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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니정 Feb 20. 2024

말레이시아의 설날에는 가게들이 문을 닫는다

사업 보단 가족이 먼저다

새해가 밝았다.


매년 이맘때쯤이면 다들 야심 차게 새해 목표를 세우고 나름의 계획을 세우는 시기이다.


올해 나의 목표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일본어 공부이다.


내가 일본어 공부에 매진하고자 하는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바로 2년 뒤에 두 번째 석사학위에 도전하고자 생각 중이기 때문이다.


근데 일본에서 할 생각은 아니고 국내 대학원에 진학할 것이다. 


그런데 왜 일본어 공부를 하느냐고? 


내가 목표하는 대학원이 국제대학원이라 영어가 기본이지만 다른 제2외국어로 진행되는 강의도 꽤 있다.


일본어 강의를 수강하는 것에 도전해보고 싶기도 하고, 협정된 일본대학과의 복수학위 기회도 있기 때문에 멀리 보고 준비할 생각이다.



주변에서는 "석사를 왜 두 개나 하려 해? 무슨 의미가 있나?"라고 자주 묻는데 그때마다 뭐라고 답해야 할지 모르겠다.


왜냐하면 내가 생각해도 딱히 효율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시간이든 돈이든).


그런데 뭐라고 해야 할까?


나는 보통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지는 인생의 큰 목표들에 (이를테면 내 집 마련, 가정 꾸리기, 승진, 연봉 상승 등에) 딱히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


물론 내 능력이 부족해서 그런 것일 수도 있겠다.


대신 그런 류의 꿈은 없지만 다른 류의 꿈은 있다.


그중 하나가 '하고 싶은 공부가 생기면 마음껏 하자!'라는 것이다.


상당한 시간과 돈을 투자해야 할지 모르지만 진정 공부하고 싶은 분야가 생긴다면 아낌없이 그곳에 투자하는 것이다.


하고 싶은 공부가 있음에도 지금 유지하고 있는 것을 포기하기 두려워 망설이다가 때를 놓치면 나중에 분명히 후회할 것이라 믿고 있기 때문이다.

Do What You Love (from Juniqe)

  

말레이시아 사람들도 설날이 되면 (이곳에서의 명칭으로는 'Chinese New Year') 저마다의 새해 소망을 기원한다.


지인들이 단톡방에 공유하는 새해 소망들을 보면 대단한 것은 거의 없다.


"하루하루 즐겁게 보낼 수 있게 해 주세요."

"건강하게 해 주세요."

"안 다치게 해 주세요."


늘 생각하길 말레이시아 사람들은 전반적으로 인생에 큰 욕심이 없는 것 같다.


그것을 보여주는 좋은 예시가 또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설날 기간이 되면 중국계들이 운영하는 거의 모든 가게가 문을 닫는다는 점이다.


식당, 철물점, 반찬가게, 정육점, 인쇄소 등 업종에 관련 없이 화교들이 운영하는 곳이라면 정말 모두가 영업을 멈추는 것 같다.


심지어 기간도 짧지 않다.


설날 당일 정도 하루이틀 쉬는 게 아니라 그 주의 금요일부터 그다음 주 평일까지 쭉 사나흘 정도를 쉰다.


다행히 말레이와 인도계는 정상적으로 영업을 하는 경우가 많아 필요한 것을 구하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다.



어릴 때를 생각해 보면 우리나라도 그랬었지만 지금은 분위기가 많이 달라진 것 같다.


설날이든 추석이든 당일에도 영업을 하는 가게가 비교적 많이 늘은 기분이다.


당장 자영업을 하는 우리 가족만 봐도 소위 '명절 특수'를 기대하며 오히려 영업을 하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설날을 바라보는 시각 자체가 많이 변화된 것 같다.


과거에는 온 가족이 옹기종기 모여 밥을 먹고 덕담을 나누며 (억지로라도) 서로와 시간을 보내는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보다 실용적인 방식으로 설날을 맞이하는 것 같다.


설날 기간 동안 오히려 해외여행이 대폭 증가했다는 뉴스만 봐도 알 수 있다.


교통 체증, 세뱃돈, 차례상 등의 의례적 스트레스를 감수하기보단 일과 학업으로 인해 지친 영육(靈肉)을 재충전하는 계기로 설날을 활용하고 싶은 것이다.   


어느 쪽이 더 옳다 그르다 함부로 판단할 수 없는 하나의 '시대의 흐름'이라고 생각한다.


From Interpark


대학을 졸업하고 우연한 기회로 시작한 해외생활이 어느덧 5년 차 가까이 되었다.


감사하게도 5년이라는 시간 동안 3군데의 각기 다른 나라에서 일하고 공부하면서 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


이런 류의 나그네 인생도 그 나름의 재미가 있긴 하지만 문득 가족과 친구들이 사무치게 그리운 감정이 들 때는 어쩔 도리가 없다.


평소엔 괜찮다가도 명절이라거나 몸이 아플 때는 특히 그러한 감정이 깊숙이 들어온다.


그래서인지 설날 본연의 모습을 아직도 지켜나가고 있는 말레이시아 화교들의 뚝심이 존경스럽다.


항상 가족이라는 가치를 가장 먼저 생각하는 그 마인드만큼은 시대의 격변에도 흔들림이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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