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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miman Aug 18. 2020

미국의 화웨이 2차 제재

제법 강력한 미국의 제재

 본래는 책에서 못 다한 이야기들을 쓰고 있었습니다. AMD의 chiplet전략과 인텔이 monolithic을 고집하는 이유를 좀 자세히 풀고 싶었는데, 일단 이런 뉴스는 다뤄야 하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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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8일 오늘, 미국이 화웨이에 대한 재제를 다시금 천명하였습니다.


https://edition.cnn.com/2020/08/17/tech/huawei-us-sanctions-hnk-intl/index.html


 미 상무부에 따르면, 화웨이는 이제 미국의 구매 허가 없이는 미국의 소프트웨어나 기술을 통해 생산된 칩의 구매가 불가능해지게 되었습니다. 이번 제재는 저번 TSMC의 이탈과 합쳐지게 될 경우 매우 심각한 타격을 화웨이에 가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를 간단히 알아보기 위해서는, 스마트폰의 제조에서 가장 중요한 부품들이 어떻게 수급되는지 알 필요가 있습니다. 스마트폰의 가장 중요한 부품들이라고 하면 AP, 메모리, 저장소, 모뎀, 디스플레이정도가 될 것입니다. 이번 미국의 2단 콤보는 아래의 이유로 스마트폰 AP의 공급을 말 그대로 끝내버릴 수 있습니다.

AP는 누가 공급하는가? (출처 : 본인 그림판(발))

 위 그림은 AP를 공급받는 여러 방법을 나타낸 것입니다. AP는 반도체 사업을 조금 아는 분들이라면 아시겠지만, 대부분의 첨단 칩과 같이 설계와 제조가 따로 분리되어 있으며, 또 AP만을 만들어 여러 스마트폰 회사에 전문적으로 파는 회사(퀄컴)와, 자기가 쓸 AP를 직접 만드는 회사(애플, 삼성전자, 화웨이)들로 또 나뉩니다.

 5월달, 미국은 TSMC를 설득시킴으로서 화웨이로의 첨단 칩의 제조 위탁을 끊음으로써 화웨이의 AP자체 수급을 막았습니다. 그리고 오늘 제재에서 차선책인 '사다 쓰기' 조차 막아 버린 것입니다.


 여기서 잠시 용어를 살짝 정리하고 들어가겠습니다. 일반적으로 'AP를 만드는 회사이다'는 용어를 쓰면, 설계회사(팹리스)를 의미합니다. 쉽게 말하면 칩 패키지 겉면에 쓰여 있는 상표를 의미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실제로 퀄컴이나 AMD처럼 자체 공장이 없는 회사들도, 칩 패키지에는 자기 회사 로고가 있지 TSMC로고가 박혀있지 않습니다. 사실 이 회사의 직원들은 대부분 펜대를 굴리고 컴퓨터를 붙잡고 있지만, 엄연히 반도체를 '만드는' 회사라고 불리며, 반도체 매출 순위에 잡힙니다. 

 반도체 사업은 출판과 비슷합니다. 저는 반도체 제국의 미래라는 책을 한 권 썼는데, 책의 인쇄는 인쇄소가 대신 해 준 겁니다. 그럼에도 이 책은 '제가 만든 책'입니다. 비슷한 개념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다만 반도체 사업에서는 '인쇄소'가 어마무시하게 진입장벽이 높을 뿐입니다.


기존 화웨이의 AP 수급

 원래 화웨이는 중국의 반도체 굴기에 크게 호응하며, 스마트폰의 핵심 부품인 AP 독립도 꾸준히 추구해 왔습니다. 그 결과로 만들어진 AP가 바로 기린 프로세서입니다. 

