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해"
남편은 쉽게 말했다.
하지만 그것이 그리 간단하지 않다.
평소 그와는 블로그 댓글과 인스타 디엠 정도로 소통했다.
크고 느슨한 커뮤니티에 함께 소속된 사이이기도 하다.
친분을 나눈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함께 소속된 그룹이 있고 그간 나눈 대화가 누적된 관계라는 말이다.
내일 오전에 중요한 일정이 있어서 준비를 하던 중 집중력이 흩트려져서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며 인스타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던 참이었다.
그러다 흘러 흘러 그의 피드와 릴스를 보다가 발견해 버렸다.
모르고 넘어갔으면 속 편했을 것을.
정확하게 내 블로그 글 제목과 동일 제목으로 게시된 릴스와 피드들.
확인해 보니 제목뿐만 아니라 본문도 내용이 그대로 옮겨져 있었다.
이 글은 블로그에 있다가 지금은 출간책에 옮겨진 상태다.
출처라도 밝혔나 싶어 찾아봤지만 당연히 없었다.
남편은 핸드폰 화면녹화를 켜서 곧바로 해당 릴스와 피드를 순서대로 녹화를 했다.
나중에 지워버리면 증거 될 것이 없다면서.
나 또한 가만히 있기 속상해서 블로그 글을 띄어놓고 비교해 보기를 반복했다.
내 착각일 수도 있지 않은가.
내 글은 보통 '000 하는 특징 5가지'라는 제목을 쓰고 본문에 설명과 그 특징 5가지에도 각각 제목을 적으면서 이어나가는 식이다.
그런데 큰 제목은 물론 세부 제목도 똑같이 게시되어 있었다.
참으로 성의 없는 도용이다.
업로드 날짜를 보니 내 글보다 짧게는 3일, 길게는 열흘쯤 뒤에 올린 것들이다.
신고는 하지 않았다.
속상한 마음에 지금은 글을 쓰지만 당장 급한 것은 내일 있을 일정을 준비하는 것이기에 차분해져야 한다.
앞으로도 굳이 신고는 하지 않을 테지만 그러면서도 마음 한편 이글이 전해져서 사과를 받고 해당 게시물이 내려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만약 게시물만 사라지고 어떤 대응도 없다면, 그런 상황은 추후 생각해 봐야겠다.
괘씸하다