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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트 Oct 19. 2022

고양이 확대범! 범인은 바로 나

먼지의 다이어트는 오늘도 실패  



한달에 한번, 먼지와 나는 병원에 간다. 병원의 이름이 죽어도 안외워지는데, 퍼스트? 베스트? 늘 헷갈리지만 병원에 도착하고 보면 그 이름은 파트너... 반려 동물과 나의 관계에 맞는 이름이 틀림없는데 왜 안외워지는 걸까. 


병원에 가는 일은 늘 고역이다. 일단 병원이 우리 동네이고,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에, 친절하고 실력좋으신 의사선생님이 계시니 다 좋은데, 고양이를 키우는 분들은 알 것이다. 왜 병원에 가기가 힘든지. 


일단 병원에 데려가기 위해 가방이나 케이지에 넣는 일 부터가 힘들다. 고양이들이 병원에 가는 것을 귀신같이 알고 절대 들어가지 않는다고 한다. 우리 먼지는 그래도 가방안에 마따따비 (고양이들의 마약이라 불리는 고양이가 좋아하는 향기) 스프레이를 뿌리면 잘 들어갔었는데, 며칠전에는 그마저도 통하지 않았다. 몸이 커지고 살이 쪄서, 늘 메고다니던 우주선 가방은 좁았기에 더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다. 모른다 나의 추측이니까. 대체 왜 안들어가는 거니 먼지야 ㅠㅠ 


그래서 간식으로 유혹하고 장난감으로 유인하고 갖은 노력끝에 먼지를 케이지에 넣는데 성공하자 이미 병원 예약시간이었다. 서둘러 케이지를 들고 나섰는데, 문제는 무게. 먼지가 이미 5키로에 육박하는데다 케이지도 대형이어서 그 무게도 무시할 수 없었다. 게다가 어깨에 메는 것이 아니라 손에 드는 형태이다 보니 그야말로 땀이 뻘뻘나고 팔이 부들부들 떨리는데, 옆에서 둘째가 알짱알짱 거리며 자꾸만 진로방해를 한다. 그냥 들고 있기도 힘든데 제발 내 옆에 있지 말아줄래- 라고 말하고 싶지만, 도와주겠다고 알짱대는 애를 구박할 수도 없고, "무거워서 00이는 못들어~ 엄마가 들게.", "엄마가 혼자 드는게 제일 좋을 것 같아." 이 말을 무한 반복하며, 이미 늦었으므로 최대한 빨리 걷기까지. 그렇게 병원에 들어서자 15분 늦었고 땀이 비오듯 했다.  

팔은 부들부들 하는데, 일단 진료부터 보자. 


원래는 케이지든 가방이든, 고양이를 그 안에서 빼지 않고 뚜껑을 열어 진료를 볼 수 있는 형태로 만들어져 있다. 왜냐하면 고양이들이 낯선곳을 너무나 싫어하고 무서워해서 도리어 하악질을 한다거나 의사쌤을 할퀼수도 있기 때문에, 강제로 빼지 않고 최대한 그 안에서 안정을 취하면서 진료를 볼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우리 먼지는 병원에 가자마자 케이지에서 나와야만 한다. 왜냐, 몸무게를 재야하니까 ㅠㅠ 


우리 먼지는 그동안 아가냥이어서 몸무게를 재야했고 (발달상태 확인), 이제는 성묘가 되었지만 뚱냥이가 될 위기에 처해있기 때문에 몸무게를 재야한다. 지금 5키로가 안되긴 하지만, 의사쌤 말씀으로는 먼지같은 품종묘는 4키로 초반대가 일반적이라고 한다. 게다가 성묘 (태어난지 1년이 되면 성묘가 된다)가 된 후로 몸무게가 늘지 않고 정체되는 것이 일반적인데 비해, 우리 먼지는 성묘가 된 후에도 매달 꾸준히 늘고 있다는 점이 문제! 이대로 5키로가 넘어가면 건강에 좋지 않기 때문에 다이어트가 필요하다는데. 맞는 말씀인 줄은 알겠으나 쉽지 않은 일이다. 


 

아기냥때의 먼지. 작고 소듕- 
최근의 먼지. 머리에 비해 몸이 매우 찌긴했지만 귀여운데?


먼지를 이토록 확대시킨 범인은 바로! 나... ㅠㅠ 


병원에서 다이어트가 필요하다는 얘기를 처음들은 건 지난달이었다. 그때 병원에 다녀와서 다이어트 이야기를 하자 온 가족이 나를 째려봤다. 먼지확대범은 나인것이다. 나도 할말이 없다. 그 후로 나는 아이들의 감시에 시달렸다. "엄마, 간식 주지 마요.", "엄마, 먼지 아프면 어떡해! 간식 주지 마요." 


대체 너희들은 어떻게 그렇게 매정할 수가 있니. 먼지의 동그란 눈이, 간식을 원하는 저 표정이 너희들은 보이지 않는단 말이냐. 먼지는 가뜩이나 불쌍한 얼굴인데, 내 곁에 앉아서 나를 살짝 톡톡 치거나 그대로 내가 간식을 주지 않으면 내 손을 핥는다. "엄마, 왜 간식 안줘~ 엄마~ 나 간식먹고 싶어. 엄마, 사료 맛없어 간식 줘...." 이걸 어떻게 모른 체 한다는 거냐. 나는 그럴 수가 없다. 


길냥이들은 6키로대여도 잘만 사는데! 우리 먼지는 다이어트를 해야하다니. 그래도 나도 양심상 간식으로 추르는 잘 주지 않는다. 원래 추르는 보상개념으로 꼭 필요할 때만 주었고, 내가 주는 간식은 주로 동결건조간식이다. 동결건조 황태, 연어, 북어, 오리, 뭐 이런것들. 첨가물 없이 건조시킨거라니 그래도 다른 간식보다는 나쁘지 않겠지? 큐브처럼 네모나게 생긴 동결건조 간식을 던져주면 먼지는 마치 사냥을 하듯이 뛰어가 간식을 착- 잡으면서 얼마나 재미있어 하는지, 직접 봐야 그 뿌듯함을 알 수 있다. 때로는 일부러 터널쪽이나 터널 안으로 던지기도 하고, 이쪽 저쪽 방향을 바꿔가며 던지면 먼지도 운동도 될것인데.... 하루 5개 미만으로 주라는 아이들의 성화에 알았다고 끄덕이지만 사실 나는 5개가 뭐야 20개는 넘게 주는 것 같다. 죄책감이 들기도 하지만 하루종일 같이있는 건 나인걸. 


무엇보다 그마저 하지 않으면 우리 먼지가 너무 무료해 보인다. 

먼지의 확대범인 나는 입이 두개라도 할 말이 없지만, 다행히 아직 5키로는 넘지 않았다.

먼지야, 그래도 간식 신경쓰며 전보다는 자제하고 있으니 운동 많이 하고 아프지 말고 오래오래 같이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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