화웨이 기린 990 프로세서 (출처 : customer.huawei.com)

 기린 프로세서는 화웨이의 자회사인 하이실리콘에서 공급하는 AP입니다. 설계는 하이실리콘이 직접 하였으며, 본래 대만 주베이에 위치한 TSMC에 제조위탁을 맡겨 완제품을 다시 실어와 탑재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이는 분명 LG나 OPPO, VIVO, 샤오미 등과 비교하면 상당히 높은 수준의 제품 독립성입니다. LG와 같은 회사들은 퀄컴과 같은 슈퍼을이 단가로 전횡을 부리면 저항할 방법이 없지만, 자체 설계를 가지고 실제 양산까지 가능한 화웨이와 같은 회사는 그런 걱정이 없습니다. 자사의 칩 성능이 퀄컴의 칩 성능보다 부족하더라도, 이를 통해 단가 협상을 해 볼수 있습니다. 좀 성능이 부족한 칩 + 아낀 비용 + 빠른 공급을 통한 조기개발을 통해서 다른 부분의 원가를 보충함으로써 사용자 경험에 투자할 수 있으니, 퀄컴 입장에서도 어느정도는 물러줘야 하기 때문입니다. 만약 자사 칩의 성능이 더 좋다면, 그냥 쓰면 되는 것입니다. 

 물론 이러한 부품 독립성은 삼성전자가 누리는 수준보다는 낮습니다. 삼성전자의 경우는 여기에서 자체 제조역량까지 확보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두 회사의 차이는, 이번 TSMC를 통한 제재에 화웨이가 휘청하고, 하이실리콘이 마비 수준까지 가는 결과로 이어지게 됩니다.

 여담이지만 애플의 경우는 제조는 가지고 있지 않지만, ARM에 대한 의존도가 삼성전자보다 훨씬 낮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오스틴의 CPU팀을 해체함으로써 AP 구성부분 중 CPU부분은 완전히 ARM설계에 의존하게 되었지만, 애플은 해당 부분을 ARM에게 의존하지 않습니다.




2020년 5월 : TSMC의 공격

 하지만 이러한 제조위탁 방식은 지난 5월달에 종말을 고하게 됩니다.

https://asia.nikkei.com/Spotlight/Huawei-crackdown/TSMC-halts-new-Huawei-orders-after-US-tightens-restrictions

 이로 인해 화웨이의 반도체 설계 자회사인 하이실리콘은 사실상 마비 수준에 다다르게 되었습니다. 하이실리콘이 만들고 있는 기린 프로세서는 TSMC에서 제조위탁 되기 때문에, 신규 AP의 공급 자체가 막히게 된 것입니다. 책은 다 썼는데 인쇄해주는 회사가 없는 상황인 겁니다.


 이후 어떻게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아마 거의 확실히 두번째 대안인 삼성전자에게 달려가 보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미국의 눈치도 보일 뿐만 아니라, 화웨이 스마트폰 제조가 타격을 입을 경우 가장 큰 수혜를 보게 될 삼성전자로서는 딱히 이에 응할 필요가 없었을 것입니다. 화웨이는 유럽에서 삼성전자의 뒤를 추격하는 라이벌입니다. 


 https://gs.statcounter.com/vendor-market-share/mobile/europe


 위 통계에 따르면, 화웨이의 유럽 판매량은 삼성전자의 절반 정도 됩니다. 삼성전자 입장에서야 이미 중국 내수시장은 철수하였으므로 화웨이가 자기 국내 물량을 뭘로 만드는지는 관심이 없을 것이고, 경쟁이 심해지는 시장에서 경쟁력 우위를 차지할 수 있게 되는 상황입니다. 미국에게 찍혀 가면서까지 위탁을 받아줘야 할 이유가 더욱 없는 셈입니다.

 

화웨이의 차선 : 미디어텍

 그 다음 화웨이가 생각할 수 있는 것은 LG, OPPO, VIVO처럼 AP를 사다 쓰는 것입니다. 마치 인텔이 자사 공장이 있으면서도 AMD에서 GPU를 사다 쓰는 것과도 같습니다(정말 그랬던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선택지 조차 이번 미국 제재로 인해 틀어 막히게 되었습니다. 위 CNN기사도 아래와 같이 언급하고 있습니다


Monday's measures effectively extend that ban to all chip designers, such as Taiwan's MediaTek, whose shares plunged nearly 10% Tuesday.


