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oy Jan 31. 2021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그리스 신화 <피그말리온 효과>

지금 이 순간 간절히 원하는 것이 있으신지.

오랫동안 내 노력을 쏟아부은 어떤 일일 수도, 순간마다 내 애정을 쏟아부었던 누군가의 마음일지도,

혹은 절망 끝에 지푸라기 같은 심정으로 무언가 바라는 희망일지도.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이 이야기는 그리스 신화에서 나온 피그말리온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피그말리온 효과.. 많이 들어보셨죠?

바로 피그말리온과 갈라테이아의 사랑 얘기가 피그말리온 효과의 유래입니다.  


피그말리온은  키프로스 섬에 사는 왕입니다.  

키프로스 섬의 여인들은 나그네를 박대하였기 때문에 아프로디테의 저주를 받게 되었답니다.   

아프로디테의 저주는 키 프로섬의 사는 여인들이 자신들이 박대했던 나그네들에게 몸을 팔며 사는 것이었습니다. 그곳의 왕인 피그말리온 왕은 여자들이 모두 몸을 파는 일을 하며 살았기 때문에 주변에 사랑하고 싶은 여자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아무도 사랑하지 않고 독신으로 지내기로 결심하였답니다.

그러나 피그 말리도온도 왕이기 이전에  한 남자로서 여인에 대한 갈망을 이겨내기는 쉽지 않았어요.

그래서 피그말리온은 자신이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한 요정 갈라테이아의 형상을 조각으로 만들어 갈라테이아라고 이름을 붙였습니다.  피그말리온은 갈라테이아 조각상을 실제 연인처럼 대했고  예쁜 옷과 보석을 입혀보기도 하며 그녀에게 애정을 쏟아부었습니다. 그녀는 실제 연인은 아니었지만 피그말리온의 마음은 점차 커지게 되었고 조각상인 그녀를 진심으로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Franz Stuck, Pygmalion


Edward Burne-Jones, The Hand Refrains, 2nd series, Pygmalion, 1878
Jean-Baptiste Regnault, Pygmalion, 1786, Musée National du Château et des Trianons
Jean-Leon Gerome, Pygmalion and Galatea,1890, oil on canvas,  88.9 x 68.6 cm, Metropolitan Museum


갈라테이아를 진심으로 사랑하게 된 피그말리온은 키프로스 섬에서 아프로디테 여신을 숭배하는 축제가 열린 날,   아프로디테 여신에서 제물을 바치면서 갈라테이아가 진짜 사람으로 변하게 해 달라고 간절히 소원을 빌게 됩니다.  (조각이 사람으로 변하게 되려면 얼마나 간절하게 빌었을까요?)

아프로디테는  자신에 대한 숭배와 피그말리온의 갈라테이아에 대한 진실한 사랑에 감동을 받게 됩니다.

결국 마음이 움직인 아프로디테는 그의 소원을 들어주게 되었고 그는 갈라테이아에게 입을 맞추었어요.   

피그말리온이 입을 맞추는 순간,  갈라테이아 조각상은 살아있는 아름다운 여인으로 변하게 되었어요.

그리하여 피그말리온과 갈라테이아는 아프로디테의 축복 아래 결혼을 하여 아가도 낳고  행복하게 살았다고 전해집니다.  간절히 원하여 이루어졌던 완벽한 해피엔딩입니다.  


Edward Burne-Jones, The Godhead Fires, 1878,  97.5 x 74.9 cm,  Birmingham Museums and Art Gallery,


Louis Gauffier, Pygmalion and Galatea, 1797


조각이 실제 여인으로 변하는 순간,  사랑의 상징인 큐피드가 그림에 자주 등장합니다.


Antoine Pesne, Pygmalion und Galatea, 1747300 x 120 cm, Schloss Sanssouci, Konzertzimmer, Westwand


François Boucher, Pygmalion and Galatea, oil on canvas  (1703 – 1770)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는 피그말리온 효과를 믿는 긍정적인 저이지만,

글 서두에 쓴 것처럼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고 생각하는 것도 또한 맞습니다.


잠시 뒤돌아보니,

인생은 내가 어떠한 노력으로 결과를 바꿀 수 있는 사건들과 죽어도 바꾸지 못하는 숙명 같은 사건들의 연속이었습니다.  그러한 사건들이 일어나는 그 시간과 그때의 관계 속에서 오늘의 내가 또 서있습니다. 모두의 인생이 그러겠지요.


가령 저는 어쩌다 보니 우리 아빠 같은 아빠를 만났고,

슬프게도 우리 오빠의 죽음은 절대로 절대로 막을 수 없었어요.

그때 의미 없이 다닌 직장을 그만두고 미술사를 공부했고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럴 수 있는 타이밍이었죠.

제 인생에 너무 잘한 선택이었기도 했고요.


누군가를 만나기로 선택하고 사랑했고 한 때는 나 자신보다 그를 더 최선을 다해 사랑했지만 어쩌다 우리는 헤어짐을 선택했고 지나고 보니 우리의 선택이 아니라 우리의 인연이 거기까지 였던 운명이었습니다.  


죽어도 내가 어찌할 수 없는 것들과 죽을 만큼 노력하면 어쩌면 바뀌는 것들.

이 두 가지에 대처하는 나의 자세가 나의 삶을 만들어간다는 생각이 듭니다.


Jean-Leon Gerome, Pygmalion and Galatea,   oil on canvas , 88.9 x 68.6 cmd

예술가마다 다른 관점으로 그린 같은 주제를 보는 것도 그림을 보는 재미입니다.

누군가는 피그말리온의 간절함을,

누군가는 피그말리온의 사랑을,

누군가는 둘의 사랑이 이루어지는 기적을,

누군가는 그 둘을 축복하는 다른 이들을 그렸습니다.


피그말리온이, 갈라테이아가, 큐피드가, 아프로디테가 같은 주제 다른 그림에서 각각 주인공이 되기도 하죠.  


인생도 여러 관점으로 본다면, 더욱 낫지 않을까 싶어요. 하나의 사건도 각자마다 느끼는 온도는 다르니까요.

사건과 상황과 시간과 관계 속에서. 그리고 그것을 겪는 각자의 삶 속에서.

누군가가 죽을 만큼 노력해야 하는 것들이 누군가에게는 별 것 아닐 수도 있을 테니, 누군가의 별것 아님이 누군가에게는 가장 얻고 싶은 것일지도 모르니.


그래서 제가 가지고 싶은 능력은,

노력해서 바뀌는 것들과 내 손을 벗어나 있는 것들을 구분할 수 있는 능력일지도요.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지기에.

간절히 원할 때, 포기해야 할 것도 존재하며,

간절히 원하여 이루어지지 않는 것들도 그 나름의 의미가 있다는 것.

간절히 이루고 싶은 것들이 있는 저는,


오늘 또 무언가를 합니다. 그것을 이루기 위해서.

그리고 오늘 또 무언가를 내려놓습니다. 그것을 이루기 위해서.


온 우주의 기운이 당신을 도와

당신의 간절함이 응답되길 바라요:)


Etienne Maurice Falconet, Pygmalion and Galatea, 1748-1781


작가의 이전글 코로나블루 말고 이브클랭블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