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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트 Oct 19. 2022

집사와 함께 산 일년 일개월

나는 먼지. 프로탈출러다 



나는 먼지! 라고 사람들이 부른다. 정확하게는 나와 함께 살고 있는 인간들이다.  

내 이름이 나를 정의하는 것인데, 고얀것들, 나에게 감히 그따위 하찮은 이름을 붙이다니! 

하지만 너희들이 나에게 하는 정성을 봐서 내가 참도록 하겠다. 


벌써 이 집에서 함께 산지 일년이 넘었다. 

작년 여름, 나는 공원 산책로 옆에 자리한 한 가게의 케이지 안에서 무더위를 났고 

막 가을 바람이 불어오던 시기에 이 집에 오게 됐다.


그 가게에 있을때, 나의 스승이신 아비시니안 선생께서 말씀하시길

절대 인간을 믿지 마라 하셨다. 스승님으로 말씀드리자면 

외모는 고작 3개월의 어린 냥이에 지나지 않았으나

고양이의 아홉개의 목숨 중 무려 아홉번째 생을 살고 있으며 모든 기억을 가지고 있다 하셨으니 

실로 존경할 만한 분이었다. 

지금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은 모두 스승님께 배운 것으로, 스승님은 인간들이란 우리의 시중을 드는

하찮은 존재들이나 믿어서는 안되는 종자들이라 하셨다. 그들을 믿는 순간 우리는 나태지옥에 빠진다는 말씀이셨다. 사실 나태지옥이 뭔지는 모르지만 어쩔 수 없다. 더 자세한 말씀을 듣기 전에

스승님은 한 인간과 함께 떠나셨고 그 후 홀로 외로움과 싸우며

그곳을 탈출할 기회만 엿보던 중, 이들이 찾아왔다. 


큰꼬와 째꼬. 아, 이건 내가 지은 이름이다. 

큰 꼬는 큰 꼬맹이, 째꼬는 째깐한 꼬맹이. 

그 뒤를 이어 들어온 집사와, 큰 덩어리. 

집사는, 내가 스승님께 배운대로 나에게 밥을 주고 화장실을 치워주는 존재를 말한다.

스승님은 인간중에서도 가장 하찮은 존재가 집사라고 말씀하셨지. 마치 하인이나 심복같은,

우리가 어떤 짓을 해도 화를 낼 수 없는 존재이니 전혀 신경쓸 필요가 없다고 말이다. 

큰 덩어리는 말이 별로 없었는데 큰꼬와 째꼬가 엄청 매달리는게

몹시 시끄러웠다.


"엄마 제발~ 제발요~ 네?"

"아빠~ 아빠가 허락해주면 할머니도 뭐라고 안하실거예요~ 네? 아빠~~~~"

저 큰꼬와 째꼬는 어리광이 보통이 아니었다. 쯧- 한심한 것들. 


그런데 그 한심한 것들이 나를 이 집으로 데려왔으며 

그날부터 나에게 "먼지야~"라고 불러대고 있다. 

먼지, 하찮은 이름일 뿐인데. 어쩌면 마법의 주문일지도 모른다.

집사가 "먼지야 이리와!"하고 부를때면 자동적으로 내 몸이 뛰어 나가고 만다.

굴욕적이다.


이 집에 들어온 그 순간부터 나는 탈출을 꿈꿨다. 

스승님이 말씀하신 자유를 찾아, 나는 탈출하리라. 

그런데 어느새 1년이 흘렀다니. 


이 집은 전에있던 그 가게안의 유리케이지에 비하면 너무 넓고 복잡해서 

일단을 열리는 문을 파악해둘 필요가 있었다. 


지난 일년, 나의 몇번의 탈출 시도는 실패했고 

매일같이 수많은 탈출 계획을 세웠지만 아직까지

이곳에 있다. 

그 이야기를 이제 시작해 볼까 한다. 




일단 집사 얘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집사는 자신을 자꾸 '엄마'라고 부른다.

"먼지야~ 잘잤어? 엄마가 밥줄게 이리와~"

"먼지야~ 엄마 기다렸지? 엄마가 간식줄게~"이런 식이다. 

집사는 큰꼬와 째꼬에게도 자신을 엄마라고 부르는데

"엄마가 그거 하지 말랬지?"

"엄마가 아까부터 씻으라고 했지!" 이런 식이다.

나를 부를때와는 사뭇 다른 느낌의 '엄마'라고나 할까. 

나는 그냥 집사가 하고싶은대로 하게 내버려두고 있다. 


무엇보다 집사에게는 내가 필요한 것 같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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