측은지심을 갖는다는 것은
대학교 1학년 여름방학
순천의 선암사에서 템플스테이를 했었다.
배롱나무가 흐드러지게 꽃을 뿜고
산자락마다 걸쳐진 안개가 참 좋았었다.
해가 저물고 저녁 산바람이 불 때쯤
정갈한 찻잔을 앞에 두고
스님께서 우리에게 물어보셨다.
"승려들이 시주를 다니는 이유가 무엇인지 아십니까?"
나는 속으로 생각하였다.
'사찰에 먹을 것이 떨어져서거나. 뭐 그게 아니라면 부처님께 공양하라는 의미 아닌가. '
아무도 뚜렷한 대답을 입으로 말하지 않자,
스님은 나지막히 말씀하셨다.
"......측은지심 입니다."
스님 말씀은 이러했다. 승려가 시주를 다니면서 쌀을 달라고 하였을 때, 사람들이 그런 승려를 딱하게 여기는 그 감정. 그 측은지심을 중생에게 가르치기 위해 시주를 다니는 것이라고 말이다.
인간이 느끼는 감정은 깊고도 넓어 제 품에 다 안기 힘이 든다. 그러나 측은지심을 가진 사람은 감정을 정갈한 찻잔 다루듯 닦아내고 품어낼 수 있는 여유와 지혜를 가지게 된다.
누군가에게 화가 날 때 그 분노를 폭염처럼 분출하기 보다 한 걸음 물러나 상대에 대해 측은지심을 가지면
정말, 이건 내가 직접 겪어서 아는 것인데
모든 것이 평화로워지고 잘될 것이다.
우리 미움을 쌓지 말자
미움과 분노와 같은 감정들은 아주 검어서
속을 긁어내고 스스로를 좀먹게 한다.
당신의 마음은 꽃처럼 소중하니 낭비하지 말자.
측은지심은 당신의 마음에
항상 깨끗한 물을 차오르게 하는 샘이다.
그 물이 우리 삶의 원동력이 되고
하루를 가치롭게 살게하는 원천이 된다.
세상이 미쳐 돌아간다고 생각될 때
주변에 미친놈이 너무 많다고 생각될 때
누군가가 너무 싫어서 어쩔 줄 모를 때
당신이 측은지심을 발휘한다면
평화는 저 멀리서
말을 타고
당신에게 달려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