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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성미 Apr 15. 2024

7년 만에 면접 봤습니다

면접 시간이 오후 3시였기 때문에, 저는 두 시간 전에 면접 장소에 도착했습니다. 인근 카페에 들어가 커피를 마시며 예상 질문을 곱씹어보고, 혼자 중얼거리며 답변을 연습했죠. 


'편하게 보자.'

스스로를 다독이면서도, 시험 앞에 서니 어느새 심장이 쿵쾅거리기 시작했습니다. 나이가 들어도 시험의 압박은 여전하더군요.


면접 시간 30분 전, 장소에 들어섰습니다. 제 순서는 맨 마지막. 세 명의 면접관 앞에 앉았을 때, 그중 한 명이 질문을 던졌고, 저는 순간적으로 답변이 떠오르지 않았어요. 

"다시 한번 질문해 주시겠습니까?"라고 말하며 시간을 벌었습니다.


다행히 그다음 질문에는 자신 있게 답변할 수 있었습니다. 옆에 있던 지원자도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어요. 목소리가 떨리는 걸 보며,

 '이게 뭐라고 이렇게까지 떨면서 면접을 봐야 하나?' 싶더군요. 스스로도 다소 초라해진 기분이었습니다.


그렇게 모든 면접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왠지 모르게 합격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첫 질문만 제외하고는 대체로 자신 있게 답변했고, 면접 분위기도 좋았으니까요.


하지만 몇 시간 후에 온 문자는 제 기대와 달랐습니다. 

'죄송합니다. 이번 기회에 ㅇㅇㅇ을 모시지 못하게 되어 참으로 죄송합니다.....' 문장을 읽는 순간, 

제기랄. 기분이 확 가라앉았습니다. 

젊었을 때라면 이런 날에는 소주 몇 잔으로 스트레스를 풀었을 텐데, 이제는 술도 마시지 않으니 답답함만 더했습니다.


며칠이 지나고 나서야, 왜 탈락했는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아차' 싶더라고요. 면접관이 이미 그 조직에서 같은 일을 하고 있는 팀이 있고 결원이 생겨 추가 모집을 하게 된 거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그와 관련된 질문을 했는데 전 제 자랑만 늘어놓고 왔습니다. 


그들과 잘 어울릴 수 있는 사람을 원했을 것인데 전 혼자 똑똑한 척만 하고 온 것이지요. 이런 사람을 누가 좋아하겠어요? 그렇다고 제가 똑똑하다는 말은 절대 아닙니다. ㅎㅎ


암튼 이번 기회에 또 하나 배웠습니다. 직장을 얻기 위해 어떤 단체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나 자신의 역량보다는 협업할 수 있는 겸손한 벼가 되어야 하겠다는 것을요. 


이러다 면접의 달인이 되는 것은 아니겠지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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