 이번 월요일(미국 시간 기준) 조치는 미디어텍과 같은 칩 설계회사(chip designer)에도 영향을 준다는 것입니다. 실상 칩 설계에 미국 소프트웨어와 기술이 들어가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설계회사중 Synopsys사와 일하지 않는 회사가 얼마나 될지? 100% 자기 회사만의 설계 IP만으로 칩을 만드는 회사가 있긴 한지?

 

사실 다들 잘 모르지만, 칩을 설계할때는 설계툴과 기본 IP가 매우 중요하다 (출처 : 시놉시스 홈페이지)


 현재 화웨이는 AP를 스스로 만들수도 없고, 사다가 쓸수도 없는 상황이 된 겁니다. 



SMIC에게 부탁해볼까?

 사실 중국에는 자체 파운드리가 있긴 합니다. SMIC라는 회사입니다. 현재 세계 파운드리 시장의 약 5%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회사로, 중국 회사입니다. 

 문제는 이 회사가 첨단공정에서 두각을 나타낸 적이 한 번도 없다는 것입니다. SMIC는 계획대로라면 자사 14nm 공정을 2018년에 개발 완료하고 공급하고 있어야 합니다. 작년까지 시험생산을 진행했고, 올해 초에서야 14nm를 화웨이로부터 수주받아 공급하겠다고 발표하였습니다. 현재 이 공정이 삼성 14nm나 TSMC 16nm보다 얼마나 뛰어난지도 알 수 없는 상황입니다. 문제는 이게 아무리 뛰어나건간에, 현재 화웨이가 원하는 공급량조차 맞추기 힘들 것이라는 점입니다. 실제로 2020년 1분기 기준 14nm공정의 SMIC매출 점유율은 1%정도에 머무르고 있는 상황(출처 : cntechpost)입니다. 


https://cntechpost.com/2020/06/25/can-smics-14nm-bet-be-profitable/


 현재 기술 경쟁을 해야 하는 분위기 때문인지, SMIC는 14nm이후 '정말 좋은데 뭐라 설명할 길 없는' N+1노드와 N+2노드를 계획중이라고 밝혔습니다. N+1노드는 올해 4분기에 시험 생산을 할 예정이며, TSMC와 삼성전자의 7나노'급'이라고 설명하고 있으며, N+2는 N+1의 개선판 공정이라고 합니다. 위 두 회사의 10nm급을 뛰어 넘어 가겠다는 것입니다.

 문제는 자사 기준 최첨단(14nm) 공정이 현재 전체 매출의 1%밖에 안되는 회사가, 무슨 수로 매해 신규 공장에 10조원씩 쏟아붓는 두 거인을 이길 수 있겠느냐는 것입니다. 현재 14nm도 화웨이의 내수시장 물량을 만드는것도 제대로 해내지 못할 것이며, N+1도 SMIC의 회사 규모와 부족한 매출로 인해 함께 부족할 연구개발 예산을 생각해 보았을 때, 제 시간에 나올것이라 기대하는건 무리가 있을 것입니다.

 

피해자와 수혜자

 이번 미국과 중국의 충돌은 여러 회사들에게 혼란을 가져다 줄 것입니다. 일단 가장 큰 피해자는 누가 뭐라 해도 화웨이입니다. 화웨이는 스마트폰 물량 기준 세계 2위 회사일 뿐만 아니라, 서버용 칩과 통신 칩까지 수직계열화하여 세계 시장을 노리고 있던 중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미국의 제재로 인해 이 부분들이 전부 틀어 막히게 된 상황입니다. 사실상 모든 사업 분야가 위기에 처하게 되었습니다. 아마도 이 상황이 계속된다면 화웨이의 내수 물량은 OPPO, VIVO등 제재 대상이 아닌 회사들이 가지고 가게 될 것이고, 스마트폰 밸류 체인에서 중국이 누리던 부가가치의 양은 하이실리콘의 수직계열화 된 AP공급량만큼 줄어들 것입니다. 

