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의 다이어트는 오늘도 실패
한달에 한번, 먼지와 나는 병원에 간다. 병원의 이름이 죽어도 안외워지는데, 퍼스트? 베스트? 늘 헷갈리지만 병원에 도착하고 보면 그 이름은 파트너... 반려 동물과 나의 관계에 맞는 이름이 틀림없는데 왜 안외워지는 걸까.
병원에 가는 일은 늘 고역이다. 일단 병원이 우리 동네이고,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에, 친절하고 실력좋으신 의사선생님이 계시니 다 좋은데, 고양이를 키우는 분들은 알 것이다. 왜 병원에 가기가 힘든지.
일단 병원에 데려가기 위해 가방이나 케이지에 넣는 일 부터가 힘들다. 고양이들이 병원에 가는 것을 귀신같이 알고 절대 들어가지 않는다고 한다. 우리 먼지는 그래도 가방안에 마따따비 (고양이들의 마약이라 불리는 고양이가 좋아하는 향기) 스프레이를 뿌리면 잘 들어갔었는데, 며칠전에는 그마저도 통하지 않았다. 몸이 커지고 살이 쪄서, 늘 메고다니던 우주선 가방은 좁았기에 더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다. 모른다 나의 추측이니까. 대체 왜 안들어가는 거니 먼지야 ㅠㅠ
그래서 간식으로 유혹하고 장난감으로 유인하고 갖은 노력끝에 먼지를 케이지에 넣는데 성공하자 이미 병원 예약시간이었다. 서둘러 케이지를 들고 나섰는데, 문제는 무게. 먼지가 이미 5키로에 육박하는데다 케이지도 대형이어서 그 무게도 무시할 수 없었다. 게다가 어깨에 메는 것이 아니라 손에 드는 형태이다 보니 그야말로 땀이 뻘뻘나고 팔이 부들부들 떨리는데, 옆에서 둘째가 알짱알짱 거리며 자꾸만 진로방해를 한다. 그냥 들고 있기도 힘든데 제발 내 옆에 있지 말아줄래- 라고 말하고 싶지만, 도와주겠다고 알짱대는 애를 구박할 수도 없고, "무거워서 00이는 못들어~ 엄마가 들게.", "엄마가 혼자 드는게 제일 좋을 것 같아." 이 말을 무한 반복하며, 이미 늦었으므로 최대한 빨리 걷기까지. 그렇게 병원에 들어서자 15분 늦었고 땀이 비오듯 했다.
팔은 부들부들 하는데, 일단 진료부터 보자.
원래는 케이지든 가방이든, 고양이를 그 안에서 빼지 않고 뚜껑을 열어 진료를 볼 수 있는 형태로 만들어져 있다. 왜냐하면 고양이들이 낯선곳을 너무나 싫어하고 무서워해서 도리어 하악질을 한다거나 의사쌤을 할퀼수도 있기 때문에, 강제로 빼지 않고 최대한 그 안에서 안정을 취하면서 진료를 볼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우리 먼지는 병원에 가자마자 케이지에서 나와야만 한다. 왜냐, 몸무게를 재야하니까 ㅠㅠ
우리 먼지는 그동안 아가냥이어서 몸무게를 재야했고 (발달상태 확인), 이제는 성묘가 되었지만 뚱냥이가 될 위기에 처해있기 때문에 몸무게를 재야한다. 지금 5키로가 안되긴 하지만, 의사쌤 말씀으로는 먼지같은 품종묘는 4키로 초반대가 일반적이라고 한다. 게다가 성묘 (태어난지 1년이 되면 성묘가 된다)가 된 후로 몸무게가 늘지 않고 정체되는 것이 일반적인데 비해, 우리 먼지는 성묘가 된 후에도 매달 꾸준히 늘고 있다는 점이 문제! 이대로 5키로가 넘어가면 건강에 좋지 않기 때문에 다이어트가 필요하다는데. 맞는 말씀인 줄은 알겠으나 쉽지 않은 일이다.
먼지를 이토록 확대시킨 범인은 바로! 나... ㅠㅠ
병원에서 다이어트가 필요하다는 얘기를 처음들은 건 지난달이었다. 그때 병원에 다녀와서 다이어트 이야기를 하자 온 가족이 나를 째려봤다. 먼지확대범은 나인것이다. 나도 할말이 없다. 그 후로 나는 아이들의 감시에 시달렸다. "엄마, 간식 주지 마요.", "엄마, 먼지 아프면 어떡해! 간식 주지 마요."
대체 너희들은 어떻게 그렇게 매정할 수가 있니. 먼지의 동그란 눈이, 간식을 원하는 저 표정이 너희들은 보이지 않는단 말이냐. 먼지는 가뜩이나 불쌍한 얼굴인데, 내 곁에 앉아서 나를 살짝 톡톡 치거나 그대로 내가 간식을 주지 않으면 내 손을 핥는다. "엄마, 왜 간식 안줘~ 엄마~ 나 간식먹고 싶어. 엄마, 사료 맛없어 간식 줘...." 이걸 어떻게 모른 체 한다는 거냐. 나는 그럴 수가 없다.
길냥이들은 6키로대여도 잘만 사는데! 우리 먼지는 다이어트를 해야하다니. 그래도 나도 양심상 간식으로 추르는 잘 주지 않는다. 원래 추르는 보상개념으로 꼭 필요할 때만 주었고, 내가 주는 간식은 주로 동결건조간식이다. 동결건조 황태, 연어, 북어, 오리, 뭐 이런것들. 첨가물 없이 건조시킨거라니 그래도 다른 간식보다는 나쁘지 않겠지? 큐브처럼 네모나게 생긴 동결건조 간식을 던져주면 먼지는 마치 사냥을 하듯이 뛰어가 간식을 착- 잡으면서 얼마나 재미있어 하는지, 직접 봐야 그 뿌듯함을 알 수 있다. 때로는 일부러 터널쪽이나 터널 안으로 던지기도 하고, 이쪽 저쪽 방향을 바꿔가며 던지면 먼지도 운동도 될것인데.... 하루 5개 미만으로 주라는 아이들의 성화에 알았다고 끄덕이지만 사실 나는 5개가 뭐야 20개는 넘게 주는 것 같다. 죄책감이 들기도 하지만 하루종일 같이있는 건 나인걸.
무엇보다 그마저 하지 않으면 우리 먼지가 너무 무료해 보인다.
먼지의 확대범인 나는 입이 두개라도 할 말이 없지만, 다행히 아직 5키로는 넘지 않았다.
먼지야, 그래도 간식 신경쓰며 전보다는 자제하고 있으니 운동 많이 하고 아프지 말고 오래오래 같이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