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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ri Aug 21. 2023

불온전한 집착

쇼팽 에튀드 혁명, 늚과 늘지 않음 그 사이

엄청난 코멘트들 그리고 소화못하는 나

 여전히, 오래도록 집착하고 있는 연습곡이 있다. 바로 쇼팽 에튀드 Op.10, 12번. 혁명에 대해서 연습한 기간이 꽤나 긺에도 불구하고 섣불리 ‘마무리‘ 하겠다는 말을 아직도 여전히 못 하고 있다. 암보도 다 하고, 완곡도 하였는데 왜 마무리를 못했냐 하면 아직도 내가 원하는 수준의 레벨까지 도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언제쯤 연주다운 연주를 하게 될까 고민하고 있지만, 여전히 연습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피아노 학원에 들어서면 들리는 인기 Top 10 곡이기도 한, 쇼팽의 혁명은 격정적인 음계들로 촘촘히 짜져 있어서 많은 수강생들의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다. 정말 나 좀 피아노 좀 친다, 하는 연습생들이 야심 차게 시작하는 곡인데 하고 기승전결이 완벽한 드라마틱한 구성의 에튀드이기 때문에 연습하다 보면 꼭 들리는 곡이다. 내가 수많은 에튀드들 중, 혁명을 가장 좋아하는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다. 쉴 새 없이 몰아치는 수많은 옥타브들, 그리고 웅장하면서도 무언가 서글픈 한이 서려있는 이 곡을 개인적으로 너무 좋아한다. 그도 그럴 것이 1831년, 쇼팽이 파리에 가던 도 중 폴란드의 수도인 바르샤바에 러시아 군이 침입해 공격을 받았다는 소식을 듣고 쓴 곡으로 쇼팽의 애국심과 놀란 감정이 깃들여져 작곡되었다. 후대에 이르러선 역사적 배경과 격정적 음계들로 ‘혁명’이라는 별칭이 붙게 되었다.

 모든 에튀드가 그렇지만, 혁명은 특히나 왼손을 구사하기 굉장히 어렵다. 대부분의 연주곡들이 오른손 멜로디에 포커스를 둔 반면, 혁명은 왼손의 기교까지 더해져 양손 밸런싱이 특히나 어렵다. 나같이 피아노 하수들이 치기에도 왼손에만 집중하여 치다 보면 오른손 멜로디가 들리지 않고, 오른손에 집중하여 치다 보면 왼손의 반주가 뭉그러져 여간 머리가 아프다. 특히나 내가 가장 어려워하면서도 고질적으로 고치지 못하는 부분이 바로 연타인데 이 부분에 대해서만 수없이 고민하고 연습했다. 속도를 올리기만 하면 정말 오른손 연타를 치는 데 있어 사단이 나는데, 나의 문제점은 연타를 칠 때 건반 위에서 힘을 준 채로 내려친다는 것이다. 건반에 닿는 순간 손가락에 힘을 주어 소리를 내야 하는 데, 난 ‘연타 칠 거야! 쳐요!’ 마음먹고 쿵 내리쳐버리니 소리가 날 턱이 없다. 속도를 내지 않으면 당연히 시간 차가 있어 어느 정도 매끄럽게 이어지지만 속도를 높이기만 하면 두 번째 음이 제대로 소리가 나지 않게 되는 것이다.

선생님의 수많은 피드백 왼손 절지않게, 급하지 않게, 커질 땐 제대로 나오게.

 어느 정도의 여유와 밸런스, 강약 조절이 이루어져야 연수를 완성해야하지만 아직 내가 해결하지 못한 숙제는 왼손의 자유로움이다. 왼손의 자유로움이 보장되어야만 오른손이 반주할 수 있고, 반주에 맞추어 비로소 ‘연주‘를 할 수 있게 되니까. 가장 하기 싫은 왼손/오른손 독립연습과 부분연습까지 원점으로 돌아가 더욱 완벽을 기하고자 한다. 완성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1주일이건, 1년이건, 10년이건 무엇이 중요할까? 내 스스로가 만족할 때까지 계속해서 칠 뿐이지.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 연주다운 연주가 될 수 있도록 새로운 곡을 연습하기 전 계속해서 시간을 할애하여 잊어버리지 않도록 연습해야지.


+ 가장 정석인 폴리니의 쇼팽 혁명과

내가 사랑해 마지않는(?) 조성진의 혁명 연주를 바이블로 삼아 연습, 또 연습!


https://youtu.be/lr1RTyvDb4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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