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없어 고양이, 나만의 고양이를 찾는 법
나만 없어 고양이, 나의 고양이를 찾는 법
아기보다는 반려동물을 선택하는 시대,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나 또한 고양이를 갖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어릴 적 보았던 샴고양이의 눈망울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난달까? 하지만 생명을 책임진다는 것은 정말 엄청난 각오를 필요로 한다. 오늘은 그 각오를 대신할 책 FELINTIY를 소개하고 싶다.
이 책은 전 세계 작가들의 고양이 일러스트를 모은 책이다. 수조 안에서 목욕을 즐기는 고양이, 달달한 디저트를 먹는 고양이, 드레스로 한껏 멋을 낸 고양이, 깜장 눈동자로 무언가를 무섭게 내려보는 고양이, 고양이지만 호랑이 같은 아우라를 지닌 고양이, 펭귄과 믹스된 고양이등 작가의 상상력과 관찰력으로 그려낸 다양한 고양이를 돌아볼 수 있다. 사락사락 책을 넘기다 보면 귀여운 고양이들의 위트 있는 모습에 웃음 짓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고양이를 키우지 못하는 아쉬운 마음을 책으로 달래 볼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을 넘기며 가장 크게 든 생각은 모두는 각기 다른 고양이를 그리면 산다는 것이었다.
이번에 유퀴즈에서 방시혁의장님의 말이 떠올랐다. 불가지론, 인간은 감각기관을 통해 받아들인 자극으로 세상을 주관적으로 받아들일 뿐, 인간이 어떤 사물의 본질을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는 말, 그렇기에 사람을 논리로 설득할 수 없다는 이야기였다. 애당초 사람은 각기 다른 세계를 지니고 살기에 단순히 눈앞에 놓인 책상마저도 그 책상을 서로 똑같이 바라보고 있는지 알 수 없으며 각자 원하는 방식대로 책상을 이해한다는 말, 그렇기에 더 복잡한 세상 속에서는 옳다 그르다의 객관적인 기준이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책 한 장에 고양이 한 마리, 다음장에 또 다른 고양이가 그려져 있는, 단 한 마리도 같은 고양이를 찾아볼 수 없는 이 책을 넘기며 그 말을 이해하게 되었던 것 같다. 누군가에게 고양이는 치유의 힘을 지닌 꽃과 같은 존재이기도 하고 누군가에게는 음침한 밤 속에 눈을 반짝이는 무서운 존재이기도 하다. 누군가에게 고양이는 다양한 색감의 색연필로 그려낸 삼색고양이일수도 있고, 펜으로 차갑게 그려낸 검정고양이이기도 하다. 작가는 작가마다 서로 다른 고양이를 그려내고 그 안에서 독자는 내가 생각하는 고양이와 가장 닮은 고양이를 보고 친근함을 느끼기도 하고 내가 상상하지 못한 낯선 고양이를 발견하며 새로운 자극을 경험하기도 한다. 그렇게 이 책은 각자의 고양이를 보여주고 또 새로운 우리에게 자신만의 고양이를 마음속에 그려내게 한다.
우리는 대부분의 시간을 다른 사람들의 시선과 잣대속에 살아간다. 그리고 그 잣대와 시선이 옳은지 그른지 이해하기보다는 강요받는 삶에서 자신을 잃어버린 곤 한다. 어디서부터 나를 찾아야 할지 모를 때, 이 책을 보며 나만의 고양이 한 마리를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귀여운 고양이들 속에서 왜 이 고양이를 좋아하는지 답을 찾다 보면 나의 영혼의 조각의 단서를 찾게 될지도 모른다. 그게 오늘 이 책과 그림을 추천하는 이유다.
PS. 오늘 나의 고양이는 세숫대야에서 배를 내놓고 세상 편하게 누워있는 고양이다. 아... 편하게 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