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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y Jan 23. 2021

코로나블루 말고 이브클랭블루

당신만의 색 <이브 클랭>

시원하게 내 마음을 탁 트이게 해주는 끝없는 블루.

시리도록 차가워 마음을 얼어붙게 만드는 끝없는 블루.

파랑이라고 해서 다 같은 파랑은 아니죠.


한 영화의 제목처럼.

누군가에게는 가장 따뜻한 색일 수도 있습니다.




자신만의 색을 만들어, 색으로 기억되는 예술가가 있습니다.

프랑스 니스 출신의 위대한 예술가, 이브 클랭 (Yves Klein, 1928~1962)입니다.


Yves Klein, International Klein Blue


 자신만의 독창적인 행보를 만들어갔던 젊은 예술가는 1960년 자신만의 파란색 물감을 개발해

‘IKB(International Klein Blue)’라는 이름으로 특허를 받았고 34살 생을 마감하기 전까지 200점에 가까운 IKB 회화를 만들었습니다.  건조 전과 후에 색이 변하지 않고 깊은 파랑색을 낼 수 있도록 안료 배합법을 발명해 형태를 제외하고 오로지 색으로만 캔버스를 채우는 모노크롬 회화를 완성시켰습니다. 참으로 깊고 아름답고 춥고. 여러 가지를 다 가지고 있는, 표현이 부족해 다 말할 수 없는 블루네요.


코로나 '블루'라는 말처럼 블루는 우울하고 차가운 색이기도 하지만 저에게는 저를 숨트이게  해주는 이브 클랭의 '블루'입니다.  


Yves Klein,  Untitled Color Fire Painting,1960


Yves Klein, Untitled Blue Monochrome


자신만의 파랑을 만들기 전 이브 클랭은 다양한 색 실험을 통해 모노크롬 회화를 완성시켰습니다.

그의 예술에 대해 모르더라도 색채 하나만으로도 강렬한 아우라를 뿜어내는 작품들입니다.


Age d'or [Golden Age] (MG 35), 1959


Untitled Yellow and Pink Monochrome (M 36), 1955


Untitled Red Monochrome (M 38), 1955


Blue Monochrome "Londres 50" (M 28), 1950


이브 클랭은 수많은 색 중 파랑에 정착하였습니다.

자신의 모든 영감의 시작은 하늘이었다고 말하며, 자신의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하늘을 바라보라고 얘기했습니다.  이브 클랭의 파랑은 하늘에서부터 시작되었죠.

저도 파란색을 참 좋아합니다.  지중해의 푸른 바닷빛을 사랑하죠. 하늘도요.


이브 클랭은 파랑은 모든 것에서 ' 해방된 색 '이라고 표현하였습니다.

해방된 색이라는 것.

실은 투명한 색이지만 바다는 우리를 파랑으로 이끌고,  손에 닿을 수 없는 파란 하늘은 우리의 눈을, 마음을 하늘로 향하게 합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만드는 색이라고 했던 이브 클랭의 표현이 이런 것이 아닐까요.


Yves Klein, Pigment bleu sec (Dry Blue Pigment), 1957, recreated in 2018, installation view

    출처: https://publicdelivery.org/yves-klein-pool/



이브 클랭의 행보는 굉장히 파격적이고 거침없었습니다.

여성의 몸을 실제 붓으로 사용해 완성환 <인체측정>은  단순히 관찰하여 재현하는 것에서 벗어나 새로운 조형세계를 창조하며 풍부한 조형성과 생명력을 불어넣고자 했습니다.  몸은 그 자체로서 붓이 되었고, 또 다른 누드화이기도 했습니다.  


이브 클랭, 인체측정


호불호는 있겠지만 그의 이러한 도전은 새로운 시대에 새로운 예술을 원하는 이들에게 가능성을 보여주는 작업 들이었겠죠. 어찌 보면 외설적으로 보일 수 있겠지만 깊이 그의 예술세계를 들여다보면 그의 과감한 시도들은 현대미술을 폭을 넓게 만들어주었습니다. 이것뿐만이 아닌 그의 다양한 행보들이 이브 클랭이라는 미술사의 한 자리를 차지하게 만들었습니다.  그의 부모님 모두 화가였지만 그는 정식 미술교육을 받지 않고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갔죠.


허공으로의 도약, 1964


눈에 보이지 않는 공간을 그려내기 위해 허공으로 직접 뛰어든 예술가.

여성들의 나체로 그림을 그린 대담한 예술가이자

자신의 첫 작품은 하늘이라며 하늘에 사인을 했다는 감성적인 예술가.

자신만의 색을 만들기 위해 화학자들과 함께 안료 배합을 연구한 어쩌면 화학자이기도.


34살의 나이에, 심장마비로 너무 일찍 세상을 떠났지만 그의 영향력은 대단합니다.

그의 블루는 2021년 현재 까지도 이브 클랭의 색으로 정착되어 많은 곳에 영감을 주고 패션이 되며 재생산되고 있습니다.  


출처: https://www.humanite.fr/yves-klein-lart-comme-oeuvre-de-vie-692718
Gelsenkirchen Opera Theater, 1999 / 출처: http://www.yvesklein.com/

                                             


아무것도 그려 넣지 않고 색으로만 뒤덮인 어쩌면 매우 쉬워 보이는 그의 IBK모노크롬 회화 앞에서 강렬한 아우라와 정신성을 느끼는 이유는, 그가 그만의 블루를 찾기 위해 쏟았던 열정과 진정성 때문임을.

자신이 원하는, 언제나 같은 명도와 채도를 갖는 그 색을 만들어내기 위한 그의 집요함이 얼마나 치열했었는지를 알기에.  


IBK블루가 그의 시그니처가 아닙니다.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예술을 위한  치열한 정신이 그의 시그니처입니다.
그래서 이 색은 다른 누가 써도 이브 클랭만의 것입니다.


빠르게 움직여야 하는 굉장히 복잡하고 심란한 시기인데도 머릿속에 정리할 것이 너무 많아 한걸음 물러서고 있는 시점입니다.

너무 많은 일이 있어 안 쉬고 뛰면 진짜로 토할 것 같았어요. 마음이 답답해 내 마음을 확 뚫어주는 이브 클랭의 블루에 저는 마음을 내려놓습니다.


고민은 많고 정리는 어렵고 오늘은 긴장되고 내일은 두렵습니다.

보이지 않는 앞으로의 불확실성을 나의 어떠한 노력으로 보이게 만드느냐가 관건이겠죠.

잠시 이브 클랭의 바다와 하늘을 보며 생각을 정리하고 다시 열심히 달릴 생각입니다.


이브 클랭의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만드는 파랑처럼 나의 미래는 파랑입니다.

그리고 저도 이브 클랭의 파랑이 아닌 저만의 파랑을 찾아야 하겠죠.

우리 모두 각자의 파랑을요.


당신만의 색을 찾아요.


아주 깊이 있는.

그 누구도 범접하기 어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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