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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술술북스 Oct 20. 2020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는 책 쓰기 비법…?

사람들은 정답이 너무 단순하면 구태여 더 어렵고 복잡한 오답을 찾아 나선다(그러고선 그것이 진짜 ‘정답’이라고 믿는다). 이를테면, 다이어트의 정답은 적절한 운동과 식이 조절로 지방을 줄이고 근육량을 늘리는 것이다. 이걸 모르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꽤 많은 사람이 효능이 매우 의심스러운 다이어트 보조제에 돈을 쏟으며 별 기능이 없어 보이는 독특한 운동기구를 구입한다(그런 상품을 파는 사람들은 교묘하게 사기를 친다).


글쓰기도 비슷한 것 같다. 잘 팔리는 책 쓰는 법을 알려주는 책이 꾸준히 시장에 깔리고(그 책은 잘 팔렸을까?), 출판사와의 출간계약에 무조건 성공하는 원고 쓰기 방법을 알려주는 교실이 천지에 널렸다. 흠… 정답은 정말 간단한데, 무슨 비법을 전수받으려고 그런 걸 찾을까? 물론 편집자로서 글을 쓰는 사람과 더 나아가 책을 쓰고자 하는 사람들이 정말로 감사하고 소중하다. 그런 사람들을 위한 책과 강연 역시 환영이다. 하지만 이런저런 시답잖은 비법을 전수받았음이 훤히 보이는 정제된 투고를 읽어보면 한숨이 나온다.

 

어떤 책을 베스트셀러로 만드는 아주 쉬운 방법으로 사재기가 있다. 출판사(또는 저자)가 자신들이 만든 책을 서점에서 마구마구 구입하는 것이다. 출판사에서 서점에 책을 공급하고, 서점은 그 책을 출판사에 팔고, 출판사는 사들인 책을 다시 서점에 공급하고… 돌고 돈다. 그 와중에 서점에 지급되는 공급률(책 정가의 30~40퍼센트)만큼의 손해가 계속 발생하지만 그것을 감수할 만한 이점이 있다. 서점의 판매량 집계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며 책이 금주의(상반기의; 올해의) ‘베스트셀러 코너’에 진입하는 것이다.

     

한 번 베스트셀러 코너에 안착하면, 그 책은 오랜 시간 꾸준히 잘 팔린다. 꽤 많은 독자가 베스트셀러를 구입하기 때문이다. 남들이 뭘 읽든 명확한 자기 취향과 소신을 갖고 알려지지 않은 책을 발굴해내는 사람은 드물다. 대부분은 ‘그렇게 많이 읽었다고? 그 책 재밌나?’ ‘좋은 책인가 보네 나도 한번 봐야겠다’는 생각으로 베스트셀러를 고른다(나도 종종 이런 마음으로 베스트셀러를 읽는다). 이런 선택이 잘못됐다는 건 아니지만, 책을 좀 읽는다 하는 사람은 다 알 거다. 베스트셀러일수록 사기를 당하기도 쉽다는 것을(나도 좋은 책인 줄 알았는데 샀다가 실망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물론 지금은 사재기가 횡행하는 시대가 아니다. 시장의 질서를 무너뜨리고 독자를 속이는 이 비윤리적인 행위에 대한 단속도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혹시 모른다. 사재기는 다른 홍보/마케팅에 비해 훨씬 돈이 덜 들면서 효과도 확실한데, 검거하기는 쉽지 않다. 편집자들 사이에서도 “저 책은 왜 저렇게 잘 팔리지?”라는 말이 나올 만큼 매우 형편없는 베스트셀러를 보면 의심이 든다(나도 최근에 나온 책 중에서 의심스러운 게 하나 있다).


좋은 책의 핵심은 글발이 아니라 ‘글감’이다. 그러니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기 위해, 출간계약을 따내기 위해 책 쓰기 책을 읽거나 글쓰기 강의를 듣는 것은 의미가 없다. 만약 출판사에 원고를 투고했는데 까였다면, 혹은 아무런 답장을 못 받았다면, 그건 글이 못나서가 아니라 소재의 깜냥이 부족해서다. 그럭저럭 좋은 글도 책감이 안 되는 경우가 많다. 만약 오질나게 못 쓴 글이라도 소재가 참신하고 가치 있다면 출판사는 (대필 작가를 구해서라도) 그걸 어떻게든 책으로 펴낼 것이다(이 경우 편집자가 개고생한다. 하…).


한편 출판사에서 어떤 글을 소화해내지 못해서 출간을 못 할 때도 있다. 이를테면 과학책을 내는 출판사에 ‘진화론은 허구다’ 같은 원고를 보내봤자 쓰레기통에 처박힐 뿐이다(실제 경험담). 출판사들이 아무 책이나 막 찍어내는 것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각자 나름의 색깔이 있다. 언젠가 정말 마음에 드는 책을 읽는다면, 저자가 누군지뿐만 아니라 출판사의 이름이 뭔지도 확인해보자.


특히 대형 출판사와의 경쟁력에서 밀리는 조그만 출판사일수록 자기 개성을 강하게 드러내고자 한다(『2019 출판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체 출판사 중 약 70퍼센트가 5인 미만 사업체다). 그러니 ‘아무 출판사나 한 놈만 걸려라!’라는 심정으로 여기저기 원고를 보내는 건 좋지 않다. 솔직히, 민폐다(투고의 답장을 못 받는 이유: 원고를 아무데나 막 뿌렸음이 분명해 보이므로 출판사 역시 성실히 답해줄 의무가 없다고 느끼기 때문).


좋은 글감을 얻기 위해선 경험을 많이 하거나 특정 분야를 깊게 공부하는 수밖에 없다. 책 쓰기 책이 아닌 다른 책들을 많이 읽고 글쓰기 강연이 아닌 인문학(과학) 강연을 듣는 게 더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경험과 지식을 쌓는 데에 도움이 되는 책을 하나만 꼽는다면, 『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꺼내지 않았던 이야기들』(사계절, 2020)을 추천한다.


읽기 전과 후의 내가 달라졌음을 느끼게 해주는 책이 정말로 좋은 책이 아닐까?


(아, 그래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는 책 쓰기 비법이 뭐냐고? 아주 유우우우명한 사람이 되자! 그러면 종이에 글 대신 똥을 끄적여서 엮어도 잘 팔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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