 화웨이와 비즈니스를 하던 서구권의 AP회사들에게도 문제가 생기게 되었습니다. 화웨이가 모든 라인업을 기린이나 하이실리콘 칩으로만 만드는 것은 아닙니다. 화웨이는 각종 통신장비도 만드는 회사이며 여기에는 퀄컴, 브로드컴 등의 미국 회사 칩 뿐만 아니라, 대만의 미디어텍 칩들도 이곳 저곳에 들어가고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 공급이 끊김으로써, 이들도 매출에 타격을 입게 되었습니다. 실제로 중국에 AP를 판매하던 미디어텍은 대만 증시에서 하한가를 치게 되었습니다.

 화웨이에 메모리를 공급하던 회사들에게도 매출 하락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비록 장기적으로 화웨이가 만들던 스마트폰은 '누군가'는 만들어야 하므로, 말 그대로 30~40%씩 매출이 감소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주요 고객이 휘청하게 되니, 부품 회사인 이들의 매출 역시 타격이 생기게 됩니다.

 재밌게도, 이 폭풍을 거의 다 피해간 회사가 하나 존재합니다. 삼성전자입니다. 심지어 애플조차도 큰 그림에선 틱톡 규제로 인해 미중 무역전쟁에서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틱톡이 차단될 경우 아이폰의 중국 매출이 감소할 것이라는 예상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삼성전자는 절묘한 포트폴리오를 통해 이 모든 문제를 빗겨가고 있습니다.

 화웨이와 중국계 회사들이 자국 내 물량을 생산하는 한, 삼성전자의 중국 내수향 메모리 매출 자체는 큰 변화가 없을 것입니다(폰을 만들려면 누군가는 사가야 함). 그런데, 화웨이의 수출 물량(유럽 등)이 타격을 입게 되면 삼성전자는 해당 물량의 스마트폰을 스스로 생산하고 자기 메모리를 사용할 수 있는 형태입니다. 본래 중국이 메모리 100을 수입(삼성+마이크론+하이닉스가 100을 구성)해서, 50을 내수 50을 수출용으로 썼다고 하면, 50만큼이 삼성전자의 잠재(실제론 애플 등과 나눠가짐)적 새로운 시장이 되어 버립니다. 메모리 시장 지배력이 더 높아질 여지가 생기게 된 겁니다. 여기에 자사 폰의 수요가 늘어나게 되면 엑시노스가 더 필요해지므로 파운드리 가동률도 더 좋아집니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통신기기 등에서 화웨이의 경쟁자인 상황인데, 다른 기업들이 대체품을 만들 수 없는 기술들을 바닥에 깔고 있기에 이런 상황이 가능해 진 것입니다.

 TSMC역시 본래라면 매출을 포기해야 했는데, AMD라는 대 고객을 맞이하면서 거의 피해 없이 이 상황을 피해가게 되었습니다. 정확하게는 인텔이 누리던 부가가치 일부가 AMD와 TSMC에 나누어졌을 것입니다. 물론 이건 인텔이 스스로 망한 것이므로, 뭐라 형언하기 힘든 상황이긴 합니다.

 

결론

 이번 제재는 미국의 대중 무역 분쟁이 단순 허세만은 아님을 보여주는 행동으로 보입니다. 본래 화웨이에 라이선스 없이는 부품을 사지 못하게 하겠다고 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외교용 수사거나 단순히 협상력 증대를 위한 허세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TSMC의 이탈과 함께 이번에 판매 라이선스 갱신이 막히는 모습을 보면, 미국의 의지는 제법 결연해 보입니다. 앞으로도 기술분쟁 뉴스에 촉각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출처

https://edition.cnn.com/2020/08/17/tech/huawei-us-sanctions-hnk-intl/index.html

https://customer.huawei.com

https://gs.statcounter.com/vendor-market-share/mobile/europe

https://cntechpost.com/2020/06/25/can-smics-14nm-bet-be-profitab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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