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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y Nov 06. 2022

너무 행복하고 가장 슬펐던 2022년의 10월

가장 가까이의 생과 사

항상 10월을 가장 좋아한다.

이유는 딱 하나, 10월 24일 나의 생일이 있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수록 생일은 의미 없다는 말은 절대 공감할 수 없고 늘 생일을 기다린다.

부모님이 어릴 적 이혼하셔 일찍이 '외로움'이라는 감정을 지독하게 느꼈던 나는 생일에는 모두가 나를 축하해주고 챙겨주고 응원해주었던 그 행복한 기억으로 늘 생일을 기다렸다.


2022년 올해에도 마찬가지,

10월 1일부터 기분이 좋아져 생일날까지 설레고,


'7살 내 딸보다 네가 생일을 더 기다려, 근데 그렇게 좋아하니, 축하해줄 맛은 난다'


라며 친구들이, 많은 사람들이 축하를 해줬고 사진 속의 나를 보니 그렇게도 행복해 보일 수가 없다.

여러 가지 힘들고 어려운 상황들은 작년보다 더해졌지만,

이번 가을, 유난히 날씨가 좋고 좋은 사람들 덕분에 아주 아주 행복한 생일을 보냈다.

편지 선물이 가장 좋다고 노래를 부르니, 편지도 많이 받았다.


그 축하와 응원으로 또 열심히 살아야지.


그렇게 생일이 지나고 10월의 마지막 주에는 수많은 죽음 앞에서 가슴이 무너져버렸다.

생일이면 늘 동생을 살뜰히 생겼던 오빠가,

30살에 먼저 세상을 떠났던 것처럼

우리 오빠 같은 나이에 많은 생명이 일상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것을 보니 참으로 참으로 가슴이 아프다.


가장 좋은 나이에, 그리고 곧 더 부모님들께 더 많은 것을 보답할 수 있는 나이에 떠난 안타까움은 그 아들딸을 보낸 부모님 앞에서 어떤 말도 할 수 없게 만든다.


위로가 위로가 되지 않아, 감히 위로할 수 없음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누군가 한 사람이 떠난다는 것은

그 사람이 관계 맺었던 모두의 삶에 지각변동을 일으킨다는 것을.


지각변동이 일어난 삶은

절대로 그 전으로 돌아갈 수 없음을.


자식을 잃은 부모님의 심정은 감히 헤아릴 수 없고,

나 아닌 자식을 잃은 부모를 바라보며 사는 또 다른 자식이었던 나의 삶도 늘 그 그림자 속에서 어떤 일을 아주 기뻐하지도 아주 슬퍼하지 않게 되었다.

가족보다 친구에게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사는 어른에게 가장 친한 친구의 죽음은 내 인생 재미의 반을 잃어버린 채 사는 것이라고 말했던 오빠 친구의 말처럼,


우리는 각자의 슬픔을 스스로 받아들일 수밖에.

내가 슬퍼하면 내 옆의 누군가는 더 슬퍼할 테니.


오빠가 떠난 지 9년이 되었다.

어쩔 수 없이 무뎌지는 것도 삶이지만,


오빠의 생일에, 오빠의 기일에, 그즈음에 우리는 늘 그를 그리워하고 또 그리워한다.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라고 늘 생각한다.


그럼에도 생일에는

그 슬픔은 뒤로 하고, 축하받으면 활짝 웃고 오빠에게 여전히 나는 잘할 거고 잘할 테니 응원해달라고 빌었다.

오빠가 생일선물로 줬던 예쁜 코트는 여전히 내 옷장에 걸려있다.  

아마 평생 간직하겠지.


축하해주신 많은 분들 고마워요.

감사합니다.


11월 7일,

내일은 입동이라고 한다.  

너무 추울 것 같은 이번 겨울, 너무 혹독한 겨울이 아니기만을.

여전히 힘들고 슬프다고 말할 수밖에 없어 쉽게 위로도 그 어떤 말도 할 수가 없다.


희생자분들을 가슴깊히 애도하고


남아있는 분들이,

떠난 이를 부디 잘 보내주고 잘 살아가시기를 기도하고 또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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