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쳐 지나가는 존재들의 허무함
나는 좀 못됐고
이기적이고 내 위주이며
기분파인건 맞는데 눈치는 또 많이 보는
모순적인 사람이다.
그리고 좋았던 마음을 한순간에 식히고
상한 감정을 쌓아 결국 그저 그런 사이로 만들어버리는 재주까지 있다.
그대가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는 어느 시인의 말처럼, 누군가는 나에게로 와 어떤 의미가 된다. 하지만 그 의미가 목련꺼풀처럼 벗겨지고 발가벗은 그의 모습을 발견했을 때 오는 감정은 누구의 탓일까.
"그는 나에게 이런 사람이었어야 해"라고 홀로 정해놓은 뒤 예상치 못한 혹은 못본척하고 싶었던 그의 육감적 실체를 보았을 때 우린 어떻게 허한 마음을 달랠 수 있을까.
의도하고 준 상실은 아니겠지만 난 그렇게 또 나에게 어떤 의미였던 사람을 잃는다. 허무하게.
일생에 내 사람이라는 것은 없고 내 편이라는 것은 없다. 내가 만들어낸 잔상 만이 주위를 맴돌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