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소장의 방문을 열어젖히면 생기는 놀라운 일
굳게 닫힌 리더의 방문은 부서원들과 리더 사이에 벽이 되어 소통을 방해할 수 있다. 또한 안이 안 보이지 않기 때문에 막연한 불안감이 조성될 수도 있다. 밀실 행보는 공정하지 않은 결과를 도출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리더의 방은 되도록 활짝 열려있는 게 좋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나는 항상 내 오피스 문을 활짝 열어둔다. 며칠 전 한 연구원이 열린 문 틈으로 빼꼼히 얼굴을 들이밀었다. 잠시 시간 되시냐며 들어온 연구원은 느닷없이 넋두리를 늘어놓았다.
"소장님, 요즘 실험도 잘 안되고 일은 쌓여가며 매일 다람쥐 쳇바퀴 도는 듯한 일상에 지치게 되네요. 어떡하면 좋죠?"
나는, 실험을 어떻게 하고 있냐, 계획이 너무 타이트한 게 아니냐,부터 시작해서 매일매일 동기부여할 방법을 찾아라.. 등의 진부한 조언을 하려고 폼을 잡았다. 그때 불현듯 몇 년 전 일이 떠올랐습니다.
고3인 딸이 학원 끝나고 자정이 다 돼서 귀가를 했는데, 마구 넋두리를 쏟아냈다. 주 내용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생각보다 나오지 않는 성적이었다. 아빠로서 나름의 설루션을 제공한답시고 과거의 경험에 기반한 이야기들을 잔뜩 늘어놓았다. 그러자 딸아이가 한 마디 했다. "아빠, 이럴 땐 그냥 그랬구나 우리 딸이 힘들구나. 하고 들어주기만 하면 좋겠어."라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딸아이는 딱딱한 해답보다 그저 조건 없이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상대가 필요했던 것이다. 나는 연구원에게 말했다. 실험 결과는 조금 늦어져도 좋으니 마음 편히 하고, 힘든 거 연구소장이 잘 알고 있고 기다려주겠다고 말이다. 연구원은 그때부터 표정이 몰라보게 밝아졌다. 그리고, 다른 연구원도 찾아오기 시작했다.
나는 요즘 연구소장 업무 리스트에 하나를 추가했다. 연구원들의 넋두리를 그냥 아무 말 없이 들어주기가 그것이다. 여러 리더분들께도 오피스 문을 활짝 열어젖히시기를 추천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