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입장에서, 내 아이가 다니는 학교와 아이를 가르치는 교사를 새롭게 바라보게 된 겁니다.
비난보다는 나는 이런 경우 어떻게 할까 반성하게 되는 부분이 더 많습니다.
오늘처럼 배우는 날이 있습니다.
남매 학교 체육대회 날.
굳이 학부모 관람이 허락되어 아주 곤란했습니다.
좋은 마음으로 학부모를 초청하셨지만 워킹맘에게는 차라리 모두 못 오게 막아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게 진심입니다.
내 나이도 중하지만, 제가 가르치는 아이들도 중합니다.
제가 자리를 비우는 만큼 아이들에게 영향이 갈까 봐, 업무에 지장이 있을까 봐 걱정이 됩니다.
그런데 둘째가 '엄마는 못 와?' 하며 연거푸 물어보는 눈빛을 외면할 수 없었어요.
정말 어렵게 짬을 내 학교로 달려갔었습니다.
막상 가서 직접 보니 좋더라고요.
아이가 엄마가 왔다고 신나서 팔짝팔짝 뛰는데 안 왔으면 어쩔 뻔했나 싶었습니다.
사실 딸아이가 반대표로 계주 선수로 참가했고 꼭 그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해서 무리해서 참석했답니다.
지인 찬스로 동영상만 봐도 되지 않을까 하다가 직관을 했더니 현장감 때문인지 제가 다 떨렸습니다.
넘어지지 않고 바통 받고 전달도 잘하고 아이가 속한 청팀이 이겨서 저도 같이 환호하고 신났습니다.
계주 경기 봤으니 임무를 완수했습니다.
다시 복귀하려고 돌아가는 길.
3학년 딸아이는 제가 온 걸 알고 인사도 했는데 아들은 먼발치에서만 보고 인사를 못했습니다.
아쉬워하서 두리번거려 보니 다행히 6학년 아들반이 나가는 길목, 학부모 관람 라인과 가까운 곳에 자리 잡고 앉아있더군요.
최대한 가까운 곳에서 가서 열심히 두 팔을 흔들었습니다.
(아들, 여기 좀 봐. 엄마 왔어.)
그러거나 말거나 아들은 학교에서 주신 생수얼음을 깨 부스려고 흔들고 때리고 정신이 없었습니다.
그때, 담임선생님께서 저와 눈이 마주치셨고 한눈에 알아보셨어요.
그리고는 아들에게 '엄마 오셨다. 인사드려'라고 하시는 겁니다.
덕분에 아들과 아이컨택하고 서로 손 흔들어 인사할 수 있었습니다.
감사한 마음으로 선생님께 허리 숙여 인사드리고 돌아오는데 눈물이 핑 도네요.
눈물이 너무 가벼웠나요?
지난주 이야기와 연결이 되어서 그랬던 모양입니다.
열흘 전쯤 큰 아이 학부모 공개 수업이 있었습니다.
처음으로 담임 선생님 외에 교과 선생님께서 아들의 반을 공개 수업반으로 지정하셔서 연거푸 두 시간을 참관했습니다.
2교시는 영어전담선생님 수업, 3교시는 담임선생님 수업.
그래서 2교시 시작 전 쉬는 시간에 도착해서 복도에서 기다리고 있을 때.
아들의 담임 선생님께서 일부러 영어 교과 교실로 찾아오셨더군요.
제가 6학년 5반 담임교사 OOO입니다. 안녕하세요. 어느 아이 학부모님 이세요? 아 ★★이 어머님이시군요.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이가 이래저래 하게 학교 생활을 합니다. 상담 요청 없으셔서 아쉬웠는데 이렇게 뵈어서 다행입니다. 언제든 의논하실 일 있으면 연락 주세요.
6학년이라서 참관 수업에 오신 분이 상대적으로 적어서 10분쯤.
그래도 모두 한분 한분 먼저 인사드리고 질문에 답해주시고, 또 오시는 분이 계실까 싶어서 기다려주시더군요.
문뜩, 나는 학부모 공개수업 때 어떤 모습이었나 떠올려봅니다.
학부모님이 오실 때 먼저 마중 나가본 일이 있던가 생각해 봤습니다.
21년의 교직 경력, 모든 순간을 뒤적거려도 저는 교무실에 앉아 있었습니다.
제가 참 부끄럽고, 그래서 아이 담임 선생님이 참 고맙던 순간입니다.
그날 인사를 나누긴 했지만 그래도 잠깐이었습니다.
그리고 오늘은 제가 여러 학부모들 사이에 끼어있었는데 용케 알아보시고 아이와 눈 마주칠 수 있게 해 주신 거예요.
참고는 전 아들과 참 안 닮았어요.
(혹시 오늘 입은 꽃무늬 치마가 눈에 띄었을까요? ㅋ)
단순히 기억력이 좋으신 분이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배려하려는 마음이 와닿아 감사했습니다.
따듯한 선생님의 품에서 초등학교 마지막 학년을 보낼 아이를 생각하니 어찌나 마음이 놓이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