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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정은 Oct 19. 2023

귤 한 개, 사랑을 느꼈다.

나누는 사람에게 따뜻한 정을 느꼈다.

시원한 저녁 시간..

요즘 부쩍 핸드폰만 보는 아들 녀석에게 자전거 타고 동네 한 바퀴 돌고 오자고 했다.

가기 싫은 눈치였지만 엄마가 제안한 붕어빵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아들은 나를 따라나섰다.

딱 한 바퀴만 돌 거지? 라며 몇 번을 물어본 아이에게 오늘은 새로운 동네로 가보자며 낯선 곳으로 호기심을 자극했다.

아들은 붕어빵 사줄 거지?

내심 붕어빵이 먹고 싶어서 따라나선 눈치였다.

그렇게 시원한 저녁 바람을 맞으며 자전거를 타고 낯선 동네로 향했다.

어두움이 깔리고 가로등이 2-3개 밖에 없는 동네 한쪽 구석에 붕어빵을 팔고 계시는 할머니가 보였다.

약속을 지키기 위해 자전거를 한쪽에 세워두고 2천 원을 주면서 아들에게 큰소리로 말했다.

붕어빵 약속 지킬게.

아들은 함박웃음을 지으며 그래,, 내가 사 올게

라며 자전거에서 가볍게 뛰어내렸다.


할머니,, 붕어빵 주세요..

라고 말하자 할머니는 조금만 빨리 오지..

방금 다 팔고 지금 정리하려고 한다며 안타까운 표정을 내비쳤다.

아들은 할머니에게 조금만 더 많이 붕어빵 만드시지... 라며 아쉬운 마음을 건넸다.

할머니는 조그마한 천막 사이를 비집고 나와서 아들에게 연신 칭찬을 쏟아냈다.

어쩜.. 이렇게 말도 잘하고 잘생겼냐면서...

아들은 감사합니다.. 인사를 건넨 순간..

할머니는 나에게 오더니 어디 사슈?

아.. 저는 저쪽 동네 신도시에 사는데 운동삼아 여기까지 왔어요..라고 말했다.

할머니는 이렇게 먼 곳까지 왔는데.. 아쉽다며 다음에는 좀 일찍 오라고 했다.

한참 대화를 나누는 할머니는 갑자기 어... 어....

저기 저거 가져가야겠다며 옆 가게에서 내놓은 빈 박스를 가져오셨다.

순간,, 가슴이 뭉클했다.


할머니는 갑자기 주머니 안에서 귤 한 개를 꺼내서 아들에게 주려고 했다.

아들은 저는 괜찮아요.. 할머니 드세요... 라며 다시 주머니 안으로 넣어드렸고, 나 역시 옆에서 할머니 드시라며 괜찮다고 했다.

그렇게 우리는 다음에 오기로 하고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향했다.

왠지 모르게 눈물이 나왔다.

찬바람을 맞으며 아들은 나에게 말했다.

엄마,, 저 할머니 따뜻한 분이신 거 같아..

응.. 엄마도 그렇게 생각해..

본인도 안 드시고 아껴둔 귤을 내어준 할머니의 따뜻한 손길을 가슴에 담고 왔다.

그날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오는 내내 눈물이 났던 건...

할머니가 낯선 사람에게 베푼 사랑이 느껴져서였다.

본인도 안 드시고 아껴둔 따스한 귤 한 개에서 사랑이 전해졌다.

눈물을 훔치고 달리는 자전거에서 나는 생각했다.

작은 감동의 시작은 물질도 아니고 재력도 아니라고 말이다.

사랑... 먼저 베푸는 마음...

나를 울게 만든 할머니가 생각나서 다시 한번 낯선 동네로 갈 생각이다.

아들 녀석과 함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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