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행복해지리 Apr 26. 2024

죠리퐁 토핑밥을 먹고나서 알았네



중간고사 전주.

시험 진도 막바지.

50분 수업을 꽉 채우는 일명 고봉밥 수업을 연속으로 하니 뱃속이 진공 상태다.

평소 좋아하는 순대볶음, 사과치커리샐러드, 감자탕까지 한꺼번에 나오는 날이 급식까지 날듯 내려갔다.

이날 또 하나 더 특별한 메뉴가 있었으니 바로 죠리퐁라테.

그 달달함을 한 모금 하면 심봉사도 눈을 번쩍 뜨게 하기 충분한 당도를 자랑하는 달달구리의 최고봉.


급식에 대한 기대에 한껏 부풀어서 아이들과 함께 입장했다.

그런데 급식보다 내 시선을 빼앗는 신선한 광경을 마주했으니, 바로 죠리퐁 토핑밥.  

이미 급식을 받아 자리를 찾는 아이들 식판 밥 위에 죠리퐁 토핑을 얹은 것이 아닌가.

그 녀석 참 신기한 입맛을 지녔구나 하고 고개를 돌렸는데 건너 또 다른 아이도 밥 위에 죠리퐁이 얹어져 있었다.

죠리퐁 토핑밥이 요즘 유행하는 레시피인가, 아님 Z세대라 자기 만의 독특한 맛을 추구하는 건가 이해하는 척 해보지만 대체 무슨 맛일까 고개가 절로 좌우로 도리질을 했다.

으그, 그건 좀 아니다.


아이들은 급식실 입구부터 3줄로 서서 급식을 받는다.

교사들은 좀 더 안쪽 구석에서 한 줄로 자율 배식을 한다.

신기방기한 죠리퐁 토핑밥을 구경하며 교사 배식에 줄을 섰다.

어서 빨리 빈 식판을 채우고자 종종거리면서.

 

예쁘게 담기에 실패했다. 늘 풍성하다 못해 과하게 급식을 주시는 우리 영양사선생님.


우리 학교 급식은 맛있고도 다른 학교보다 반찬수가 하나 더 있으며 꼭 디저트 메뉴가 있다는 것이 특징이며 자랑이다.

워낙 학급수가 많고 아이들이 많아서 모든 재료의 단가가 떨어져서일까.  

아니면 영양사 선생님의 대단한 능력일까.

늘 감탄하고 감사하는 부분.

이날은 밥 위에 새우튀김을 얹어야 할 만큼 식판이 좁게 느껴졌다.

식판이 무거워서 두 손으로 들고 그러니 죠리퐁라테를 들수 없어서 늘쌍 하던대로 자주 음료수 디저트를 올려서 이동하는 식판 중앙에 올려 자리를 찾아 앉았다.

종이컵이 넘어질까 봐 조심조심 이동했는데 마지막에 방심하면서 끝내 기우뚱해버리고 말았다.

그때 알았다.

아이들의 죠리퐁 토핑밥의 정체를.

쏟아진 거였구나.

아이들도 식판에 올려 어렵게 죠리퐁 라테를 들고 가다가 죠리퐁이 쏟아진 거다.


나도 아이들처럼 죠리퐁 토핑밥을 먹었다.

죠리퐁 토핑밥을 먹으며, 앞서 죠리퐁 토핑밥을 들고 가던 아이를 참 독특하다가 생각했던  오만과 편견에 대해 반성했다.

겉만 보면 모른다.

분명 이유가 있을 텐데, 잠시 스치는 상황만 보고 요즘 애들은.....을 운운했다.

역지사지는 어려운 게 아닌데 항상 보고싶은대로 보고, 제멋대로 판단해서, 엉뚱하게 결론 내려버린다.

무언가 보며 관찰만하자.

판단은 하지말자.

오늘 또 이렇게 다짐한다.

달디 달고 달디 단 죠리퐁 토핑밥 덕분에

매거진의 이전글 덩그러니 놓인 너희를 희미하게 이어본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