잘 치고 싶다는 욕심. 이 모든 것이 혼재되어 있다. 왼손이 잘 돌아가지 않아서, 레가토를 잘하지 못해서 답답하고 화가 나도 어느 순간 연주처럼 들릴 때 느껴지는 희열이 있다. 그렇게 손이 안 돌아가서 고생하더니 지금은 얼추 해내는구나, 라며 의기양양해지는 내 모습이 조금은(?) 귀엽기도 하다. 술을 마실 때도 피아노를 잘 치고 싶다, 타령을 해대는 데 그렇다고 연습을 매일 죽기 살기로 하느냐? 사실 그것도 아니라서 글을 쓰는 지금 이 순간에도 조금 부끄럽긴 하다.

 그럼에도 피아노를 잘 치고 싶은 이 마음이, 조금 안심되기도 하는 이유는 욕심 때문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내가 치는 피아노 소리가 '연주'라고 불리고 싶은 그 마음 때문이라 조금 더 키워나가도 되지 않을까, 스스로를 다독여본다. 무언가 보상을 받거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연습이 아니기 때문에 피아노를 온전히 즐기기 위한 질풍노도의 시기라 생각해본다. 피아노를 치는 이 시간만큼은 무한한 경쟁사회에서 누군가를 밟고 내가 돋보여야 하는 것과는 다르게 온전히 나와의 싸움이다. 되려 내가 욕심을 부린다 해도, 피아노는 응답해주지 않는다. 내가 연습을 하고, 실력을 길러야만 비로소 피아노는 예쁜 소리를 내주고 연주로 거듭날 수 있으니. 더 열심히 연습해서 잘 치고 싶은 마음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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