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은 누구나 좋아하는 명작이지만, 아무도 읽지 않는 책이다' 고전에 대한 웃픈 평판이다. 시사하는 바가 심오한 데다가 내용도 어렵고 양도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트렌드와 시대에 상관없이 수백 년에 걸쳐 베스트셀러의 리스트에 올라와 있다는 건 그만큼 가치가 있다는 반증 아닐까? 시간이 흘러도 독자들의 발걸음이 여전히 고전을 향하는 이유는 변치 않는 지혜를 얻기 위함이리라.
여기, 고전을 읽고는 싶은데 선뜻 손이 가지 않는 분들을 위해 추천하고 싶은 책이 있다. 바로 강신장의 '고전 결박을 풀다'이다. 저자 강신장은 삼성경제연구소에 임원으로 재직하며, 대한민국 최고의 CEO 커뮤니티인 SERI CEO를 탄생시켰고, 리더들에게 인문학적 영감을 전하는 데 크게 기여한 분이다.
'고전 결박을 풀다'에는 노인과 바다, 죄와 벌 그리고 파우스트 등 30편의 대표 고전이 각각 10페이지 남짓에 엑기스만 뽑아 그림과 함께 정리되어있다. 이 한 권이면 대표 고전 30권을 완독 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다만, 원작을 전혀 모른 상황에서 읽는다면 다소 이해가 어려울 수도 있다. 워낙 짧게 요약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고전 30편을 언제든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다는 뿌듯함에 늘 곁에 두고 싶은 책이다. 나는 이 책을 이전 직장에 근무할 때 대표이사님으로부터 선물 받았다. "업무로 바쁘기만 한데 웬 고전?" 하며,한동안 책장 한편에 꽂아두기만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눈에 띄길래 한번 읽어줘야지, 하며 친근한 '죄와 벌' 편을 읽었다. 스토리를 알고 있던 차에, 짧게 요약한 내용을 읽으니 너무 재미있는 것이었다. 게다가 자칫 딱딱할 수 있는 내용을 신랄한 그림으로 보완함으로써 친근함과 가독성을 높인 것은 저자의 묘수였다.
내친김에 완독 하기까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나는 이 책을 읽고 나서 몇몇 고전은 원본을 찾아 읽기까지 했다. 이후, 송곳 같던 성격도 뭉뚝한 몽당연필처럼 부드러워졌고 정량적 사고방식을 정성적 감성으로 보완할 수 있었다.고전의 중요함을 몸으로 깨닫게 된 것이다. 아마도 그때 내 안에 글쓰기 DNA가 잉태되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지식이나 중요한 정보를 주지는 않지만 그에 못지않은 감성을 충만하게 해 준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고전 읽기의 당위성은 이미 확보된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