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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daugust May 27. 2022

남해에서



 지금 내가 있는 여기는 바닷가 작은 마을.

1927년도에 지어진 구옥도 있고 건너에는 2006년에 지은 현대식 주택도 있다. 좁은 골목길을 따라가면 맛 좋은 핸드드립 카페가 있고, 다른 골목으로 돌아가면 적당히 숨어있는 빵집도 만난다.

 마을 초입에는 파스텔 칼라 페인트가 차례로 칠해진 아담한 초등학교가 있고 해수욕장으로 들어가면 1km 남짓의 기다란 해안가 끝에 바다 뷰가 보이는 중학교가 있다.

 민박과 펜션, 식당가가 주를 이루는, 대단히 상업적이면서도 그 상업으로 삶을 유지하고 주거하는 요상한 동네.

 주말에는 캠핑하는 사람들과 해수욕을 하는 사람들로 한 껏 차오르다가 평일은 물 빠진 간조처럼  잔잔해지는 마을.

 이 동네 할머니는 두아를 보고

 “쟤 좀 바라 코가 찔찔 한다” 하고 웃으시고,

두아는 할머니 얘기에 까르르하면서 모래 뭍은 엉덩이를 뒤뚱거리며 저만치 뛰어간다.

 캠핑하러 온 오빠들과 모래놀이를 실컷 하고선 ‘고기 먹고 싶어’라는 두아의 말에 저녁은 동네 마트로 향한다. 카트를 끌지 않고 장바구니만 들고서 딱 그날 먹을 것만산다. 그래도 느낄 수 있는 요즘의 물가. 밀려드는 현실. 하루에도 이상과 현실이 몇 번이나 다녀가는지 모르겠다.

아침에 일어나면 해안가를 따라 러닝 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하루 종일 집에만 있을 때도, 하루 종일 밖에만 있을 때도 있다. 어디여도 생각은 끊이지 않는다. 살면서 지금처럼 생각이라는 것을 많이 한 적이 있을까. 버릴 건 버려지고 가지고 갈 것만 남겨지는 이 마을에서의 시간.

나는 끝내

무얼 가지고 돌아가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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