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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단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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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이나 Aug 18. 2021

퇴마사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고 한 여자가 안으로 들어왔다. 엘리베이터에는 검은 옷의 남자가 먼저 타고 있었다.


 엘리베이터의 문 닫히고, 잠시 뒤 남자가 여자에게 말을 건넸다.


 "지금부터 놀라지 마십시오."


 "네?"


 잠시 뒤 엘리베이터가 멈다. 당황한 여자에게 남자가 말다.


 "소리쳐도 소용없습니다. 괜한 일에 힘 빼지 말고 제 얘기를 들어주세요."


 남자의 진지한 태도에 여자는 들을 수밖에 없다.


 "전생의 인연으로 이곳까지 왔습니다. 당신은 정확히 삼십 초 전에 엘리베이터 추락으로 사망해야 했습니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여자가 말을 채 끝마치기도 전에 엘리베이터가 움찔거리며 흔들다. 놀란 여자는 더 이상 말하지 못하고 주저앉으며 짧은 비명을 질렀다.


 "시간이 없습니다. 악령을 완전히 물리친 것이 아닙니다."


 "악령이라뇨?"


 "당신을 죽이기 전 까진 결코 물러나지 않을 겁니다. 이게 처음은 아니잖습니까?"


 여자는 과거에 자신에게 일어났던 기이한 일들을 떠올리려 생각에 잠지만 이내 움찔거리는 엘리베이터 탓에 비명을 지르며 되물었다.


 "나에게 왜 이러는 거죠?"


 "전생에 당신에게서 사랑을 빼앗기고 질투에 눈이 먼 존재입니다."


 "그렇다면 당신은?"


 남자 애절한 눈빛으로 여자를 바라보며 말했다.


 "내 모든 걸 바쳐서라도 당신만은 끝까지 지키려 합니다."


 엘리베이터가 다시 요동을 치기 시작했다. 남자는 한쪽 손을 엘리베이터 벽에 대고 기를 방출했다. 그러자 엘리베이터의 요동이 멈췄다.


 "잠시 뒤 문이 열리면 곧장 집으로 피신하세요. 제가 악령을 잡아두겠습니다."


 "당신은 어떻게 하고요?"


 "걱정 마세요. 당신을 지키기 위해 어떻게든 살아남겠습니다."


 모든 함을 소진한 듯 지친 기색이 역력한 남자가 마지막 힘을 짜내자 엘리베이터 문이 열다.


 "가세요!"


 자신의 외침에 맞춰 뛰쳐나가려던 여자를 남자가 다시 불렀다.


 "잠깐."


 남자가 벽에 대지 않은 다른 쪽 손으로 품에서 핸드폰을 꺼내 여자에게 건네며 말했다.


 "받으세요. 반드시 찾아가겠습니다."


 눈물이 글썽한 여자. 핸드폰을 두 손에 꼭 쥐고 울먹였다.


 "꼭 살아야 돼요. 꼭이요."


 "어서 가세요!"


 여자는 흐느끼며 뛰쳐나갔고 곧이어 엘리베이터가 닫혔다.


 얼마간의 시간이 흘렀다. 남자는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아무렇지도 않게 품 안에서 또 하나의 핸드폰을 꺼내 어딘가로 전화다.


 "네, 사장님. 리모컨 작동 이상 없습니다."


 남자가 리모컨 버튼을 조작하자 엘리베이터가 멈추고 움찔거리는 등 여러 가지 효과가 발생했다.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최종적으로 엘리베이터가 이상 없음을 확인한 남자 복귀하려는 찰나, 또 다른 여자가 들어다.


 여자의 용모를 몰래 살핀 남자는 아까처럼 사뭇 진지한 분위기로 태세 전환했다.


 문이 닫히고 잠시 뒤 잘 작동하던 엘리베이터는 또다시 멈춰버렸다.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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