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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A Dec 02. 2023

[사업] 1. 이 문장에서 틀린 부분을 찾아보시오

나의 마지막 회사를 기억하며

1. 이 문장에서 틀린 부분을 찾아보시오

[A 씨는 마트 기획부서 직원으로서 마트에서 구두를 싸게 자사 온라인 플랫폼에 판매하였다.]


정답은 ‘딱 한 가지만 빼고 다 틀렸다’이다.

마트는 생필품을 파는 공간이자 가족단위 식료품이 중시인 유통 플랫폼이다. 그런데 그곳에서 A 씨는 구두를 팔았다. 게다가 오프라인이 중점적인 플랫폼에서 온라인 판매를 하였고, 넓은 유저를 가지고 있지 않은 온라인 플랫폼에서, 아무런 키워드분석이나 마케팅 없이 싸게만 상품을 판매하였다. 당연히 무엇하나 이치에 맞지 않는 상황에서 상품이 잘 판매될 수 없었다.

한 가지 맞는 점이 있다면 A 씨가 직원이었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모든 점이 틀렸다 하더라도 그는 그 일을 해야만 한다.


그게 바로 나였다. 일을 하면서 뭔가 항상 서서히 침몰해 가는 배에 위에 있음을 느꼈던 것 같다. 일을 해도 어차피 해결되지 않을 것 같다는 막연한 느낌이 지워지지 않았다. 그리고 회사를 나와 사업을 해보니 막연했던 나의 느낌이 단순한 감각이 아녔다는 것을, 이유가 있었던 일이라는 것을, 명확하게 파악하게 된 것 같다. 매우 단편적으로 썼지만 그곳에서 상품이 판매되지 않을 이유는 더 많았다. 안타깝게도 그 당시의 나는 상황을 정확하게 바라보고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없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아무리 대기업의 엠디가 된다 할지라도 그건 장사를 잘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공부를 잘해서였기 때문이다. 공부를 잘해서 좋은 성적을 받아 좋은 대학교에 들어가고, 또다시 공부를 해서 학벌과 스펙을 쌓아야만 가질 수 있는 직업, 장사를 하는 곳에서 장사꾼이 되어야 했지만 현실은 책과 펜을 든 선비였다.

  

지금의 나라면 어떤 선택을 할까?

월에 1000만 원 이상을 추가로 벌어야만 임금 200짜리 직원을 추가로 고용할 수 있다는 각박한 현실을 알고 회사에서 시키는 대로 무념무상 일하거나, 여전히 그때와 같은 회사에 대한 열정과 사랑이 있다면 구두의 추가발주를 거부하고 이탈리아에 살 때 기억해 놓았던 냉동디저트와 과자업체를 만나러 떠날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구두 매대가 아니라 계산대 매대 앞에 잔뜩 물건을 쌓아놓고 커다란 할인문구를 붙여 판매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1년간 내가 판 구두양보다 하루 매출이 더 나올지도 모르겠다.


안타깝게도 나는 좋은 회사를 만나지 못했다. 그리고 3년간 사업을 했었다. 그리고 그 시간을 기억하기 위해 글을 써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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