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함이 주는 안정감보다 성장의 기쁨
어렸을 때부터 우리는 각자 잘하는 것과 못하는 것을 경험하며 자라납니다. 좋아하는 과목이 있으면, 그만큼 싫어하는 과목도 있기 마련이죠. 제가 싫어하는 것 중 하나는 미술이었습니다. 미술 시간만 되면 왠지 모를 불편함과 부담감을 느꼈습니다. 친구들이 자유롭게 붓을 휘두르고 색을 칠할 때, 저는 빈 종이 앞에서 막막하기만 했습니다. 아직도 기억합니다. 사람을 그리는 과제가 나오면 마음속에선 한숨부터 나왔죠.
미술과는 거리가 멀었던 저는, 어릴 때조차 벽지나 장판에 낙서하는 아이가 아니었습니다. 그림을 그린다는 것이 즐겁다거나, 내가 표현할 무언가가 있다는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었으니까요. 그리고 그 마음은 성인이 되어서도 변하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최신 기술로 그림을 쉽게 그릴 수 있는 아이패드를 사도, “한 번 그림을 그려봐야지”라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습니다. 그림은 나와 관계없는, 남들의 세계라고만 여겼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도 나이가 들었고, 새로운 취미를 가져봐야 하지 않을까?’ 익숙한 일상에서 벗어나 나를 위한 시간을 보내고, 그 속에서 새로운 나를 찾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스쳤습니다. 그리고 가장 익숙하지 않은 것, 가장 도전적인 것을 생각해보다가
그래, 그림을 배워보자결론에 다다랐습니다. 그렇게 저는 미술 수업에 등록하게 되었습니다.
처음 수업에 들어갔을 때의 당혹감은 아직도 잊히지 않습니다. 강사님의 설명은 낯설고 어려웠고, 내 손에서 나온 그림은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무엇을 그려도 어설퍼 보였고, 다른 수강생들이 빠르게 진도를 따라가는 것 같아 저만 뒤처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좌절감을 느끼기도 했지만, 이상하게도 포기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잘할 필요는 없어, 그냥 매일 조금씩 해보자.’ 그 순간부터 매일 꾸준히 그리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완벽함을 바라지도 않고, 그저 습관처럼 미술용 연필을 잡았습니다. 그 작은 노력이 매일 쌓이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여전히 마음에 들지 않는 그림들이 많았지만, 어느 순간, 어제의 그림과 오늘의 그림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어제보다 조금 나은 선이 그려졌고, 어제보다 조금 더 자신감 있게 색을 칠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어제와 다른 나를 매일 마주하면서, 나는 비로소 작은 노력이 가져다주는 변화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이 경험을 통해 깨달았습니다. 작은 변화가 큰 차이를 만든다는 것, 그리고 그 변화는 나의 의지와 노력이 쌓일 때 비로소 나타난다는 것을요. 비록 미술이 저의 강점은 아니었고, 아직도 부족함을 많이 느끼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의 나는 어제의 나와 다릅니다. 작은 노력이 쌓여가면서 조금씩 성장하는 나 자신을 발견하는 것, 그 자체가 나에게는 큰 성취로 다가옵니다.
삶에서 무언가를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못하는 것을 꾸준히 시도하는 용기와 노력이야말로 나를 조금씩 변화시키는 원동력임을 깨닫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