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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드퓨처 Dec 17. 2022

사피엔스


사피엔스를 완독 하기까지 무려 5년의 시간이 흘렀다. 물론 읽다가 한참 잊혀지기도 하고 또 문득 생각나서 꺼내 읽은 시간을 모두 합친 시간이다. 그래도 대단한 것은 수십억 년에 걸친 인류사를 단 5년에 글로나마 파악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사피엔스와 더불어 인류사로 분류되는 대표 서적에 대해 정리해봤다.


'인류사'라는 역사의 새로운 장르는 20세기 후반에 그 작은 시작을 알렸다. 역사가들이 과학적 발견과 지식을 역사 서술에 끌어들이기 시작한 것이다. 역사가 우주의 탄생, 지구의 형성, 인류와 문명의 등장 및 발전 등으로 확대되었다. 그런데 600년 전에 이미 이러한 분야가 탄생했으니 그 주인공은 북아프리카에 살았던 이븐 할둔(1332~1406)이다. 그는 '역사 서설'에서, 세계를 일곱 기후대로 나누어 환경과 문명의 관계를 살피면서 인류사를 썼다. 과학과 역사의 첫 만남이었다. 아래에 그중 일부를 인용해 본다.


"지구의 형태는 공 모양이고 물에 둘러싸여 있다. 육지는 지구 전체의 반에 약간 못 미치며, 공 모양의 표면 위에서 북쪽에 더 많이 분포되어 있다. 육지의 거주 가능 지역은 전체의 4분의 1에 달하며 이는 다시 일곱 개의 기후대로 나뉜다. 문명은 태양의 열기가 온화한 제3, 제4 기후대에서 가장 발달하며, 더 춥고 건조한 제5, 제6, 제7 기후대로 연결된다."


이븐 할둔의 '역사 서설' 이후 가장 성공적으로 문명사를 연구한 인물은 아널드 J. 토인비 (1889~1975)이다. 그는 이전에 민족이나 국가를 단위로 역사를 서술했던 것과 달리 문명을 단위로 역사를 연구했다.


본격적으로 과학을 역사에 도입한 사람은 제레드 다이아몬드 (1937~)이다. 그는 역사학자가 아닌 생리학, 진화생물학, 문화인류학 등을 연구한 과학자이자 작가, 저널리스트였다. 그는 '총균쇠'에서 대륙별로 발전 속도에 차이가 나는 이유는 각 대륙의 환경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얘기한다. '총균쇠'가 지닌 특별한 점은 과학자가 쓴 역사서라는 것이다. 역사를 과학화하려고 한 것이다.


'총균쇠'가 과학자가 쓴 역사서라면, '사피엔스'는 역사학자가 쓴 과학사이다. 유발 하라리 (1976~)는 인간을 사피엔스라고 하는 생물의 일종으로 보는 사회 생물학 개념을 도입하였다. 그는 자연선택의 결과물인 사피엔스가 자연선택의 지배를 벗어나 지적 설계가 통용되는 새로운 역사의 단계로 넘어가려 한다고 주장한다. '사피엔스'의 일부를 인용해 본다.



"약 135억 년 전 빅뱅이 일어나 물질과 에너지, 시간과 공간이 존재하게 되었다. 30만 년 후에 원자라는 복잡한 구조가 형성되었고, 원자가 모여 분자가 되었다. 약 38억 년 전 지구 행성에 모종의 분자들이 결합해 크고 복잡한 구조로 이루어진 생물을 만들었다. 약 7만 년 전 호모 사피엔스 종에 속하는 생명체가 문화를 만들었다. 그 문화가 발전한 과정을 역사라고 한다. 역사의 진로를 만든 것은 세 혁명이었다. 약 7만 년 전 일어난 인지 혁명은 역사의 시작을 알렸다. 약 1만 2,000년 전 발생한 농업혁명은 역사의 진척을 가속했다. 과학혁명은 겨우 500년 전에 시작되었지만 역사의 종말을 부르거나 무언가 완전히 다른 것을 새로 시작하게 할지도 모른다. 이 세 혁명은 인간과 이웃 생명체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을까? 그것이 이 책의 주제다."


유발 하라리가 7만 년 전에 일어난 인지 혁명을 역사의 출발점으로 본 이유는, 사피엔스가 이 혁명으로 문명을 만들어 낼 능력을 보유하게 되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작가 유시민은 '역사의  역사'에서, 유발 하라리의 생각 즉, 사피엔스가 자연선택의 굴레를 넘어 신이 되려 한다는 주장에는 반대한다고 얘기하면서도 유발 하라리의 독창적인 역사관을 극찬하고 있다.


"나는 인간이 자연선택의 역사를 종식하고 지적 설계의 역사를 열 것이라고 믿지 않는다. 유전자를 조작한다고 해서 신이 되는 것이 아니다. 그가 사피엔스의 미래를 걱정하고 있다는 것을 이해하고 공감한다. 그런 점에서 '사피엔스'는 훌륭한 역사책이다."


이후, 인류는 유례 없는 팬데믹 시대를 맞았지만 하라리의 말대로 우리는 잘 대응하고 있다. 비록 신이 되진 않았지만 인류가 발전하는 만큼 자연도 진화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겠다.


본 포스팅 작성 시, 유시민의 '역사의 역사'를 참고했음을 밝혀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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